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고 하루 살기> 육체 노동

in #kr7 years ago (edited)


날품을 팔기 위해 도착한 곳에서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아침 햇살을 등에 맞으며 논두렁 사이를 오간다. 발소리에 놀라 이리 저리 튀어 오르는 개구리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숲속 맹꽁이 소리를 듣는다. 산을 휘돌아 논 한복판을 곧장 질러온 바람이 인사를 건넨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돈을 벌기 위해 이 곳에 서 있다는 생각을 잠시 잊는다.

몸을 움직이는 육체노동에는 분명 책을 읽고 깨닫는 정신노동을 능가하는 삶의 에너지와 희열이 있다. 밥맛을 좋게 하고 변비와 비만을 예방하고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따위의 아침TV 주부 건강코너 같은 요소를 넘어서는 어떤 구도자의 필수 덕목 같은 그런 것 말이다. 쿠바 혁명을 성공시킨 체 게바라가 중요 요직에 있으면서도 일정 시간의 육체노동을 즐겼던 것은 물론 노동의 계급적 위상과 실천 때문일 수도 있었겠지만 내게는 이런 의미로 비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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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육체노동만이 이런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몸을 움직이는 운동 또한 유사한 효과를 나타낸다. 땀 흘린 운동 후의 적당한 피로감과 희열은 정신적 휴식과 스트레스를 푸는 훌륭한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육체노동이든 운동이든 지나치면 좋을게 하나도 없다. 뻔한 사실이다. 장시간의 육체노동은 몸을 지치게 만들고 피로를 누적시키고 병을 유발하고 수명을 단축시킨다. 그럼 하루 몇 시간의 육체노동이 지금의 생산시스템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간에게 가장 적당하고 이상적일까?

법정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이다.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자랑하던 19세기 영국 공장노동에서 벗어나 여기까지 오기까지 약 200년이 걸렸다. 하지만 불과 몇십년 전 전태일 열사가 살았던 1970년대의 한국 봉제공장 노동자의 하루 노동시간은 19세기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많이 나아졌다는 지금도 한국은 여전히 노동시간과 강도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8시간 노동 그리고 잔업, 철야, 휴일 근무 그래도 빠듯한 삶 ... 뭐 이런 식의 레퍼토리다.

노가다는 보통 7시에서 8시 사이에 일을 시작한다. 그 전에 그날 일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선 한 두 시간 전에는 인력 사무소에 출근해야한다. 그리고 5시에 마쳐 돈을 받기 위해 인력사무소로 돌아오면 6시는 훌쩍 넘어간다. 거의 하루의 절반 이상의 시간을 소비한다. 이상할 건 없다. 한국에서 어떤 직장이고 그렇지 않은 직장을 만날 수 있으랴. 몸은 파김치가 된다. 영화 한 편 온전히 보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하루 4시간의 육체노동을 꿈꾼다. 하루 중 4시간 정도의 육체노동이 효과적이고 긍정적 에너지가 된다고 느낄 때가 많아서다. 당연히 나머지 시간은 생계와 무관한 자신만의 시간이다. 이렇게 4시간 노동만으로 기본적인 생계가 유지될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 더 많은 소비를 원하는 사람은 더 많은 시간을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선택사항이다.

더 많은 저축이나 소비를 위해 현실을 희생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8시간 노동을 강요받지 않아도 된다. 더 많은 임금을 거부할 수 있는 사회, 제대로 돈지랄 안하고 제 멋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사회를 꿈꾼다.

어디 쓸지 목적도 없는 돈을 무조건적으로 더 모으기 위해 무수한 오늘을 파김치로 사느니 지금 오늘 하루하루를 온전한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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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이고 적절한 노동 시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를 꿈꾸지 않나 싶습니다
저도 몸을 너무 움직이지 않는 건 힘들더군요

최근에 읽은 세계미래보고서 2055에서 미래에는 하루 2-3시간 노동을 이야기하더군요, 저도 하루 4시간 노동이면 딱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4시간이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19세기 이후에 노동시간이 단축되어온 것처럼, 더더욱 단축되겠죠. 빨리 그때가 오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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