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생각|D-line] #23. 미지수 x
아마 중학교때 미지수 x를 사용하는 방정식을 처음 배웠던 것 같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x를 괄호 두개를 반대로 붙인 모양, )(, 으로 썼다. 괄호 모양 두개를 잘 붙여서 써야 x처럼 보일테지만 수학문제를 풀때 굉장한 악필이었던 나는 그 '괄호 모양 사이를 잘 붙이는 일'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문제를 빨리 풀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그렇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굳어진 습관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했는데, 다루는 수식이 복잡해져 괄호와 x가 한 수식에도 몇번씩 들어가게 마련이었고 그럴때면 내가 써놓은 것이 괄호인지 x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것 때문만이었겠냐마는 내 수학 실력도 형편없었다.
그러다 고2 말쯤인가 우연히 같은 반에 전교 1~2등을 도맡아 하던 친구가 수학 문제를 푸는 장면을 목격했다. 나는 뭐랄까... 감동을 받았다. 친구의 연습장은 정석아재라서죄송의 문제 풀이를 옮겨놓은 듯 정갈했을 뿐 아니라 특히 x가 인상적이었는데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유려한 곡선을 먼저 그은 다음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날카로운 직선을 그어서 마무리하는 방식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원래 영어 필기체 x를 그렇게 쓴다고...). 곧바로 그 친구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무슨 글씨였나 고민하지도 않게 되었고 실수도 줄었다. 수학을 생각하면 어지러운 필기로 가득찬 연습장이나 유난히 낮은 점수만을 떠올리던 나는 잘 정리된 풀이 밑에 간결하게 적힌 답을 보면서 처음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알파벳 x를 미지수로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이 다름아니라 생각하는 동안은 존재하셨던 데카르트 이다. 그는 성인이 된 후 대부분의 시간을 30년 전쟁과 함께 보냈다. 사람들은 전쟁이라는 불안 상황을 늘 인식하며 살아야 했던 특수한 상황이 그가 변치 않는 제1명제를 추구했던 원동력이 됐을거라고들 한다. 난세가 영웅을 낳듯 존재가 위협받는 상황 덕에 그의 존재론적 사고가 끊임없이 발전했는지도 모르겠다. 나같은 필부들이야 전쟁은 무리고 친구 연습장이라도 꾸준히 훔쳐봐야 겨우겨우 새로운 생각들을 하게 되는 거 아니겠나 싶다.
그렇다고 꼭 수학을 잘 하게되었다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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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생각이 납니다.
X에 얽힌 에피소드가 재미있습니다.
데카르트의 얘기도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가끔은 그렇게 연습장에 써서 문제풀던게 그립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