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썰 #2

in #kr6 years ago

지난 번 포스팅 에서 처음 영어와 만났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했었고, 이제 본격적인 영어공부를 시작한 중학 시절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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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초등학교 3학년인 큰 녀석이 벌써 학교 정규 과정으로 영어를 배우고 1학년인 둘째도 영어에 관심을 보일 정도인데, 제가 중학교 들어갈 때만 해도 영어 사교육 시장이 크진 않았습니다. 학원을 거의 안 다니고 학교 공부 위주로만 하던 저도 겨우 알파벳을 쓰고 읽는 법만 알고 첫 영어 공교육을 받게 된거죠.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1학년 입학과 동시에 국어 교육이 시작되지만 실상 한글을 못 뗀 아이들은 한글로 되어 있는 다른 과목 수업들을 못 따라가게 되는 이상한(!) 공교육 과정은 그 당시 영어교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교과서는 A, B, C 쓰기부터 시작하지만 무조건 알아서 외워서 따라잡고 빡빡이 숙제를 통해 한국인 필수 영어인 “Hello, how are you doing?” “I am fine. Thank you and you?” 등 예시문과 school, home 등 같은 교과서 단어들을 무조건 달달 외워야 했습니다. 게다가 사교육으로 미리 공부한 몇 녀석들에게 맞춘 수업 진도는 대다수 친구들이 영어와 담을 쌓게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나쁘지 않은 암기 능력으로 1학년은 어찌 어찌 버텼는데,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사단이 터졌습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지만 지방 명문학교랍시고 우열반과 경시반으로 학생들을 가르고 성적지상주의를 추구하던 학교였는데 저는 1학년 때 경시반, 우등반에 들었고 2학년 때는 반장까지 맡아 선생님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죠.

하지만 선생님들의 기대와 달리 수업 외 예습, 복습이란 걸 모르던 제게(숙제도 종종 안 했죠~ ㅎㅎ) 2학년 영어수업은 악몽이었습니다. 당시 1학기 영어 담당 선생님은 성문영어 스타일의 영문법 신봉자 셨는데, 성문영어는 커녕 조금 쉬운 버전인 맨투맨 영어조차 등한시하던 저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철저하게 말아 먹었죠. (지금도 67점, 71점이라는 점수가 똑똑히 기억납니다. ㅋㅋㅋ)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담임 선생님께서 영어과셨는데 심각성을 느끼셨는지 방학 전에 저를 불러 영어 문제집 한 권을 던져 주셨습니다. 제 기억이 맞으면 ‘영어박사’ 라는 이름의 영어 독해 문제집이었습니다. 1학기 출제 담당 선생님과 달리 제 담임 선생님은 원어 수업이라는 획기적인(!) 수업방식을 도입하셨고, 본인 수업은 곧잘 따라가던 제게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위 책을 추천해 주신 거였습니다.

제 소개글에서도 밝혔듯이 ‘읽는’ 것을 좋아하는 제게 독해를 통한 영어공부는 최적의 방법이었습니다. 역사나 위인, 시사 등 다양한 주제의 글들을 이해하려면 두꺼운 영어사전을 끼고 모르는 단어 하나하나 찾아가며 해석해야 했는데 여기서 재미를 찾은 거죠! 이 때 영어사전을 보는 데 초등학교 때 배운 발음기호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글자만 보고 소리를 떠올리면서 읽으며 외우니 더 잘 외워진 거죠. Boy를 "비, 오, 와이" 라고 읽는 것과 "보이" 라고 읽으며 외우는 건 천지차이니까요!

사전

영어공부썰을 쓰게 된 계기인 김민식 PD의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의 방식처럼 통채로 외운 건 아니지만 스스로 단어 찾고 해석을 위해 머리 싸고 공부하면서 영어의 체계를 나름대로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2학기 영어 시험은 다행히 담임선생님께서 지금의 수능 스타일로 출제하셨고 독해에 적응한 제 성적도 99점, 100점으로 반등합니다. (1년 합산 성적은 90점을 못 넘어 제 1학기 성적을 잊으신 담임 선생님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학년말에 물어 보셔서 민망했지요. ㅎㅎ)

자칫 영어란 녀석과 영원히 등지게 됐을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좋은 스승을 만나고 제게 맞는 영어공부법을 찾아서 영어를 친숙하게 받아 들이고 지금까지 나름 영어를 먹고 사는 데 이용할 정도까지 배우게 됐네요.

다음엔 한 번 영어에 맛을 들인 후 팝송을 통해 실력을 더 키우게 된 얘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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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영어에 미쳐서 살았던 때가 생각나네요.
하루에 한 3~4시간을 한 2년 정도 했었습니다.
그때의 공부로 지금까지 꾸역꾸역...
늘 유창한 원어민 발음과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꿈꾸며 ㅋㅋ

저도 학창시절 공부로 지금껏 울궈먹고 있습니다ㅎㅎ
자막없이 볼 수는 있죠! 단 이해와는 별개로 ㅋㅋ

영어공부 정말 평생의 업? ㅎㅎ 어쨌든 하는 일이나 좋아하는거랑 연관이 되어야 그나마 늘더라구요.
다음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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