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고 하루살기] 돈 만원 차이

in #kr7 years ago (edited)



기본 단가란 그 이하의 일은 없다는 거다. 빗자루를 들고 하루 종일 가만히 서 있어도 5시가 지나면 12만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염없이 서 있기만 해도 돈 주고 밥 주는 일은 노가다 신참에겐 좀처럼 차례가 오지 않는다. 용역 사무실을 오래 다니거나 그 사무실의 소장과 친분 관계나 이권관계가 있는 이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그것도 카르텔이라고 덜 더럽고 덜 위험하고 덜 힘들고 더 빨리 마치고 더 많이 받고 며칠이라도 더 연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그들이 먼저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는 늘 과묵한 신참의 몫이 되기 마련이다.

누가 그런 곳에 가고 싶겠는가? 그래서 당잘 팔려가기 직전까지도 단가가 얼만지 무슨 일을 하는지를 묻지 않은 이상 소장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렇게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사람을 구하러 온 업자를 따라 나서다 보면 된통 당하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날이다.

인부를 구하러 온 사람이 업자인 경우 즉 그 사람이 직접 돈을 주고 직접 사람을 부리는 경우 일은 십중팔구 고되고 힘들다. 심지어 마실 물도 중간의 참도 없거나 점심 먹고 일을 시작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바쁘다는 이유다. 하지만 바쁜 사람은 일의 양을 늘 빠듯하게 잡아 놓기 마련이다. 시간에 쫓기는 사람이 언제나 늘 그러하듯이.

인력소 소장이 오래된 갤로퍼를 가리키며 얼른 타라고 손짓한다. 차에 오르면서 인사를 하고 운전석을 바라보니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의 건장한 오십대 남자가 인사를 받는다. 목소리 톤은 암전하다. 잠시 어색한 침묵 후 묻는다.

"블록 일 해 보셨어요?"
"무슨 블록요? 보도블록 까는 것 말씀하세요?"
"아니 경계석 같은건데."
"아뇨."
"아, 안해보시면 하기 힘들텐데."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옆에 앉은 내가 같이 난감해 해야 할 판이다.
가만히 있을까하다가 소장에게 어떤 일을 할 지 설명 없이 올라탔다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한다.

낡은 갤로퍼는 달리고 달려 한적한 변두리 외곽의 낡은 5톤 트럭 앞에 선다. 그러면서 컵라면 두개와 작은 찬합통을 5톤 트럭에 옮겨 싣는다. 현장에서 밥집이 멀어서 컵라면하고 밥하고 먹어야 한단다. 시중에 흔히 파는 도시락도 아니고 세상에. 엄청난 짠돌이가 분명하다. 정말 제대로 걸렸다. 낡은 5톤 트럭에 올라타니 다시 묻는다. 그전에 뭐 하셨어요? 계속 미덥지 눈치다. 나도 질세라 어젠 누가 왔는지 묻는다. 누가 왔단다. 근데 왜 그분이 계속 안오세요? 아, 다른 일이 잡혀서 오늘 안된다고 했단다.

용역 일을 자기가 잡는 사람이 어딨는가? 핑계다. 오지 않으려는.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다 무안해 하지 않을 핑계를 교환하고 난 다음 날 내가 걸린거다. 용역 사무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속사정을 모를 업자가 아니다. 얼마나 오지이기에 밥집이 없을까? 트럭은 한적한 국도와 고개를 몇개 넘는다. 구글 지도를 통해 현재 위치를 볼까하다 관둔다. 드문드문 계속 우려 섞인 걱정을 혼잣말처럼 토해낸다. 처음 해 보면 줄을 맞추기 힘들텐데.

그리고 도착한 곳은 얌전한 소들이 가득한 우사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장화를 준다. 궁금증이 풀렸다. 우사 뒤편에 질퍽한 흙들 위에 축대를 쌓는 일이다. 포크레인이 찍어준 축대를 가지런히 쌓고 흙과 자갈을 채우고 계단식으로 올리는 일이다.

이 업자는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격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보통은 포크레인 기사가 따로 있고 오야지는 빠루를 하나 들고 포크레인 기사가 볼 수 없는 줄을 맞추어가면서 돌을 약간씩 이동시키면서 줄을 맞추어 가는 것인데 이 업자는 자신이 직접 포크레인을 운전하니 줄을 맞추어 주면서 나갈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만원 더 주고 이런 일을 시킬 사람을 찾는 업자를 지금 힐난할 때가 아니다.

아침 8시, 아홉 시간을 꼼짝없이 이 사람과 보내야한다. 까짓거 해 보면 되지. 왜 이리 겁을 주는지. 두어 시간 후 업자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흐른다. 내 일이 맘에 드는 눈치다. 과묵하던 아침과 대조적으로 돌아오는 차에서 웃으며 단가를 다시 협상했다. 13만원짜리 일이 아니다 더 달라. 난 너희 사무실에서 사람 많이 쓴다. 많이 주고 싶지만 니 올려주면 다른 사람 또 오면 올려줘야한다 이런 논리다. 짠돌이 양반. 은근히 놀렸더니 아이 둘이 다 대학원생이란다.

참, 컵라면에 밥 말아 먹을 사태는 처음 뵐 때 큰소리로 우사 주인영감에게 인사를 해서 그런가^^ 그 댁에서 맛나게 먹었다. 업자는 밥값도 굳힌 셈이다. 또 하나 역시나 업자는 점식 얻어 먹자 마자 은근 슬쩍 포크레인에 올라타더라는...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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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보팅파워가 너무 낮은 것을 한탄하게 되는 내용이군요.

아 그 업자, 참 그 사람도... 그 분의 삶도 찡합니다.

그것만으로 족합니다.

더운날 수고가 많으시네요 저도 힘이 되고싶지만 너무 미미하지만 응원의 버튼 누르고 가겠습니다 !!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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