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제이야기] 어쩌면, 거품이 꺼지지 않는 시대의 도래
그 동안 투자에 있어서 진리처럼 회자되는 말이 있었다.
‘모든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다.’
경제학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사람들조차 이 말을 진리처럼 여겼을 지도 모른다. 이 말은 역사적으로 수도 없이 반복된 투기 거품의 붕괴를 통해 증명되어 왔고, 가장 최근까지도 맞아 떨어졌다고들 생각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대공황을 예로 들 것이지만, 그 이전에도, 심지어 우리가 알고 있는 튤립 투기 이전에도 고대시대부터 투기 거품은 계속 존재했었다. 그러다 사람들은 튤립과 대공황으로 대표되는 투기 거품의 붕괴에 대해 연구하며 진리처럼 여겨왔고, 이후 꾸준히 투자가 존재하는 곳에는 거품이 끼며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패턴이 반복되어 왔다.
때문에 근래까지도 사람들은 진리처럼 ‘투자에는 어김없이 거품이 끼기 마련이고, 그렇게 낀 거품은 어느 순간 폭락하며 경제를 망가뜨린다.’는 명제를 신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어느 시점을 계기로 이러한 명제가 어쩌면 더 이상 맞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 생각하고 있다. 그 시점을 나는 2009년으로 본다. 어째서 그런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거품이 꺼진다는 것은 이런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그 정도의 가치가 없다. 그리고 그 정도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기에 앞으로도 그런 가격이 될 일은 없다.” 이 때 우리는 거품이 꺼졌다고 이야기 하며, 실제로 그렇게 가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 다시 큰 가격에 거래되는 일은 사기꾼에게 당할 때 밖에는 없다.
즉, 아직 가치가 증명되지 않은 것에 대해 너무 높은 가치가 책정되었다가 그 가치가 별거 없음으로 드러나면서 그것을 보유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어지게 되고 결국 가격이 폭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거품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이 될 수 있다. 가령 아타리 쇼크라 불리는 사건이 있다. 게임이 너무 잘 팔리니까 대충 쓰레기 게임이라도 무조건 만들기만 하면 팔린다고 생각다가 결국 찍어낸 게임 수백 만 개가 전혀 팔리지 않아 모두 땅에 묻어버린 사건이다. 장르소설도 비슷한데, 히트 친 작품이 나오면 너도나도 따라하며 비슷한 작품이 양산되다 독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시장 자체가 죽어버리게 된다. 뭐, 이런 건 다른 시장에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게 된다. 아타리 쇼크가 일어났다고 해서 게임 시장이 죽은 것은 아님을. 닷컴 버블이 일어났다고 해서 인터넷 기업이 죽은 것은 아님을. 양판소가 범람했다고 하여 장르시장이 죽은 것은 아님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일어났다고 해서 주택가격이 과자 사먹을 돈이 되지는 않았음을. 쇼크는 한 순간이었고, 이후 곧장 본 가치를 회복했으며 이후에는 어마어마한 성장들을 모두 했다.
거품이 꺼지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가치가 터무니 없이 고평가되었음이 드러나고, 또한 앞으로 오를 일이 없을 것이라고 모두 판단하여 가진 것을 전부 내다 팔아야 한다. 그런 일이 동시에 일어날 때 값은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다 결국 ‘휴지’가 되어 ‘사라진다.’ 그걸 우리는 거품이라고 하는 것이며, 유시민은 코인에 대해서도 그렇게 될 운명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던 사람들의 행동패턴이 어느 순간 바뀌기 시작한다. 간단히 말해서, 거품이 꺼지던 시절과 꺼지지 않던 시절의 가장 큰 차이는 지식의 대중화 여부다. 인터넷의 보급이 세상을 바꾸었다는 말이다.
그 옛날 투자지식은 일부 전문 투자가와 경제학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일반인들은 그들이 언론에 나와서 하는 말에 따라 탐욕에 물들었다가 다시 공포에 물들며 그들에게 돈을 헌납하는 개미들에 불과했다.
처음 몇 번은 속았다. 굵직한 과거의 사건들, 이를테면 튤립 사건과 대공황을 예로 들며 사람들에게 이게 바로 투기 거품이다라고 말했고, 그렇게 사기적인 거품이 일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사람들은, 아, 정말 거품이 꺼지면 망하는구나... 이런 공포심을 학습했다.
하지만, 그 거품이라는 것에도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완전 쓰레기로 드러나서 휴지가 되어 사라지는 놈도 있지만, 단지 속도가 빨랐기에 조정이 이루어지고 다시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높아지는 것들이 더 많아지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것은 현대 사회의 생산능력 효율이 급등하면서 더더욱 도드라지게 된다. 분명 거품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당시에는 휴지가 되어 사라질 줄 알았는데, 폭락은 했으나 시간이 지나니 회복하는 놈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옛날이었다면 이런 걸 사람들은 모른다. 인터넷이 없으니까. 배울 곳이 없으니까. 일부 전문 투자가와 경제학자만 알지, 일반인은 모르니까.
하지만 인터넷이 보급되고, 공부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깨닫게 된다. 꼭 그런 것은 아님을. 망한 줄 알았던 닷컴 회사들이 여전히 세계 최고 시총 기업이 되었음을. 3억 하다 2억으로 떨어졌던 아파트가 지금은 10억이 넘게 되었음을. 이른바 ‘존버’하면 ‘승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2009년은 경제 역사에 있어서 매우 특이하고 의미 깊은 해로 기억이 될 것이다. 왜냐면, 매번 반복된 거품이 꺼지지 않고, 오히려 그 거품을 공고히 하는, 이를테면 가치의 하향화에서 가치의 상향화로 방향을 틀어버린 해였기 때문이다.
고전적으로 경제란 생산과 배분에 대한 일인데, 현대사회로 오면서 그 생산의 패러다임이 변해버린다. 과거의 교환은 모두가 부족하던 시기에 나에게 모자란 것을 내가 남는 것을 이용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물건을 비축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런데, 현대에는 모든 게 넘친다. 굶어 죽을 일이 없다. 필요 없는 물건도 넘치게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옛날에는 봄이 오기 전까지는 식량을 생산할 길도 막막했다. 요즘은 지구 반대편에서 사오거나, 심지어 겨울에도 하우스에서 넘치도록 작품을 재배할 수 있다.
그러니까, 거품이 생겼을 때, 가진 걸 모두 내다 팔아서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남은 가치라도 건지려는... 그런 행동 자체가 필요 없어졌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게 엄청 많다. 이게 100 정도의 가치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갑자기 10으로 쪼그라든다.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라면 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이걸 내다 팔려 할 것이고 10은 1이 되다 0까지 떨어지게 되며 거품이 터질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내가 가진 게 이거 하나밖에 없지가 않다. 값이 떨어졌다고? 버리면 버렸지 내다 팔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면 가격은 100에서 10이 되었다가 횡보를 시작한다. 예전이면 죽었어야 될 놈이 죽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2009년 미국의 벤 버낸키는 매우 새로운 방법을 개발한다. 고평가된 자산의 가치가 폭락을 하려 하자 시장에 돈을 왕창 풀어버림으로써 그 가치를 유지한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완전 새로운 개념으로서, 이 신박한 기법을 일본이 곧장 따라했고 한국의 강만수도 신이나서 따라했다. 이른 바 양적완화라 불린 신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짐바브웨 같은 나라에서 화폐 가치가 폭락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화폐만큼의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화폐를 자꾸 물건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물건이 부족하니 화폐의 가치는 떨어진다. 0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돈 자루로 빵을 사는 일이 생긴다. 물건 생산이 딸리는 곳에서의 화폐란 그렇게 가치가 없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한국은 다르다. 여기는 다른 의미로 화폐가 가치가 떨어진다. 사람들이 사려는 것이 빵이 아니라 자본이 된다. 그림 하나에 수천억이 되고 부동산의 가치는 계속 올라간다. 이런 나라에서 고평가된 자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산의 가치는 계속 올라가고, 그게 떨어지려 하면 돈을 풀어 그 가치를 떠받친다.
양적완화란 즉, 물가를 잡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높아진 자산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서민을 위해 경제를 안정시킨 것이 아닌, 부자들의 재산이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빵 살 돈이 없는 서민을 위해 돈을 찍어낸 게 아니라, 대출 받아 집 산 땅부자들의 집 값이 떨어질까봐, 재벌들이 가진 주식이 떨어질까 봐 돈을 왕창 찍어내서 그것들을 떠받친 일이다. 그 결과 기존에 80-90% 하락하던 것과 대비해서 50% 정도가 하락했다가, 그마저도 몇 년 안에 모두 회복을 하고 상승을 시작했다.
이러한 차이는 극단적인 양극화를 가져온다. 돈을 계속 찍어내고 나라 빚은 계속 늘어나는데 서민들의 삶은 나아지는 게 없다. 그러한 돈은 고대로 돌고 돌다 높아진 자산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데 쓰인다. 3000억 하던 그림은 이제 6000억이 되었고, 0.01원 하던 비트코인은 이제 1,000만원에 육박하는 시대가 되었다.
유시민은 코인 버블이 터지면서 휴지가 되어 사라질 것이라 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코인의 가치가 없다고 판별이 될 것,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코인을 내다 팔기 시작할 것.
하지만 코인의 가치는 아직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오히려 코인의 가치는 더 높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코인의 가치가 낮다고 판명난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 코인을 내다 팔 이유가 없다. 왜냐면 그들은 다른 수많은 자산이 있고, 당장 굶어 죽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미들이 다 내다 팔아봐야 얼마 안 된다. 요즘 시대에 비트코인 부자들은 코인이 아니더라도 이미 수조원의 부동산과 주식을, 채권과 금을, 그 외에도 수많은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고작 정말 코딱지만 한 돈이라도 건지기 위해 코인을 모두 내다 팔까? 아니면 휴지든 뭐든 개미들이 모두 비명을 지르며 내다 파는 코인을 일주일 용돈 정도로 모두 싹 쓸어간 후에 고가의 희소 미술품 비슷하게 시장에 내 놓을까?
시대가 변했다. 거품이 생기면 꺼뜨리는 게 아니라 윤전기를 돌리고 돈을 찍어내고 은행에 0 몇 개를 추가한 후에 그 올라간 가치를 유지해 버린다. 이러한 경제는 서민을 위한 경제가 아니다. 부자를 위한 경제이다.
그렇다고 해서 서민들이 굶어 죽는 것도 아니다. 부자들이 가진 재산의 0이 몇 개가 늘어다든 그것은 가진 자들의 생태계이며, 먹을 것과 생필품의 생산이 하루 이틀이면 모두 넉넉하게 완료되는 현대 사회에서 부자들의 자산이 줄어든다고 서민들이 굶어 죽을 일은 없다.
다만 높아진 자산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뿐이고, 서민들이 부자가 될 기회는 점점 멀어질 뿐이다.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주식의 가격도 떨어지지 않는다. 자산이라 불리는 모든 것의 가치는 점점 올라가기만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마태 25:29)”
Cheer Up! 많은 사람들이 이 포스팅에 관심을 갖고 있나봐요!
거품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죠.
이것은 인간의 탐욕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좀 단편된 시각일 것입니다.
경제가 참 어려운게
이게 딱 뭐다 정의하기가 참 힘듭니다.
돈이 뭘까? 왜 돈은 항상 부족할까?
결국 자본주의 경제는 돈이 계속 불어나야만 유지되는 구조이죠.
적절한 규모의 인플레이션이 계속 있어야 하는 구조 ..
이게 참 이해가 가지않는 오묘한 점 중의 하나입니다.
거품이 존재했다가 사라져서 경제가 망가지는 것이 아니고
사실은 그 거품으로인해서 경제가 흥하게 된다는 사실을
전문가들은 애써 말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죠.
쓰신 글은 잘 읽었는데 댓글을 달기가 참 어렵네요 ...
노벨상 수상자들끼리도 의견이 갈리는 마당이니
정답은 없다고 봅니다.
그저 계속 변하는 현상만이 있을 뿐이지요.
이제까지 양적완화가 단순히 화폐를 더 유통시켜서 빚을 갚아주며 빚을 늘리는 행위라고만 생각했는데, 가격을 떠받쳐주는 행위가 되는 거였군요. 코인을 과연 다 내다 팔까요. 아직 그러한 시기는 오지 않았다고 봅니다 ㅎㅎ
이게 서민경제와 부자경제가 디커플링되면 상관 없는데,
그 사이에 낀게 있기 때문에 어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두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2009년에 어물쩡 넘어간 걸 보면
비슷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심혈을 기울인 포스팅 느낌이예요
마지막 문장
자산이라 불리는 모든 것의 가치는 점점 올라가기만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한줄로 모든 내용이 압축되면서 소름돋습니다
새로운 관점의 해석을 보며 또 다른 시야가 넓혀진 기분이랄까요 글잘보고갑니다
이른바 우주시대의 도래죠.
지구에서 못 나가는 사람은, 평생 지구에서만 살게 될 운명이랄까요. ㅎㅎ
네?우주요? space? 이제 돈모아서 다른행성 땅도 사야하는 시대가 곧 오겠군요
양적완화가 그런 뜻이었군요. 그런데, 글 중에서 하나 오타가 있는 것 같습니다. 9번째 문단에서 '거품이 꺼지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가치가 저평가 되었음이 드러나고,'에서 글의 흐름과 논거에 있어서는 '고평가 되었음이 드러나고,'가 아닌가요?
혹시 제가 해당 부분을 잘못 이해하고 코멘트 드린거라면 답글에 앞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오늘도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아하 감사합니다.
ㅎㅎ 후다닥 써서 올리다 보니... ;;;
'평가되다'는 하나의 단어로 띄어쓰기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ㅎㅎㅎ (수정하시면서 평가되다를 띄어쓰셔서 거듭 코멘트드립니다)
네^^
굿모닝에 굿 아티클로 시작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공감하고 갑니다 꾸벅...
굿굿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ㅎㅎ
날이가면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은 심해져가네요
거품이 끼면서 서민들 시대는 점점 주는거같아요
성경구절도 먼가 와닿네요 우리시대를 빗대는거같아
씁쓸해집니당..
그래도 꾸준히 자본을 늘리는 시도를 멈추지 않으면
언젠가는 부자가 되겠지요.
그 시작은 스팀으로 ^^
Upvote and resteem @dakfn
가즈앗!!!! ㅋ
으아앗!!!!
다크핑거님의 사유의 영역은 한계가 없는 듯 합니다. 최고!!! 절대빈곤은
없는부자를 위한 경제, 하지만 그 격차는 점점 양극화되고 있죠. 투자에 대해서는 일자 무식이지만 거품이 꺼진다는 것에는 공감하는 바입니다. 결국 존버가 답인가요?
답은.. 아무도 모르는 거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