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하면서 창업준비하는 그룹 '지퍼즈'
지금 이 순간, 잠시 멈춤
“지금 이 나무 데크의 느낌은 어떤가요. … 이 비가 차갑다는 감촉, 내딛는 발걸음, 한 발 한 발 느껴봅니다. 지금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느껴보세요….” 선유도 공원에서 우리는 천천히 함께 걷지만 또 혼자 걸었다. 내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고 내가 내딛는 발에 주의를 기울였다. 정신없이 하루를 사는 바쁜 현대인에게는, ‘정신없음’을 잠시 멈출 시간이 필요하다. ‘gPause : 명상하는 창업가들’의 2018년 5월 모임이 선유도 공원에서 열렸다.
| 내면의 힘을 찾는 시간
이날 톡톡 비가 오는 선유도 공원에는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쓴 30여 명이 이어폰을 귀에 꼽고서 느릿느릿 걸음을 걸었다. 슬로우 모션처럼 또는 마치 좀비zombie처럼 걷는 모습이 잰걸음으로 그들을 지나쳐 가는 사람들과 확연히 대비된다.
‘gPause : 명상하는 창업가들’의 5월 모임은 선유도 공원에서 걷기명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진행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들으며 마음챙김 걷기를 하는 중이었다. 이날 걷기명상 지도자는 gPause Seoul의 Innitiator, 한국내면검색연구소 유정은 대표였다.
‘gPause : 명상하는 창업가들(이하 지퍼즈)’. 지퍼즈는 매월 둘째 주 화요일,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진행되는 창업가 및 예비 창업가들을 위한 마음챙김 명상 및 네트워킹 모임이다. 2015년 구글 캠퍼스 서울이 개관하면서부터 시작해 3년째 매월 정기 모임을 갖고 있다.
창업가만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에 관심이 있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네트워킹하고 싶다면 누구든 함께할 수 있는 커뮤니티다.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운영진이 되고, 하고 싶은 행사를 꾸리며 함께 1년을 계획한다. 직장인이나 청년층 참여율이 높고 평균 50여 명이 꾸준히 참가한다.
“지퍼즈는 명상을 가르쳐주는 곳이 아닙니다. 지퍼즈는 명상을 주제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하며 연결하는 모임, 알아차림을 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곳입니다.”
유정은 대표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지퍼즈는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하는 명상 문화 플랫폼으로, 매번 다르게 마음챙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바디스캔, 드로잉, 스피드 데이트, 시 낭독, 초콜릿 먹기, 눈 맞춤, 초청 연사 강연 등 특별한 주제로 온 주의를 기울이는 시간을 갖는다. 마음챙김이라는 결을 가지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생의 창업가이기도 하지요. 창업가들에게 내면의 힘을 키우는 일은 꼭 필요합니다. 창업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에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맞나’ 생각이 들 때, 마음챙김 명상을 하면 회복탄력성을 키우고 마음의 힘을 기를 수 있을 거예요.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면 내면의 나침반을 따라갈 수 있게 될 겁니다.”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시간. 유 대표는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을 온전히 의식적으로 알아차리는 마음챙김을 마음의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알아차림을 리드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한 참가자는 “처음에는 젖은 바닥을 피하려고 했는데, 피하려는 마음을 알게 됐다.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걸으니 모래에서 팥빙수 얼음같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고 소감했고, 다른 참가자는 “걷다가 생각을 놓쳐 잠시 걷기를 멈추고 서있었다. 그랬더니 바람 소리가 들리고, 꽃향기를 맡았다. ‘지금 내가 여기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차분하게 자신의 경험을 나눴다.
| 잘 다스려진 마음에 행복과 평안이 깃든다
지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마음챙김이 주류문화가 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매년 열리는 명상 컨퍼런스 ‘위즈덤wisdom 2.0’은 실리콘밸리 기업의 창립자와 임원들, 미국 대기업 회장들이 참가해 명상 지도자의 강의를 듣고 대담을 나눈다. 그들은 ‘나만의 수행’이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현명하게 사는 법. 이들에게 마음챙김 명상은 자신과 조직의 가치를 바꾸고 문화를 바꾸는 열쇠가 됐다. 이처럼 한국에도 그런 문화가 널리 퍼지는 게 지퍼즈 운영진들의 바람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현대 인류의 니즈입니다. 부처님도 2,500년 전 자기 삶의 불만족 때문에 고통 있음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섰죠. 현대 인류는 인류의 전체 역사상 가장 풍요롭지만, 그만큼 행복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는 사실은 중요한 변곡점이에요. 왕자였던 싯다르타가 풍요로움 속에서도 괴로움을 느꼈던 것처럼, 우리도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챙김은 물결이에요. 자연스럽게 올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2016년 9월, 팀을 꾸려 마음보기 애플리케이션(앱) ‘마보Mabo’를 출시했다. 지퍼즈를 함께 했던 엔지니어가 유 대표의 명상을 유도하는 목소리를 녹음하고 싶다고 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명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마음챙김이 바르게 정착되기를, 많은 이들이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국내 최초 마음챙김 명상 앱인 마보는 제작단계부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앱을 만들며 크라우드 펀딩으로 목표의 723%를 넘는 금액이 모금됐고, 오픈단계부터 월 정기결제 기반의 유료 서비스로 구성됐지만 지금도 다운로드 및 서비스 정기구독 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일반인들도 명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마보 앱의 사용인구는 20, 30대 여자가 가장 많다고 했다.
“영미권에서는 명상이 요가처럼 대중적으로 알려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요가를 한다고 하면 특이해 보였지만 지금은 아니죠. 10년 후에는 명상이 요가만큼 누구나 할 수 있는 정신훈련으로 알려질 것이라는 것이 대중적 견해입니다.”
그래서 마음챙김 물결이 올바른 방편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인 유 대표는 “명상은 무언가를 낫게 만들고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고 전했다. ‘우울증을 낫게 해야지’ 하고 명상하는 것은 안티anti-알아차림이다. 알아차림은 ‘우울함을 알아차리는’ 자체가 목적이다. 고통을 피하는 연습이 아니라, 고통이 있어도 행복하기 위해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메타인지라고 한다. 그는 알아차리는 자체가 마음에 힘을 주는 과정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마음챙김을 하면서 가장 큰 수혜자는 저입니다. 훨씬 더 행복해졌습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게 되어서 오는 행복이에요. 가장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습니다. 그런 행복감이 있다는 걸 느끼고 나면 저절로 이 통찰이 밖으로 향하는 순간이 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연결돼있고, 저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바라요. 명상의 최고 경지는 자비심과 자애심입니다. 그런 면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음챙김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잘 다스려진 마음에 행복과 평안이 깃든다. 끊임없이 운동을 해야 근육이 발달한다.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운동, 지금 당신의 마음은 어떤지 알아차려볼 때다.
‘선한 영향력’은 스티밋과 비슷하군요~^^
응원합니다~
창업을 하든 공부를 하든, 마음을 살펴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전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할 듯 합니다.^^
G’day mate! and I Upvoted you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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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many people chess is an extreme sport. It requires thinking.” ====> Ljupka Cvetanova
Thank u so mu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