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루게쒀요..... 왜 불편한지..... - 결점의 미학 -[Feel通]

in #kr7 years ago (edited)



제가 기겁을 하고 싫어하던 이모티콘이 있습니다.
뭔가 귀여운 것 같은데 징그러운, 이상한 감정이 싫어 볼 때마다 불편해했죠.


바로 이런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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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저 같은 사람이 또 있네요. 많이들 느끼는 감정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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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진 괜찮으셨다고요? 그럼 더 가볼까요?


오늘자 (2018.03.15) 네이버 포털 메인에 나온 두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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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묘 - 한 강아지와 고양이에요.

첫번째 사진은 미국인 샨탈 데자르딘스 씨가 키우는 강아지 ‘요기(Yogi)인데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두번째 사진은 영국 왕립 동물 학대 방지협회가 벌인 캠페인에 사용된 사진으로.
강아지의 눈에 사람의 눈을 합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멀리 갈 것 없죠. 우리나라에서도 있잖아요. 바로 평창의 대~ 스타. 인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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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괴함이 화제가 돼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처음 느낌은 '충격과 공포',
익숙해지기 전까지 전적으로 유쾌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사람과 비슷한 형태, 그러나 분명 사람이 아닌 것에 불쾌감을 느끼는 걸까요?



그건 로봇이나 애니메이션의 얘기만은 아닐거예요.
착한 사람은 좋지만, 착한척하는 사람은 싫고. 진짜가 아닌데 진짜 인 듯 가장하는 것은 뭐든 경계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이런 설명은 너무 감상적이니 좀 더 과학적 이론을 끌어와볼게요.



일본의 로보티시스트 모리 마사히로는 우리가 골짜기에 빠졌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바로,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인간과의 유사성(human likeness)과 인간이 느끼는 호감도(familiarity)에 대한 것인데요.
대상이 인간과 비슷할수록 호감이 커지다 어느 지점 이상의 '거의 인간에 가까운' 영역이 되면 호감도가 떨어지는 것을 말해요. 표로 보시면 이해가 빨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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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표시 해 둔 부분!
외모가 거의 인간과 흡사하지만, 표정이나 동작이 부자연스럽거나 완전히 인간과 같은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을 때는 불쾌함이 증가하는 것이죠.

'알쓸신잡'에서 정재승 씨도 이야기한 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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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이론에서 재미있는 점은 그 골짜기의 지점을 지나 인간과 정말 정말 유사한 느낌이 든다면 호감도가 다시 증가한다는 것이에요.
많이 닮았으나 어설프면 혐오, 완벽히 같으면 호감이라고 해석하면 될까요?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두 여인, 소피아와 사야를 소환(?)해 봅니다.

지난 1월 30일 방한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시민권자 소피아입니다.

찰랑거리는 머리카락대신 전선이 뒤덮인 뒤통수가 인상적인 그녀는 보시는 것처럼 로봇입니다.

음... 영 잘 모르겠다고요?
기술의 발전에 경외감은 들지만, 호감이 생기지 않는다고요?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신 것 같네요.
그녀 (사실은 그녀라고 부르기도 머쓱한 )의 표정은 오드리 헵번에 기초를 두고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호감은커녕 섬뜩한 느낌이 들어요.
실제로 소피아를 만져본 어린이는 “사람 같아요. 그런데 무서워요.” 라고 말했죠.
(아이의 눈도 별반 다르지 않나 봅니다.음...=ㅛ=)



그렇다면, 여기 또 한 명의 소녀를 소개합니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깔끔한 단발머리에 앳된 외모- '사야'
일본의 '미스iD 2018' 대회 준결승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대단한 친구예요.

영원한 17세 - 버츄얼 휴먼입니다. 놀랍게도 3D 캐릭터죠.
저는 이 화면을 보고 흥미로워 몇개의 기사를 더 찾아봤어요. 사야영상 더보기

사야 또한 완벽한 호감을 주진 않지만, 소피아보다는 훨씬 친근하지 않나요?

물론, 화면 속 가상의 캐릭터와 실제로 존재하는 로봇을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사야에게는 있으나 소피아에는 없는 것? 그것은 무엇일까요.

'아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억지가 다 있어?' 라고 하실 것을 무릅쓰고, 결론은 '점' 입니다.



불쾌한 골짜기를 지나 극호감의 영역에 다다르기 위한 조건으로는 자연스러운 움직임, 눈의 깜빡임,실제와 같은 표정 등등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정점은 '사야'의 눈가에 찍혀있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 2015년 처음 등장한 사야(왼쪽)와 2016년 버전 사야.
피부 질감이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한층 사실적인 모습이 됐죠. ***

그런데 그냥 '점'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확대해 '결점' 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인간의 아름다움, 즉 '인간미'는 완벽하고 대단한 무언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잡티가 있는 피부처럼, 결점이 느껴지는 무엇. 그 빈틈에 있다는 것이죠.


예전에 케리커쳐를 돈 주고 그린 적이 있는데요.
제 눈이 심한 짝짝이가 아니고, 입꼬리가 한쪽으로 올라간 인상이 아닌데도 그렇게 작품이 완성됐어요.
화가님께 불만을 털어놨더니 대칭으로 그려놓으면 사람 같지가 않고 감정이 없어 보인다고 했거든요.

그땐 그저 맘에 들지 않아 그 작품을 어딘가에 처박아두고는 실력 없는 작가님의 항변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말이 빈말만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아, 그냥 바뀐 건 아니고 스타벅스의 이야기를 듣고부터 달라진 것 같네요.


<출처 - 티타임즈>


약간은 삐딱하고, 어긋나 있는 모습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니 신기하죠?


코칭을 하고, 브랜딩에 참여하는 사람으로는 고개가 갸웃해집니다.

지금같은 고도화된 시대에 호감 곡선의 정점을 찍는 방법이 '결점을 드러내는 일'이라니.
(물론 제가 내린 결론이긴 하지만 ㅎㅎ)
평생 처음으로 양볼의 기미에 감사해야 하는 걸까? 싶은 거죠.
완벽하지 않음이 완벽을 만든다는 역설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요.

어중간하게 인간을 복사한 로봇은 웃음거리가 되듯 -
완벽하게 모사하지 못할 거라면 그 자체,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도 또 한 번 하게 됩니다.

4.0시대에 과학기술의 첨병인 소피아를 놓고 내리는 결론이 '결점을 가진 나 자체를 사랑하자' 라니 '너무 문과야..... '싶으신가요?
그러나 저는 이 결론이 맘에 듭니다.
인간의 일은 대체될 수 있어도, 인간 자체는 대체될 수 없다는게 제 믿음이니까요.



그나저나 남자 3D 버추얼 휴먼은 나오지 않는 걸까요?
너무 예쁜 '사야'를 보니 괜히 샘나는걸요. 아담이 마지막이라니..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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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 관련해서 스타벅스는 흥미롭게 본 사례인데 여기서 다시 보게 되네요. 비슷한 예로 2010년경 부터 태극무니의 대칭을 수정한 펩시가 있죠. 사실 알게 모르게 시각보정이라는 이름으로 디자인의 양감의 균형을 위해 일부러 수치적인 양감을 깨는 행위는 많이 행해지고 있죠.

그나저나 '사야'는 정말 소름돋는데요.

그럼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균형을 위해 양감을 깬다는게 참 아이러니해요.
'시각보정'이라는 이름이 있나봐요. 몰랐던 개념인데 신기해요.
아무래도 전문가이시니 훨씬 더 잘 아실 것 같아요.

주말 잘 보내셨죠? 힘 되는 댓글 감사합니다.

소피아는 한복 저고리까지 입고 있어서 더 충격이었어요... -_- 진짜 꿈에 나올까 무섭...

저 꿈에 나..왔.어... 요.... 어후. 인면조도 한동안 등장해서 깜짝깜짝 놀랐는데요. ㅎㅎㅎ

강아지랑 고양이 사진보고 심장이 덜컹...! 아 진짜 징그럽네요... 아 싫다ㅠㅠ

허나, 클릭해보면 귀엽다는 평이 굉~장히 많다죠! 으흐흐
우리만 불쾌한 골짜기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인가봐요 ㅠㅅㅠ

글 잘읽고 갑니다. 맞팔하며 소통하고 지내요^^

자연은 항상 대칭을 추구하는데 인간은 오히려 대칭에 불안해 한다니..기이하네요.... 귀엽게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복수..... 끝..... 복수에 복수는 없는걸로....

아.. 자연이랑 비교해서 생각해보진 못했어요. 정말 그렇네요!
제가 설마 복수를요. (으흐흐흐) 뿌.. 아닙니다..=ㅅ= 헤헷

으으....한복입은 소피아.... 90년대 영화에서나 볼법한 공포인형이내요 ㅜ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만 그랬던거 아니죠?
그래도 상황에 맞게 웃음도 짓고, 표정도 여러개라고 해요. 놀랍지만 비호감 ㅎㅎ
저도 으으..!!

대체 소피아는 어디가 오드리 헵번...-ㅁ- (오드리를 건들지 마라!!)

근데 사야는 정말... 대박 정말 사람같네요.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결점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생각도 하게 해주는 글 감사합니다 :)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신것 같아 '오오오~ 글 잘썼다!' 싶었어요.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결점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이 시각을 잃지 않고 스스로에게도 우쭈쭈 해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쏭블리님의 모든 의견을 웃으며 받아주셨던 교수님들에, 제게도 절실한 요즘입니다.
저도 감사합니다^_^)

저도 저 이모티콘이 불편하던데 근거가있네요 ㅋㅋㅋ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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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welivefor 님 감사합니다>_<)b
어떻게, 여사친님과는 잘되고 계신겁니까아?ㅎㅎ

와웅.... 살짝 소름돋았어요ㅎㅎ..ㅠㅠ..
인간이 아닌게 인간을 닮아서 ‘인간적으로 행동하려 한다는것’ 그 자체에 뭔가 본능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것 같아요.
사실 게임에도 정말 실제 사진같은 캐릭터들이 구현되어 있지만 스스로 움직이거나, 예상되는 통제 밖의 행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덜 무서운데.
저런 그래픽들이 작정하고 사람인척 하면 무섭..

teemocat님, 반가워요!! 뭔가 오랜만인것 같은데요?

요런거 말하는거죠? 게임케릭터!
맞아요!! 써주신 내용이 핵심인것 같아요. 인식에는 사람인데, 동작이나 행동이 부자연스러운거.
그럼 "으으으" 이렇게 되잖아요.
teemocat님 놀려주고 싶어서 이미지 찾다가 저 계속 소름돋았어요. 으으,
오랜만에 블로그 글 보러 가서 정화해야겠어요~ㅎㅎ

헤헷 @feeltong 님 오랜만이에요.
가끔 필통님 글들이 보였으는데 댓글달러 자주 찾아오진 못했네요.
근데 저런거 보면 참 신기해요.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건 뭔가 DNA에 각인이 되어있다는 건데.
왜일까요? 본능이란 정말 놀라워요.

저는 신을 믿지는 않지만, 인간을 자세히 보면 왜 사람들이 신을 믿는지 알것 같아요.
'눈먼 시계공' 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와요.
(사실 눈먼 시계공은 이 문구 자체를 반박하는 책이지만요)

페일리(19세기의 신학자)의 논문에서 그는 어떠한 목적을 가진 시계공이 정교하고 복잡한 시계를 설계하고 만든 것처럼 시계공과 같이 의식이 있는 설계자, 즉 신이 생명을 창조하였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뭔가 정말 믿기 쉬운 구절인것 같아요.
이렇게 복잡한 인간과 다른 생물체들은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 졌다고 생각하는게 뭔가 단순명쾌 하잖아요?
아무튼!!ㅎㅎㅎㅎ 재밌게 봤어요 필통님!!

페일리의 논문에서는 절대자를 설계자로 비유한것이네요? 오, 좋은 나눔 고마워요.
'눈먼 시계공' 이라는 책이 그걸 반박하는 것이라면...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나요?

저는 신을 믿지만 종교는 없는 사람으로.
내가 어쩔수 없는 영역의 책임을 신에게 돌리는것이 인간에게 엄청난 안정을 준다 느껴요. 가끔, 편의에 의해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대화 재밌어요! 글도 잘 읽어줘서 고맙습니다아~

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야기해요ㅎㅎㅎㅎ
신이 있다면 그건 바로 시간이라는.
신이 존재한다면 그 신은 어떤 존재를 뚝딱 하고 창조해 내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하나 맞춰보고 틀리면 고쳐가면서 진화하게 하는 그 모든 일련의 과정이라는 맥락이였던것 같네요. 이 책을 읽은지도 어느덧 5년 전이라서..! 작가가 유명하죠 리처드 도킨슨ㅎㅎ

엄청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해요
완벽함에 느끼는 이질감과 비호감이 자연스럽게 드는게 본능? 이거나 일반적인게ㅜㅜ

씁쓸해 하실 필요는 없을것 같아요^^ 우리모두는 불완전한 존재니까. 그 불완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파리의 smile.jay님이 벌써부터 그려지네요~>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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