영화 《툴리》

in #kr3 years ago

세수를 하고 건조한 얼굴에 수분을 주며 눈팅이나 하자고 선택한 영화를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고 다보고야 말았다.
어느날 눈부신 금빛 드레스를 입고 여신처럼 걸음을 떼며 "디올~"을 읊조리던 질투나게 아름답던 그녀가 아이 셋을 출산하며 몸도 마음도 자신을 놓아버린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사람은 잘 선택했다는 남편은 일어나면 출근하고 퇴근하면 마저하지 못한 잡무를 보다 이어폰 쓰고 게임하며 잠이 드는 것이 전부다. 자신의 소지품을 일일이 챙겨주길 바라는 딸과 신발 하나 스스로 신지 못하는 정서적으로 불완전한 아들 그리고 이제 막 태어나 밤에도 몇번을 깨우는 막내까지 엄마 혼자 감당하기엔 점차 한계에 다다른다. 그리하여 아이를 남의 손을 빌려 키우기 주저하던 주인공은 밤에만 오는 유모를 선택한다. 그리고 어느날 유모와 일탈을 실행하고 집에 오던 중 교통사고가 난다. 병원에 입원한 주인공의 결혼전 성을 묻는 간호사에게 남편이 대답한다. "툴리" 툴리는 밤에만 오는 유모의 이름이다.
과하지 않으나 모자라지 않은 현실감 충만한 영화다. 특히 독박육아를 하는 엄마들이 보면 공감력 100%에 펑펑 울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보면 사람 사는게 여기나 저기나 비슷하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할수도 있다. 그러나 절박한 상황에서 반짝반짝 빛나던 젊은 날의 자신을 밤에만 오는 유모로 소환하여 스스로를 지켜내고자 했던 것처럼 나를 일으키는 것은 본인 이어야만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안타깝기도 하고 서글프기도한 영화가 하루종일 생각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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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게 다 똑같은가 보네요..
독박육아 하는 엄마들 화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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