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고 하루 살기> 비 오는 날

in #kr7 years ago (edited)


지난 주 예보된 비가 어김없이 내린다. 덕분에 쉬는 날을 따로 잡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 노가다는 쉬는 날이다. 물론 건물 내에서 작업하는 내장 목수, 벽지, 타일 등의 일들은 예외다. 하지만 이런 분들은 대부분 서로 호흡을 맞추고 팀을 짜서 움직이기 때문에 일일 노동자를 쓸 일이 많지 않다.

악착같이 한 달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이들도 비 오는 날을 피해 갈 수 없다. 빗소리가 거세지고 도로 위를 달리는 차바퀴들의 빗물 튀기는 소리가 요란할수록 나태와 무능에 대한 스스로의 강박적 질책을 내려놓고 조금은 편안하게 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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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마다 틀리겠지만 1년 365일 중 지금은 일자리를 놓고 동료들 간에 크게 얼굴을 붉히지 않고 일을 나갈 수 있는 그런 시즌이다. 즉 일보다 사람이 모자라다. 일이 터진 것이다. 하지만 겨울철, 공사가 없거나 중단되는 비수기가 시작되면 하루 벌이를 위해 그동안의 친분과 나이와 염치를 잠시 뒷주머니에 욱여넣고 아귀다툼을 해야 할 때가 흔하게 발생한다.

각자의 사정이야 이루 다 헤아릴 수 없겠지만 같은 인력사무소를 오래 다닌 동료들이라도 어제는 내가 일하러 갔으니 오늘은 어제 못간 자네가 가시게 따위의 동료애나 양보를 시전하는 노가다꾼을 난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들에게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또 오늘인 것이다.

며칠 전 뉴스에서 공무원 월평균 임금이 522만원이라는 기사를 흘려 들은 적이 있다. 그럼 한 달 내내 아침 5시 일어나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저 악착같은 두 아이의 아빠인 미란이 아빠는 얼마를 벌까? 10.8천원x30일 단순 계산으로도 320만원쯤 된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을 빼고 힘들고 고된 일에 걸려 다음날 파스 붙이고 쉬어야 하는 날 빼고 하다 보면 한 달 꼬박 25일 정도 일하는 것이 보통이다.

보통의 월급쟁이들이 한 달 쉬는 날 수와 비슷하게 쉬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 기술 없는 착실한 미란이 아빠가 기본 단가를 받고 25일 일할 때 벌어가는 돈이 260만원 정도된다. 물론 이 돈에는 보통의 월급쟁이들이 받는 혜택인 4대보험도 없고 연차,월차,주차 등은 당연히 없다.

여기다 술이라도 즐기거나 일하면서 잠시 쉰다고 멀뚱하게 앉아 있기 무안해서 핀다는 담배값 등을 빼고 나면 악발이 미란이 아빠는 365일 중 단 하루도 동료에게 양보할 수 없다. 5월 1일이 노동자의 날이든 근로자의 날이든 미란아빠에겐 비와서 공치기 전 하루라도 더 벌어야하는 그런 날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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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글입니다. 처음 뵙는 것 같습니다. 팔로우 하고 소통하겠습니다.
저는 귀촌을 준비 중입니다. 가서 농사 지으려고 합니다. 도시 삶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들 말없이 보팅만 하고 가나 봅니다. 흡입력이 대단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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