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입니다.
미국 여행중입니다.
여행을
게다가 페이스북에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자랑하듯 올리는 게 누군가에게는 박탈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더 조심스럽습니다. 제 페이스북 팔로워들은 또 대부분 학생이나 뮤지션이라 하루하루 버텨내며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괜히 팔자 좋은 인생이라는 오해를 사고 싶지도 않구요. 이번 여행도 때마침 만기된 적금을 무작정 털어버렸으니 가능했습니다. 왠지 스팀잇에서는 이렇게라도 설명하면 이해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오 년 간의 유학 생활 동안 여행을 가지 못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관광 목적의 여행은 가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때는 그냥 차만 몰고 떠나면 되는 거였는데도, 그러면 그랜드캐년이나 뉴올리언즈 쯤은 다녀올만 했는데도, 그럴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방학때면 학기중에 못한 연습을 해야 했고, 주말에는 늘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해마다 이런 저런 일이 생겨 한국에 한 번씩 방문해야 했으니 더더욱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투어 밴드에 들어가게 되어 30개 주는 넘고 40개 주는 안되는 지역을 돌며 공연하게 된 겁니다. 물론 이것 역시 대개는 hit and run이라고 하는, 공연 당일에 도시로 들어가 저녁에 공연을 하고 바로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는 일정이 대부분이라 관광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래도 대도시에 며칠간 공연이 이어질 때에는 낮시간에 도시를 둘러볼 기회가 있기도 했죠. 시애틀, 필라델피아, 뉴욕 등에서는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지낸 오 년 중 처음 사 년간은 텍사스의 촌구석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면, 나머지 일 년동안은 짐을 모두 정리해 한국으로 부쳐버리고는 수트케이스 두 개만 들고 투어버스에 올라 미국 전역을 끊임없이 달리는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들어오고 난 뒤 지금까지 미국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음악을 하는 많은 이들은 종종 이런저런 일로 미국에 계속 드나들곤 하던데, 워낙 힘들게 미국 곳곳을 다녀서 그랬기도 했고, 일 욕심에 미국까지 다녀올 만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던 탓도 있었습니다. 미국에 삼박 사일 이렇게 다녀올 수는 없으니까요.
처음에는 이 주 정도로 계획을 하다가 이게 한 달 일정으로 늘어나버렸습니다. 다행히 저와 주인마님 둘 다 다른 직장에 비해 시간을 내려면 낼 수 있는 종류의 일을 하고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언제 다시 미국에 들어올 수 있을까, 지금까지 십 삼 년이 걸려서야 미국에 돌아와보는데 하는 생각에 말이죠. 물론 그렇다고 눈치가 안 보이는 건 아닙니다만, 학교가 지난 일 년간 저를 너무 부려먹어서 홧김에 저질렀습니다. 지금도 회의 내용이 계속 카톡으로 오는데 그들에게 숫자 1은 영원히 줄어들지 않을겁니다.
철저하게 관광객 모드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남들 다 가보는 곳들만 가볼 생각입니다. 엘에이에서는 할리우드, 그리피스 천문대, 산타모니카 다 갈 겁니다(딸래미 성화에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도착하자마자 다녀왔습니다). 네, 라스베가스와 그랜드캐년도 갈 겁니다. 요세미티와 세쿼이어 국립공원 역시 갈 예정이구요. 샌프란시스코와 몬터레이, 산타바바라까지 해안도로도 빼놓지 않고 달리기로 했습니다.
미국에서 며칠 지내자니, 그때 만약 한국에 돌아오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사실 미국에 영주권을 받아 정착할 길도 있었고, 뮤지션으로의 커리어도 잘 풀려가던 중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당시의 저는 미국 생활을 더이상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가족이 있다는 것은 역시 다른 얘기입니다. 딸아이의 인생을 놓고 보자니 과연 이 아이가 살아갈 지역을 꼭 대한민국 서울 안에 가두다시피 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자신이 없습니다. 정작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는 굳이 한국이라는 나라 안으로 인생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아도 좋다, 젊은 시절에 한두 해 휴학을 해서라도 외국에 나가 생활해봐라, 그러고 나서 어느 곳에서 사는 것이 너의 인생을 가장 행복하게 할 지 생각해보라고 말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려서일까요, 제 딸 문제는 쉽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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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아웃으로 글을 쓰시니 더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유학생활을 (좋건 나쁘건) 마친 이들 중에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어요. 그들에게 좋은 기회가 열렸으니 그 나라에 남아야한다고 강요할 수 없잖아요. 딸의 경우에도 학생들에게 하시듯 기회를 주는 정도로만 하면 어떨까요? 어쩌면 딸이 살 곳을 정하는 것도 결국엔 본인이 아닌 부모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자식의 인생이 상당부분 부모의 선택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 그게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아마 이번 여행을 통해서 딸아이도 조금은 느끼는 게 있겠죠. 그게 막연히 미국 좋아, 나 여기서 살래~하는 수준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한국에서 교육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굴뚝같긴 하지만 유학생이나 이민자로서의 삶도 알만큼 알고있어서 어렵네요.
그래도 부모의 선택이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ㅠㅠ) 강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어쨌든 여행은 그 자체로 즐기시길 바라며, 미국에서 사실 때의 이야기를 아이에게 많이 해주세요 :>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아무쪼록 좋은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제 스스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와서 딸아이에게는 그런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데, 한국에서는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 너무 많은 경쟁을 해야하니까 고민이 되네요.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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