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숲 - ★itna

in #kr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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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숲>

푸른 여름 내내 시름거리다 끝내 시든 이파리를 너는 꼭 끌어안고
차디 찬 겨울을 서럽게도 맨 몸으로 맞이하였다.

인생의 전부를 잃고 나서도 너는 그 자리를 지켜내면서
조금 남은 양분마저 옆 나무에게 전해주고 서서히 굳어간다.

사라진 너의 자리에는 작은 씨앗이 톡 떨어져 아양 떨다
꼭 어린 시절의 너와 같이 엉덩이 딱 붙이고 자리를 잡는다.

깍지 벗고 더 깊게 흙을 움켜가며 너의 자리를 더듬어
그렇게 메워간다.

이제 그곳엔 네가 없다. 너의 근원이 없다.
너를 사랑한 증거로 너를 상실한 나는 나를 잃어야 할까.
꼭 그래야만 하는 걸까.

글쎄,
나는 모른다.
너를 사랑한 기간만큼 아프겠지만
그 상실감을 이내 상실할테지.

너의 존재는 나의 나이테 어느 한 부분에 존재하고
나의 존재는 낯선 세상에 뿌리를 내린 저 아이처럼
새로운 생명으로 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안다.
그것만은 안다.

그러니 충분히 슬퍼하되 잃지는 말라.
나무가 시들었다고 숲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그 나무 옆 많은 나무들로 둘러싸인 숲, 그 숲이 곧 나라는 사실을.

당신의 숲을 잃지 말고 꼭 잊지 말라.
곧 다가 올 봄, 푸른 이파리에 대롱 맺힌 이슬보는 귀한 일을.
존재해야만 누릴 수 있는 그 고귀한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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