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아닌 위안부

in #kr7 years ago (edited)

소녀상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소녀상은 위안부를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그런데 왜 위안부상이 아니라 소녀상일까.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전쟁터에서 군인들의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던 분들의 증언을 기록해놓은 책이 있다. 이 책을 보면 위안부 중에는 10대 소녀도 있었지만 20대 이상의 여성들이 숫자상으로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위안부는 적게는 10대 중후반에서 많게는 20대 중반 정도의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왜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조형물은 ‘소녀’가 되버렸을까.

“소녀상은 높이가 130cm이며 치마저고리를 입고 짧은 단발머리를 한 소녀가 의자에 앉은 채 일본대사관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군에 끌려갔던 14∼16세 때를 재현한 것이다.”

이는 ‘평화의 소녀상’을 설명하는 내용 중 나오는 문장이다. 물론 현재 살아남아계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중 상당수가 10대 소녀 때 끌려갔을 수 있다. 전쟁이 벌어진지 70여년이나 지난 지금, 더 어린 나이에 전쟁터에 끌려간 할머니들이 현재 더 많이 생존해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녀상은 단지 현재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일본에게 위안부에 관한 사과를 요구할 때 살아계신 분들만을 그 대상으로 삼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살아계신 할머니들의 전부가 소녀때 위안부로 끌려갔다 하더라도 위안부를 상징하는 상을 ‘소녀’로 표현한다면 당시 위안부 피해자 전체를 표현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많게는 20대 중반까지의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던 위안부 전체를 ‘소녀’로 표현한 것에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 의도들 중 하나는 성적으로 순결한 처녀만이 지킬 가치가 있다는 전근대적 가부장적 사고 방식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한 주체는 여성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정대협’이지만 소녀가 아닌 위안부가 존재했음에도 위안부를 ‘소녀’로 상정한 이상, ‘소녀’의 성(姓)이 ‘여인’의 성보다 중요하다는 사고방식을 지속, 강화시키는데 전대협이 일조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전대협이 이를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전대협은 위안부를 ‘소녀상’으로 나타냄으로써 기존보다 더욱 큰 전국민적 지지를 받는 데 효과를 거두었을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순결한 소녀’의 이미지가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있는 순결 이데올로기와 부합하기 때문이다.

소녀상을 떠나서 본다해도 우리나라 안에서 ‘위안부’가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위치는 의아하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며 피해 입은 분들은 위안부 뿐만이 아니며, 그 외에 대표적으로는 일제로부터 징용당한 분들이 계신다. 당장 네이버에 ‘일제 징용’이라는 검색어를 쳐봐도 하루가 멀다하고 수많은 기사들이 올라오지만 징용피해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위안부 피해자들에 비해 훨씬 적다. 물론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며, 다만 왜 여성의 성적피해에 관한 분노가 다른 것들을 훌쩍 뛰어넘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성 착취가 노동 착취보다 더 중요한 피해로 여겨져야 할 근거는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의 사고 속에 여성의 성이란, 특히 젊은 여성의 성이란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지켜져야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는 듯 하며, 이 것이 다른 전쟁 피해자들보다 위안부로 대표되는 성 피해자들이 더 큰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얻는 이유라고 생각된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전쟁이란 남성들의 전유물이였으며, 전쟁에 있어서 최우선 목표는 공격 대상이 되는 집단의 여성을 빼앗아 오는 것이었다. 여성을 빼앗긴 남성 집단은 다시 전열을 다듬어서 공격해 왔던 집단을 침략해 자신들이 빼앗긴 여성을 찾아오든지, 또는 상대 집단에 속해 있던 여성을 빼앗아오는 식으로 대응하였다. 이런 인류 역사의 반복적 흐름을 볼 때 여성 즉 여성에 대한 성적 접근권을 뺏고 빼앗기는 일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큰 중요성을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젊은 여성의 성을 강조하는 사고 방식이 계속되는 한 여성들의 자유는 소원해보인다. 귀한 것은 젊은 여성의 실존 그 자체가 아니라 젊은 여성이 가지고 있는 높은 번식력 이기 때문이다. 어떤 수단을 위한 도구로써 귀하게 받들여지고 그 가치 안에 스스로 구속되는 삶이란 진정 자유로운 인간의 삶과는 멀리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글은 몇 개월 전 작성한 글을 조금 수정 뒤 다시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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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을 일제시대의 심볼처럼 다루죠. 말씀하신 이유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제는 다양한 만행을 저질렀고 그 중 하나로 취급되어야 옳은 것인데요. 만약 성적인 착취가 다른 것에 대해 우선한다 하여도 대상은 위안부만이 아닙니다.

위안부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아닌, 그저 다른 피해자들도 많다는, 국가 전체가 피해자였다는 이야기만 해도 '위안부의 무게를 깎아내리려 하다니 친일파가 아닌가'하는 의혹을 받는 나라에서 용기 있는 발언, 생각해 볼 거리를 주는 관점 감사합니다.

네 저도 글 올리기 전 그런 점을 걱정했었는데 kmlee님처럼 따듯한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올리길 잘한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업봇 꾸욱 누르고갑니다.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실제로 소녀상 소녀상 하니 소녀상인줄알았지, 왜 여성상이 아닐까 생각은 해본적이없네요...

네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생각해보게 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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