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팅은 현재가 아닌 과거로 부터 누적된 가치이다
스팀잇에 가입한지도 이제 어느덧 한달이 조금 더 되어 가는 것 같다. 내 포스팅을 찾아오시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아직 한참 뉴비인 모양이다. 오늘은 내가 한달 남짓 스팀잇을 사용하면서 느낀점을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우리가 스팀에 처음 오게된 이유는 다양하다’라고 쓸려고 했는데, 사실 우리는 '보팅'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좀 더 냉정하게 도덕적인 포장지를 걷어내자면(나는 원래 나쁜놈이다 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 보면) 다른 블로그활동 보다 스팀을 더 열심히 하고 있는 우리에게 보팅의 의미가 가장 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물론 초기에는 ‘보팅을 받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인지 ‘글을 쓰면 보팅을 받게 되는 것인지’의 인과관계에 대해 뫼비우스의띠를 돌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 아니던가. 어느덧 현재의 나는 그것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도, 더이상의 질문도 갖지 않게 되었다.
애둘러서 글을 너무 길게 끌고 온 것 같다. 사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스팀잇과 보팅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괄식으로 먼저 이야기 하는 것이 전달력 면에서는 좋겠지만 조금은 논란이 있는 주제이기도 하고 딱딱하며, 까칠한 주제이기에 조심스레 뒷부분에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사실 예전부터 쓰고 싶은 내용이긴 했는데, 적어도 한달간은 경험해 봐야 제대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미뤄놓았던 글이다.
1. 보팅의 의미
보팅. 스팀잇의 광고 문구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보팅이란, 간단히 말하면 금전적인 이익을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거래소에서 얼마든지 교환이 가능하기에 사실상의 현금을 의미한다. 최근에 이런 소문들을 듣고 스팀잇 가입자가 폭팔적으로 늘고 있다. 이제 거의 100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많이도 늘었다.
2. 나는 당신에게 왜 보팅해야 하는가
우리가 당신에게 보팅을 하기 앞서 먼저 질문을 하나 해보자. ‘나는 왜 당신에게 보팅을 해야합니까?’ 이 질문에 클리어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함께사는 곳' 이라는 이름 아래 도덕적 선함으로 포장된 ‘우리 친하게 지내요’ 라는 포장지를 걷어 내고 한번 이성적으로 이야기 해보자.
코딩을 배워야 하는 이유에서도 간혹 설명했던 부분이다. 코딩을 하면서 습득한 문제 분리력은 이런 상황에 있어 많은 도움을 준다. 코딩에는 감정이 들어갈 수 없다. 따라서 코딩을 위해 추상화된 문제를 분리하게 되면 그동안 나를 감싸고 있던 감성과 도덕, 윤리 및 기타 고정관념, 습관 등을 철저하게 도려내고 누가봐도 명확한 사실들만 이성적으로 남게 된다. 어찌보면 딱딱하지만, 바로 이것이 코딩의 매력이다.
처음 가입한 당신이 나와 서로 맞팔을 한다. 그리고 서로 친해져서 나도, 당신도 서로에게 보팅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당신이 나를 보팅해 준다 한들 이제 막 스팀잇을 시작한 당신의 보팅금액은 $0.01이 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스팀량이 부족한 날에는 당신이 보팅해도 내 글의 보팅금액이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당신은 나에게 보팅을 기대하고 그것들을 합쳐 수십불, 수백불의 가치를 모으려 하는가?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에게 줄 것이 있습니다.
2의 이유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의 팔로윙을 받아들인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팔로워 숫자를 높이는 정량적인 효과가 있긴 하지만 2의 이유에 비추어 보면 당신과의 관계는 나의 보팅을 늘리고 금전적인 이익을 취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팔로윙을 받아들인다.
나는 이제 막 스팀잇을 시작한 당신에게 보팅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 나는 오직 당신만의 글/이야기를 기대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적어도 당신은 우리에게 보팅 받은 금액 이상의 가치를 만족시키는 글을 쓸 의무가 있다. 미안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설사 SNS라는 것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위한 커뮤니티 활동일지라도 스팀잇 내에서는 그것만이 목적이 될 수 없다. 금전적인 이익을 줄 수 없다면 당신은 우리에게 내가 스팀잇을 하는 이유, 좀더 정확히는 재미를 선사해야 한다. 당신의 말빨로, 한글이라는 언어로, 혹은 당신이 고심해 찍은 사진으로, 영상으로 말이다.
4. 글을 못쓰는 사람은 스팀을 떠라난 말입니까?
3의 이유로,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은 스팀을 하면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하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는 당신의 글(글, 사진, 영상 이하 모두 글이라 칭하겠다.)의 문법적인 완성체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글을 통해 그동안 내가 느끼지 못하는 부분을 느낄수 있게 해주면 된다. '잘쓴 글'을 바라는것이 아니라 '좋은 글'을 바라는 것이다.
'잘쓴 글'과 '좋은 글'의 차이와 작성 방법에 대해 서술한 글들이 스팀잇에 많이 올라와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본 @beyond-lee 님의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 그 확실한 대원칙 하나’ 를 추천한다.
5. 보팅은 현재가 아닌 과거로 부터 누적된 가치이다.
나도 그랬고, 먼저 스팀잇을 시작한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말 고심하여 많은 시간을 투자한 글을 업로드하며 홈런을 기대 했던 그때 그 순간. 업로드 직후 글을 읽어 보고 또 읽어 보며 ‘와우, 쩌는데?’ 라는 자기 만족에 심취해 있던 그때. 어서 빨리 보팅이 되기를 바라며 새로고침을 해보지만, 안타깝게도 보팅이 되지 않아 ‘내일이면 올라가 있겠지’ 라는 자기 위안에 잠을 청했던 그때.
나도 그날을 기억한다. Reverse designing 이라는 심오한 컨셉의 글을 올려놓고는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했던 그때.
[Reverse designing] Introduction
[Reverse designing] AirPods - concept
하지만 어떤가? 살림살이좀 나아지셨는가? 아니다. 당신이 처음 올린 그 글은 절대 당신이 상상하던 보팅을 받을 수 없었을 터.
보팅은 현재가 아닌 '지난 과거로 부터 누적된 가치'임을 깨닫게 된 것이 바로 이때 쯤 이었던 것 같다. 스팀잇을 하다 보면 필히 당신 글의 보팅이 점점 높은 숫자를 가리키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허나 이것은 단순히 당신의 글쓰기 실력이 늘어서도 아니요, 당신 글의 소재가 좋아져서도 아니다.(뭐 약간의 영향은 있겠다.) 그것은 흡사 지난날 당신의 글을 보며 당신과 무음으로 소통한 사람들 과의 관계속에 형성되는 일종의 친밀감의 밀도와 같은 것이다.
당신의 포스트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당신의 오늘자 글만 보지 않는다. 필히 그들은 당신의 과거를 훑어보며 당신이 어떠한 사람인가를 먼저 알고자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해 궁금해 하는건 인간의 본성이다. 내가 이야기를 나눌 만한 사람인가를 평가하는 행위. 어찌 보면 소통이란 비로소 이런 평가의 순간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니 당신의 포스팅에 보팅이 적다고 해서 마음 상해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은 필시 오늘이 아닌 내일 당신의 글에 의미를 부여 해 줄 것이다.
6. 50%, 25%의 보팅에 나는 더 감사하다.
100% 풀보팅은 언제나 환영이다. 하지만 나는 50%, 25%보팅에도 언제나 감사하다. 사실 보팅액을 선택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스팀파워를 갖고 있는 사람들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스달 획득에 도움이 되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풀보팅을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아쉬워 하지 않는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그들이 부여해 준 보팅 금액 보다는, 오히려 보팅의 결정과 함께 얼마의 보팅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한번 더 수고로운 고민을 해 준 부분에 대해 감사한다.
‘오늘 나의 밥값은 얼마가 적당한가’와 같은 맥락으로 ‘나의 글이 얼마의 가치를 갖는가’에 대해서는 사실 정량적인 지표가 없다. 만일 facebook의 좋아요와 같이 무제한의 풀보팅만 가능하다면 대부분의 글들은 보팅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스팀잇은 그렇지 않다.(이부분은 정말이지 소름돋도록 잘 설계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충전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보팅 파워는 제한적이고 이런 이유로 그들은 보팅에 앞서 고민을 해야한다. 그리고 그런 고민의 중심에는 그들이 스팀을 하는 이유. 곧 그들의 즐거움에 대한 나의 글의 점유율이 존재한다.
생각해봐라. 50%의 보팅파워는 오늘 자신의 스팀잇의 즐거움의 1/2을, 25%라면 1/4을 차지 했다는 말이지 않는가. 스팀잇에 있는 수많은 글들중에 내가 그의 하루에서 50%를 차지한다니. 이보다 더 가치있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물론, 풀보팅이라면 더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것이다. (풀보팅은 언제나 사랑입니다. ^^;)
7. 고래에 대한 불편한 진실
6의 이유로, 고래의 영향력에 대한 거부감과 함께 일종의 권력으로 칭해지는 스팀파워에 대해 부정적인 글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사실 돌려서 이야기 할 뿐이다. 정확히는 그들이 가진 명성(파워)이 아니라, 그들이 올린 글에 대한 보팅 금액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결국 사람들은 '돈'이라는 금전적인 가치에 민감하다. 명성이 아무리 올라도 금전적인 가치를 얻을 수 없다면 사람들은 고래의 명성에 대해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고래라 불리우는 명성도 높은 사람들의 피드에 가보면 나의 보팅액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금액이 찍혀 있는 것을 자주 확인 할 수 있다. 내가 이틀에 걸쳐 심도있게 고민한 글과 그들이 먹스팀으로 올린 단순한 사진 몇장의 글이 어찌도 이리 큰 차이가 있는가에 대해 뉴비들은 실망감을 감출수 없다.
하지만 보팅이란 '현재가 아닌 과거로 부터 누적된 가치'이다. 다시 한번 그들의 피드를 가봐라. 끝없이 무한 스크롤되는 피드는 그들이 스팀잇에서 보낸 수많은 시간들을 알려주며, 그런 시간들속에 그들이 행한 소통의 크기를 알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언제나 현재에 서서 문제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로 인해 '시간'이라는 과거로 부터 누적된 요소를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현실에 대한 가치평가에서 시간을 빼면 어제를 거쳐 오늘이 된 현실을 다시 부정하는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된다. 미안하지만 그리고 조금은 아쉽지만, 자의든 타의든 그들이 소모한 시간을 우리가 한번에 갖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는 인류의 역사이자, 바꿀수 없는 세상의 이치이다. 우리는 모두가 동일한 현재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가 다른 과거를 축척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기에 나는 고래들이 그리 불편하지 않다. 인간이기에 그들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들은 일찍 믿었고,
우리는 조금 늦게 믿었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아직 믿고 있지 않을 뿐 아닌가.
이상으로 한달간의 나의 스팀잇 월기(?)를 마친다. ㅎㅎ
자, 그럼, 다음달에 다른 월기로 또 만나요! ^^;
사실 제목에 확 끌렸습니다.
평소 제가 생각하던 내용이었거든요.
그리고 글의 내용에도 다 동감합니다.
여기에서도, 페북에서도 종종 뵙겠습니다.
@armdown 님의 꾸준한 연재 언제나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자주 뵈어요~ ^^
오홋... 과거의 가치를 현재에 받는다는 개념이 딱이로군요. 활동력이 떨어졌을때 (댓글달러 여러군데 돌아다니지 못한 날) 보팅액이 깎여나가는것도 그런 이유에서일까요 ㅋㅋㅋㅋ
기존에 받은 보팅액이 7일 만기일 이전에 깍이는건 스팀발행량에 따라 가변적인 현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발생된 스팀을 보팅받는 것이기에 스팀잇에서 발생된 총 보팅량을 나누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있는데요, 이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좀 더 공부를 해봐야겠습니다. ^^;
아 ㅎㅎㅎ 깎인다는 표현이 받고 낮아진다는 표현이 아니라 평소 받던 보팅액보다 적은 보팅액이 찍힌다는 의미로... ㅎㅎㅎ;;; 7일간의 평균 스팀 가격으로 보팅액이 결정되는건 알고 있습니다 ㅎㅎㅎ;;
아.....ㅋㅋ 제가 잘못 이해 했네요.
아무래도 자주 못보면 조금씩 잊혀지는 거겠죠. ^_^
신선한 시각입니다. 알면 행함이 있지요^^
이제 행할때지요. ㅋㅋ
보팅은 분명 그냥 클릭이상이죠 -
앞으로 글들도 기대합니다!
소재가 마르는 그날까지 쥐어짜 보겠습니다. ㅋㅋㅋ
동의합니다. 리스팀할게요^^
리스팀 감사드려요~
보팅이란 '현재가 아닌 과거로 부터 누적된 가치'
문학적인 보팅의 정의네요
제 글에 있는 보팅들도 과거로부터 시작되었군요
문학적이라기 보다는 과거 없인 현재가 존재할 수 없으니, 뭐 당연한 이야기겠지요. 다들 너무 보팅 금액들만 쫒는 것 같아 한번 정리해 봤습니다. ㅎㅎ
좋은 글이네요.. 리스팀 하겠습니다..
와우, 리스팀까지. 감사드려요!
너무 필요했던 글이에요 감사합니다
팔로 꾹~💕
저도 팔로우 꾹~~
글이 물흐르듯 잘 읽혀져서 좋네요. 사싱 금액도 좋긴한데 결국엔 소통하는 재미도 솔솔한 것 같습니다. 스팀만큼 뷰 대비 댓글을 많이 다는 sns도 없죠. 블로그 운영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뷰가 몇백 몇천가도 댓글 은근 잘 안달거든요. 그거 하나만으로도 제겐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 생략하간 했는데, 소통에 있어 정성들인 댓글역시 무시할수 없겠죠. 스팀잇의 댓글 비율은 블로그도, FB도 따라올 수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이유인지는 몰라도, 내 정보에 보면 댓글도 글의 갯수에 포함되더라고요. ㅋㅋ
안녕하세요, 어제 처음 스팀잇을 시작한 뉴비입니다. 많은 분들이 좋은 글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 포스팅을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초보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인 것 같습니다. 꼼꼼하게 정독하고 갑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앞으로 @toryhenry님도 좋은 글 부탁드릴께요. 종종 놀러가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