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세상 속에서

in #kr7 years ago (edited)

이틀전쯤에 @kmlee 님의 포스팅을 읽었습니다.
이틀 간의 호흡이라는 글인데요.

이 글에서 저의 눈길을 확 잡아 끈 문단이 있었습니다.

메모를 토대로 글을 쓰려고 시도 할 때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실패한다. 좋은 소재란, 좋은 표현이란 그 자체로 좋은게 아니라 이를 살릴 재주가 필요하다. 순간 번득이는 심상은 누구에게나 있다. 메모하는 습관을 강조하는 이들은, 이 번득이는 심상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정말로 어려운건 그 심상을 문자로 기록하고 후에 풀어내어 그 심상을 살려내는 것이다.

저는 어릴적 기성세대 분들에게 메모의 중요성에 대해 귀에 가시가 박히게 듣던 때가 있었습니다.

"항상 무언가를 잊지않도록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한다."

예, 메모 자체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머릿속에서 아무리 좋은 기억력으로 저장하려해도 어느샌가 풍화되어 버리니까요.

이 글을 읽기전부터 저는 스팀잇에 글을 쓰기위하여 항상 번뜩이는 생각을 메모장에 써왔습니다.
하지만 며칠지난뒤 글을 쓰기 위하여 메모장을 켜면 언제나
"이 글을 내가 무슨 생각으로 썼더라?"로 맺어집니다
그 아이디어에 대해 글을 쓰라면 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써놓고 보면 어딘가 아쉽고 어딘가 부족해보이기 일쑤입니다.

정말로 어려운건 그 심상을 문자로 기록하고 후에 풀어내어 그 심상을 살려내는 것이다.

kmlee님의 글에서 제가 감히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심상이나 아이디어를 맛깔나게 살려내는것.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로 하여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것.
저는 이 두가지를 제일 요점으로 삼고 글을 쓰지만, 어느샌가 그 맛을 살리기는 커녕 좋은 원재료에 엉뚱한 조미료를 쳐서 손님에게 엉터리 음식을 대접하는 3류 요리사가 되고 맙니다.

제가 kmlee님께서 글을 통하여 전달하려는 요지를 다소 어긋나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 글을 읽고난 뒤 고단한 현실을 마주보는 것을 잠시 외면하고 저만의 세상에서 풍부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로움을 얻고자 저는 요즘 일단은 멀리 걸어가보기를 하고있습니다.
아무런 목적없이 집을 나서서 처음 보는 골목길을 걸어간다던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옆동네를 갔다오곤 합니다.
그러면 어느샌가 머릿속엔 한 편, 두 편의 단편소설이 써내려져 갑니다.
좁은 골목길 사이의 작은 돌계단 위의 화분들이 빼곡히 들어선 작은 화원과 그 위를 헤집는 길고양이에 대한 글,
폐지와 박스로 가득한 리어카를 끌고 어디론가 향하는 어르신에 대한 글,
자판기에서 갓 뽑아낸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담배 한 대를 피우는 학생에 대한 글.

너무나도 방대한 소설들을 머릿속에 켜켜히 써서 쌓아둡니다.
한 골목 골목마다 소설들이 쓰이기에 잊지 않으려고 붙잡아도 어느샌가 더 새롭고 자극적인 영감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그 새로움으로 덮어내고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제일 새로히 써낸 글을, 기억에의하여 풍화되버린 글들을 조각조각 맞춰 집에와서 글을 써보면 어느샌가 걸출한 옴니버스 장편소설이 되어있습니다.
다른분들에 비하면 아직 글쓰는 솜씨가 풋내기에 불과하지만 점점 발전해나가는 제 감수성에 혼자서 감탄을하며 심취하곤 합니다.

익숙함에 찌들어서 새로움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어느샌가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익숙한 것들을 그 익숙함에 제가 다 안다고 생각하고 글로써 풀어내려하면 맛을 살려내는 방법이 서툴러서 맛없는 글을 써내려갔죠.
kmlee님의 글로써 저 나름의 새로운 취미와 좋은 버릇을 얻게 되었습니다.
요 3일간 조금의 과장을 보태어 길가에 굴러다니는 전단지에도, 덤프트럭의 덜컹임에 조금씩 새어나오는 흙더미에도 저만의 단편 소설을 쓰고 지우고 쓰고 퇴고하고 하는 '재밌는 놀이'가 생겼으니까요.

글을 쓰는 욕심이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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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샤워를 하면서 떠오른 놀라운 아이디어들을
샤워를 마치고 메모를 할 때면 까먹거나
몇가지 키워드를 급하게 적거나
완성된 문장으로 적어도
머릿속 아이디어를 제대로 기록하기가 쉽지 않았던 경험이 많네요

그러니까요 샤워를 하면서 흥흥거리던 즉흥 노래도 머리 말리다보면 잊어버리는데
밖에 돌아다니면서 즉흥적으로 생각한 글감들은 어느샌가 잊게 되고 또 그때그때의 그 맛이 살지 않더라구요 ㅎㅎ

스팀과 스달이 키스를 했네요!
스팀과 스달의 가격상승은 고래도! 뉴비도 모두 춤추게 할텐데!
즐거운 스티밋 라이프!

오치님 언제나 좋은 프로젝트 감사합니다 !
스팀과 스달이 다시 정상궤도에 올라서 다행이네요 !

나 좋자고 쓰는 글에서 재밌는 취미를 얻으셨다니 기쁩니다. 그런데 글감이 너무 많으면 그것도 또 나름 고민이랍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진짜 갈수록 보이는게 많으니 시상이나 글감이 늘어나서 머릿속으론 도저히 정리가 안되고 복잡해지더라구요 !

글을 써보시려는 노력에 풀보팅합니다.
한가지 조언을 하자면-수준있는 작가의 책을 보면서 와닿는 어휘를 메모하시길-
그게 어휘장 입니다. 가령-속가지 밑둥처럼 거친 손--이런 표현을 기록해 두는 겁니다. 나중에 그게 500개 천개 쌓일때-어떤 일이 생기는지 보세요.

속가지 밑둥처럼 거친 손이라... 제가 교복을 입던 시절에 한창 감성에 젖어 시집에서 좋은 구절들을 메모하던 기억이 있는데 그 수첩을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좋은 어휘들을 쌓아두고 제 것으로 만든 다음 풍부해질 제 글솜씨가 기대됩니다 !

저도 기대할게요! 솔가지를 제가 오타났군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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