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의 기타 제작기] 바디와 넥에 얽힌 이야기
으아~ 힘들었습니다. 20일에 걸친 대장정(?)... 제작기 1에서 바디가 생각보다 쉽게 구해져서 수월할 줄 알았더니, 그건 기껏해야 헬게이트의 오프닝 쇼에 불과했습니다.^^
기타의 부품 가운데 (당연히^^) 가장 몸집이 큰 바디. 어설픈 대체목을 쓰지 않는 한, 양질의 스트랫 바디는 앨더 아니면 애시인데요. 앨더alder는 '오리나무', 애시ash는 미국의 습지에 사는 '물푸레나무'를 말합니다.
(헤르메스가 왜 새 기타를 제작하기로 맘 먹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헤르메스의 기타 제작기 1 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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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더가 다수파라면 애시는 소수파에 속합니다. 앨더가 중음이 강조되어 무난하다면 애시는 고음역대가 강조되어 좀 예민한 편이죠. 음악 성향상 저는 앨더를 택했습니다.
당초 리오 펜더라는 분이 텔레캐스터와 스트래토캐스터를 개발할 당시의 컨셉은 젊은이들이 좀더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부담없는 가격의 일렉 기타'였습니다.
그로 그럴 것이 당시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깁슨 기타는 마호가니, 에보니, 로즈우드 같은 값비싼 열대산 목재를 장인들이 일일이 깎고 사포질하고 접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가격이 매우 비쌀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래서야 대중음악의 주축이어야 할 젊은이들이 일렉기타를 맘 편히 가지고 놀겠나(?) 하는 생각에 리오 펜더는 미국에서 가로수로 사용되던 오리나무(앨더. 한글 이름도 거리를 표시하기 위해 5리 마다 한 그루씩 심었다는 데서 유래했죠)와 단풍나무(메이플. 애시와 함께 야구 방망이의 재료 이기도 하죠)로 만들어진 바디와 넥을 볼트로 결합, 접착 공정에 들어가는 수공을 줄이고 여차하면 부러진 넥을 교체할 수도 있는, 보급형(?) 일렉 기타를 내놓게 됩니다. 자신의 성을 딴 '펜더'가 바로 그것이죠.
일설에 따르면 펜더 바디의 두께가 45밀리미터인 이유도 단가를 낮추기 위해 당시 식탁 상판 제작용으로 나온 판재를 별 가공없이 모양만 맞춰서 잘라서 썼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요. 그만큼 비용 절감에 목숨을 걸었다는 뜻이겠습니다. 여기저기 우아한 곡선과 수려한 장식이 들어가 있는 깁슨의 기타들에 비하면 확실히 펜더의 기타들은 까이꺼~ 대충~ 만든 듯한 느낌이 확실히 들긴 합니다. ^^
(깁슨 커스텀 샵에서 나온 기타. 이 정도면 예술 작품이죠.^^)
물론, 리오 펜더 옹의 이런 혁신적인(?) 생각 덕분에, 여기저기서 바디와 넥과 전기 부품들을 구해다가 나만의 기타를 조립할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만...
암튼, 바디를 구한 후, 맞는 넥을 구하는데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했습니다. 양질의 메이플 넥에 로즈우드 지판이 얹혀져 있으면서, 고물단지 같은 바디와 잘 어울리려면 너무 '새 것' 같아서도 안되었습니다. 기다림에 지쳐갈 무렵, 마침내 나의 로즈우드 넥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휴~
한눈에 봐도 지판으로 얹힌 로즈우드의 밀도가 높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뒤집어 보면 메이플의 결이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나무결을 확인해 가며 세심하게 목재를 골랐다는 의미... 마음에 쏙 듭니다. 게다가 도장을 한 후, 거무튀튀하게 손때가 묻은 듯 렐릭 처리까지 되어 있네요. 이 정도면 수십만원을 호가할 법한데,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득템~!!! 커뮤니티의 힘, 그리고 시간과 인내력의 승리죠. ㅎㅎ
그리고는 적당히 부식 처리된 금속 파츠들을 구합니다. 다행히 넥의 규격에 맞는 녀석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반짝반짝하는 크롬 파츠들도 있는데 굳이 부식된 것들을 (심지어 더 비싸기까지 합니다^^) 고집하는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심리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좋은 걸 어떡합니까? ㅎㅎ
새로 제작할 기타의 넥과 바디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픽업 등 일렉트릭 파츠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럼 다음에 뵈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