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일기] 막내가 왔다. 새싹이 왔다.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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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블루 코드블루!"

언제나 긴장감이 가득한 중환자실에
병원내 방송으로 코드블루가 뜨면
긴장감이 한층 더 폭발한다.

코드블루가 울리고 닥터들이 우르르르
발생지로 뛰어가고.

환자가 숨을 거두고 가망이 없으면
바로 장례식장으로 옮겨지지만
대게
한 줄기의 삶의 희망이 있기에
응급으로 생긴 환자는 중환자실로 옮겨지게
마련이다.

환자가 중환자실로 오는게 예상되면
부랴부랴 하던일을 급히마무리하고
새 환자를 중환자실로 입원시킬 준비를
해야한다.
Bed세팅에 EKG 연결 필요하다면
VENT(인공호흡기)까지.
정신없이 세팅을해놓으면
이내 환자를 실은 베드가
중환자실 자동문을 우웅 열고 급히들어온다.

침대위에는 인턴이 CPR을 훅훅 하며.
환자가 들어오면
침대옆에 붙어 신체징후를 측정할수있게
이것저것 선들을 연결하고
환자가 도저히 숨을 못쉬거나
인공호흡기가 필요하다 판단되면
바로 기도삽관을 실시한다.

나름 장황하게 설명된것 같지만
저 내용들은 환자가 중환자실로 들어오고
1분안에 시행해야한다.

그러므로 모든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바빠지고 한명의 풍전등화같은
생명을 살리기위해 집중한다.

환자의 혈압이 잡히고
신체징후가 안정을 되찾자
주변시야가 들어왔다.

멍해져있는 한사람.
바로 들어온지 며칠안된 쌩 신규간호사다.

나도 저럴때가 있었지...
지금도 물론 서툴고 정신없지만
저때만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선생님들 다 바쁘고 일촉즉발의 응급상황인데
난 아무것도 모르고
도울수도없고 눈치를 보면서 필요한거 훅훅
세팅할거 훅훅 해드려야하는데
이때 이게필요한게 맞는건가.
이걸 가져오라고하는건가.
일명
멘 붕.
도망치고 싶을거다.
분명 간호사 라이선스를 가지고
난 이제 간호사다! 했는데 학교에서
책상머리에서 배운 것들은 거진 쓸모가없다.
자존감은 땅을파고 지하실로 갈것이고
정말 죽고싶을만큼
자멸감과 자괴감에 괴로울 것이다.

요즘 간호사들의 태움이 이슈되고있다.
물론 이는 매년 있었던일이고
곧 다시 잊혀질거고
고름은 짜지지 않은채 속에서 더 곪고 곪을거다.
간호계 사회의 틀이 바뀌지않는 한.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 신규막내에게
내가 공부했던 팁들이나
사이트. 자료들을 주었다.
어짜피 본인걸로 받아들이는 건
본인 몫이니. 공부 많이 해야할것이다.

나도 지금 한치 내 앞가림도 힘들지만
막내가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싶다.
내가 막내였을때,
내가 아무것도 몰랐을때.
필요했던 절실한 그 도움의 손길을.
어쩌면
대한민국 간호계의 거장이 될수있는
그녀에게
더 큰 꿈을 꾸기도 전에 짓밟히지 않도록
새싹에게
양질의 물과 양분을 주려고
노력해본다.

뭔가 내가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난 이제 고작 1년차다..

아니다. 생각을 바꾸자.
난 대한민국 중환자실의 대단한 1년차 간호사다!
막내야, 아니 새싹아!
험난한길 같이 헤쳐가보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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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나도 막내만 42년차 인데..ㅡㅡ 더 심하네..힘내라..

헐 42년차요?!? ㅠㅠ

듣기만 해도 고생이 눈에...ㅜㅜㅜ
힘내세요..!

이세상에 고생안하고 사람이 어디있나요~ㅎㅎ
다들 힘들게 살고있겠죠 ㅠㅠ
응원 감사합니다!
우탁님도 즐거운 일주일 되세요!!!

아우.....글로만 봤는데도..... 제 머리속이 혼파망이 되네요 ㅠㅠㅠㅠ 진짜 존경스럽습니다

아고.. 감사합니다 ㅎㅎ
실제상황이되면 1년차인 저도 머리속이 터집니다 ㅎㅎ... 멘붕직전단계죠..

하..........형 뭐라고 할말이없어.....생명에 대한 두려움에... 환자와 보호자는 갑질하고........ 나이트근무있는 높은 업무강도....

험난한길을 한번에 넘지말고 몇년하다 그만두고 여행도 갔다오면서 천천히 갔으면 해 화이팅이야 !! ㅋㅋㅋ

여행가고싶네요! ㅎㅎ.
하지만 시간이될런지모르겟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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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박쌤같은 마음만 가지고 있음 태움이란 단어가 없을텐데... 그죠?
막내도 1년차도 힘~!!

힘힘!!!!!!! ㅎㅎ
태움의 연결고리는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제발좀 끊어졌으면 좋겠네요..ㅎㅎ

급박한 중환자실의 상황이네요.
티비에서 보면 이 순간을 카메라를 약간 흔들거려 더 급박하게 표현하던데, 그 모든 일이 1분 안에 일사천리로 일어난다니 실제는 더 분주하겠어요.

1년을 그런 상황에서 훈련하셨으니 새싹이 보기에는 베테랑이겠어요.
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었어요ㅠㅠ
여전히 혼나고,채이고..ㅎㅎ
3년은 해야지 아 나도 이제 간호사구나하고
명함내밀 수 있을거같아요ㅎㅎ

신규간호사 이야길 들으니 제미래가 저럴거라는 미래가 암담하네요 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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