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나들이

in #kr7 years ago (edited)

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언제부턴가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지 않는데 내가 무슨 갑부라 그런 건 전혀 아니고 늘 다니는 곳만 다니다 보니 활동반경이 좁아서 그런 것뿐이다.
사실 난 정말 서민 중에도 으뜸(?)서민이다.

그런데 오늘 엄마와 함께 정말 오랜만에 버스를 탈 일이 생겼다.
엄마는 나보다 더 버스를 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 둘은 버스를 타기 전부터 살짝 긴장을 했다.

일단 버스를 탈 때 단말기에 전화기를 갖다대는 것부터 자신이 없었다.
예전에 잘 안 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불안했다.
만일을 위해 현금을 꺼내 들고 있기로 했는데 또 버스비가 얼마인지를 모르겠어서 일단 4천원을 꺼내서 쥐고 있었다.

엄마는 아주 오래전 버스비가 얼마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아줌마 간첩이에요?'하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주눅이 들었다.
우리는 혹시라도 간첩으로 오인받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4천원을 들고 있기로 했는데 갑자기 엄마가 옆에 있던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성들에게 버스비가 얼마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어찌나 창피하던지..그런데 그 대학생들도 정확히는 몰라서 서로 계속 물어보더니 대략 1300원 안팎일 거라고 했다.
오호! 저 사람들도 간첩인가.

van-307852__340.png

버스가 오니 엄마가 전화기를 나한테 주셨다.
단말기에 댈 줄 모르니 나보고 대라는 것이다.
내 전화기 대는 것만으로도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었는데 졸지에 전화기 2개를 들게 됐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단말기에 댔더니 내 전화기는 되는데 엄마 전화기는 안 됐다.
역시 우려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기사아저씨에게 하나가 안 된다고 하니 한번 더 찍으라고 하셔서 다시 했는데 뭔가 찜찜했다.
몇 번이나 결제된 건 아닌지 불안했다.

엄마가 지정해준 빈 자리에 앉아서 티머니부터 확인을 했다.
난 서민 중의 서민이니까.
다행히 결제는 2명 분만 됐다.

그리곤 첫번째 신호대기에 서자 건너편에 앉아계시던 엄마가 자리를 바꾸자는 것이다.
'니 자리가 더 편해보인다. 여긴 너무 불편해'
비틀거리면서 부득불 자리를 바꿨는데 역시 엄마 말이 맞았다.
무슨 비행기 비즈니스석도 아닌데 도대체 좌석의 앞뒤 간격은 왜 이렇게 넓은지 이해가 안 갔다.
그리고 팔걸이 손잡이는 의자랑 같은 높이에 오른쪽 하나만 있으니 코너를 돌거나 정지했다 출발할 때마다 몸의 중심을 잡는 게 힘들어서 계속 온 몸에 힘을 주고 가야만 했다.
버스가 이렇게 불편하지 않았었는데 왜 이렇게 됐나 싶었다.

그래도 모처럼 창밖을 보면서 즐기려 하는데 내 뒤에 있던 아이가 자꾸만 내 머리카락을 만지고 내 귀 가까이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오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아이엄마가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 내 머리를 만졌다.
속으로만 '이 놈의 자식, 손 안 치워' 를 되풀이했다.

내릴 때 단말기에 다시 전화기를 대는 것도 역시 한번에 되지 않았다.
'카드를 다시 대주세요'
다시 대도 또 '카드를 다시 대주세요'
결국 세번만에 성공해서 내렸는데 내릴 때 왜 단말기에 다시 대야 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가끔 버스를 탈 때마다 느끼는 건데 버스를 타는 일은 쉽지 않다.

버스 나들이 끝~~~

Sort:  

이용 안하면 불편할 수 있죠.^^ 저도 버스는 불편해서 지하철을 선호합니다.
버스는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잔뜩 긴장하게 되요.ㅋㅋ

맞아요. 내리기 전에 벨 누르는 것도 은근히 신경 쓰이구요.
지하철이 그런 건 없어서 편해요.^^

제대하고 난 이후로 계속 자가운전만 해왔기에 저또한 버스비가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합니다. 익숙하지 않기에 모르는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수도 있겠습니다. 후불 하이패스 카드로도 버스나 전철 탈수있으려나요? ㅎㅎ

후불 하이패스카드는 모르겠지만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로 전철이나 버스 다 되더라구요.
전 티머니만 써봐서...
버스비 모를 수 있는데 왠지 좀 민망해서요.ㅠ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에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에 내장되어있어서 버스비 모르시는분들이 많을거에요. 저도 사는지역이 좁아서 주로 택시를 타다보니 버스를 한달에 한번이나 탈까 말까 합니다 ^^;

그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자신있게 물어봐도 될 걸 그랬네요.ㅎㅎ

정말로 버스 안타다가 타면 어리둥절...
저도 서울올라와서 거의 지하철 , 개인차 만 탔엇지..
버스는 탈 일이 없어서 안타는데..
막상 타게되면.. 얼마인지도 모르는건 사실..
교통카드 없으면.. 더욱이 난감하니...

맞아요. 교통카드가 있어야 해요.ㅎㅎ
버스는 지하철과 다르게 정말 복잡하더라구요.

맞아요 ㅠㅠ 진짜 교통카드 없으면 완전 멘붕!

매번 카드로만 찍고 다니니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잘 모르고 살고 있더라구요. ㅎㅎ
중딩때 150원, 180원짜리 회수권 내고 다닌 기억이 떠오르는데, 그 때 참 별의 별 친구가 다 있었죠..
10장짜리 붙어있는 회수권을 사면 교묘하게 11장으로 만드는 기술을 가졌던.. ㅋㅋㅋ

현금으로 안 내니 알 필요가 없기도 하겠어요.
10장을 11장으로...마이더스의 손인가요.ㅋㅋ

자가 운전만 하다보니 버스 탄 지도 언제인 지 가물가물하네요. 요금도 얼마인 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죠.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거 같아요.

ㅎㅎ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오래동안 버스를 안타다 보면 모르는게 맞아요. 그래도 잘 타고 내리셨어요...
저도 버스를 안타봐서 환승은 어떻게 하는지 아무것도 몰라요.
꼬마 아이때문에 내릴때 까지 불편하셨겠어요
그것은 꼬마 엄마가 적극적으로 못하게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

저도 환승은 진짜 모르겠어요.ㅎㅎ
그 꼬마 엄마가 그래도 계속 하지 못하게 했어요.
근데 아마 그 꼬마가 제 머리카락이 좋았나봐요.ㅋ

저도 한국 갈때마다 버스타는게 제일 무서워요.. 그리고, 기사님들.. 대박 험악!! 벨 잘못 눌렀다고 혼남..ㅜ.ㅜ

정말 외국 사시다가 한국 오시면 버스 타는 거 힘드시죠.ㅎㅎ
무서운 기사님 만나셨네요.ㄷㄷ

저는 버스, 지하철로 출퇴근하지만 정확히 얼만지 몰라요. 그냥 카드에 찍히는 대로만 알죠^^

대부분 그런가 봐요. 그래서 그 대학생들도 몰랐던 거 같네요.ㅎㅎ

간첩이라니 무슨그런말을..ㅋㅋㅋ
내릴 때 단말기 대는건 환승할때? 30분 시간 적용하려고 하는거같아요
버스이야기를 이렇게 재밌게 풀어주다니..
역시 코드형아 짱 ㅎㅎㅎ

아~환승!ㅎㅎ 역시 버스는 복잡하다는...ㅋ
재미있다고 해주고..간지형아야말로 짱!

Coin Marketplace

STEEM 0.21
TRX 0.26
JST 0.040
BTC 101296.09
ETH 3673.80
USDT 1.00
SBD 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