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하지마라. 와 ~을 해라.
안녕하세요. @banguri 입니다.
어제 마음에 있는 글을 한 번 적었는데, 많은 스티미언 분들이 공감을 했나 봅니다.
보팅도 댓글도 제가 이 곳에 온 이후로 가장 많았습니다.
아직 이곳을 지키고 지속했으면 이라고 생각하시는 많은 분들이 계시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많이 배우지 않으셨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39년 생이고 1950년 6.25 전쟁이 났을 때가 국민학교, 그러니까 지금의 초등학생이었으니 피난살이에 배움이 있을리가 없습니다. 아버지 말로는 국민학교는 졸업하셨다는데 제가 봐서는 아마 졸업을 하시지는 못했고, 다니다가 마신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44년생이라는데 아마 더 이전 같고 지금도 정확한 나이는 모르십니다. 어머니는 국민학교 근처도 가지 못하셨고, 지금도 글을 읽는 것이 힘듭니다.
하지만 이 두사람이 결혼을 하고 우리 4남매중 공부 하기 싫어하는 동생 하나 빼고는 다 대학을 보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눈감고도 그려집니다.
그래서인지 매일 밤 우리집은 전쟁터를 방불하는 싸움터 였습니다.
집에 성한 물건은 거의 없을 정도였고, 문짝에 붙인 창호지는 다 떨어져 있고, 장농앞에 달려있던 거울은 다 깨어져 있었습니다.
당신들이 배움이 적어서인지 아니면 공부시키기가 너무 힘들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평생 살아가면서 공부하라는 말씀 한 번 안 하신 것 같습니다.
아니 하지마라는 소리를 더 많이 들은 것 같습니다.
내가 힘들어 죽겠는데, 공부 하기 싫으면 빨리 나가서 돈 벌어오너라...
힘들게 가정을 꾸려서 공부하라는 말씀은 안하셔도 늘 묻는 말은
그냥 학교 잘 갔다 왔나?
별 일 없었제?
밥은 잘 묵었나?
이런 말씀이 다 였고, 학교에서 가지고 오라는 준비물 한번 빠뜨리신 적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가내수공업으로 그 당시 아주머니들이 입는 옷을 만드셨는데, 원단 재단 하는 칼(거의 30cm 넘는)로 밤에 손으로 연필을 깎아 놓으셨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를 가면 가지런하게 깎여진 연필을 매일 보고 다녔습니다. 저는 다 그런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공부하라는 의사표시 였다는 것을 나이 먹고 난 뒤에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아이 둘이 초등학교 다닐 때 커트칼로 매일 저녁 연필을 깎아서 필통에 놓기를 꽤 긴 시간을 해봤습니다. 하다가 중도에 포기 하게 되더군요. 좋은 연필 깎기가 있으니 말입니다.
지금 둘 째놈이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이었을 때, 저에게 와서는 공부가 하기 싫다고 했습니다. 보통의 부모 같았으면 설득하려고, 안 된다고 잔소리를 하지만 저는 그 반대로 저의 부모님과 똑같이 공부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중학교는 의무 교육이라서 학교는 꼭 다녀야 하고 다치거나 아프면 절대 안된다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나 먹고 싶은 것은 마음대로 하게 하겠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대신 중학교를 마치면 고등학교에는 진학하지 못한다는 말과 중학교를 마치면 바로 일을 하러가야 한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어린 나이 였지만 적잖게 충격이었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달라고 하고 난 뒤에 일주일이 지나서 죄송하다는 말과 공부하겠다는 말을 같이 하였습니다.
말이 그러하지 여전히 공부를 잘 하지는 못합니다.
~을 하지마라.
~을 해라.
법과 도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그리고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때로는 꼭 하지 말아야 할 일에 ~을 해라 라는 말을
꼭 해야 할 일에 ~하지 말아라 라는 말이 역설적이지만 더 효과가 있을 때가 있습니다.
제발 술 좀 그만 먹어라 보다는
제발 술을 더 마셔라.
게임 그만 하라는 말 보다
오늘은 게임 더 해라.
공부 좀 해라는 말 보다
오늘은 공부 하지 마라.
저렇게 이야기 하면 자기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뱀발) 저는 공부를 안 했습니다. 뒤 늦게 하기는 했지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따라 하시면 안됩니다.
스팀이 오래 아픕니다.
빨리 나았으면 합니다.
즐거운 오후되세요.
부모님께서 제 부모님 연배랑 비슷하시네요
저희 부모님과 학력도 일치하네요. 저희는 3형제입니다.
나중에 저희 애가 커서 공부하기 싫다면 저보다 집사람이 난리날텐데
벌써 걱정도 되네요 (이제 네살입니다 ㅋ)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한테 써먹고 싶은 방법인데
학원 선생이 공부하지 말라고 하면 큰일납니다.;;
좋은 글 잘봤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그러시군요. 저도 어촌마을에서 공부방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냥 아이들에게 하기 싫으면 공부하러 오지 마라고 말하는 편입니다.
괜히 저의 배를 채우려고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부모님들도 힘들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그냥 상담할 때 바로 이야기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많이 없네요. ㅠㅠ
남은 오후 즐거운 시간 되세요.
아 그리고 저도 삼성팬이었습니다.
이승엽 선수 은퇴 뒤로는 잘 안보게 되네요 ㅠㅠ
이제 개막도 했으니 짬짬이 찾아봐야겠네요
아버님께선 참 따뜻한 분이시군요.
저도 공부 하란 소릴 듣질 못 해 아이들에겐 그 소린 못 했죠. 공부가 한다고 한만큼 되는 것도 아니고. 다만 네 삶이니 책임은 네가 져야한다는 무거운 말은 했던 것같네요.
아직은 20대인 아이들이지만 가끔 만나면 자랄 때 그런 소리 안 들어서 좋았었다는 접대용 멘트를 듣기는 합니다.
좋은 아버지시네요.
그래도 자기 자리 잡고 살면 부모로써 고마울 따름이겠죠.
알아서 하는 아이들을 만들어야 하는데, 말 처럼 쉽지 않네요.
괜찮은 방법인거 같네요...
자극을 주면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괜찮은 방법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정말 안하면 어떻게 하시려고...
오늘도 가게 잘 하세요.
저희 아버지도 항상 그렇게 물으셨죠.
밥 먹었어?
지금도 그러십니다. 그리곤 전화를 끊으시죠..^^
아버지의 최선의 방법이 그거죠 머.
머라고 할말은 많은데, 머라고 하기도 힘든...
힐링합시다.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팔로우하고 갈께요 ^^
네 댓글과 방문 감사드립니다.
팔로우 같이 하겠습니다.
왠지 읽는 내내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제 마음은 또 한단계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힐링 잘 하고 계시나요?
힐링 한다는 글이 없어서 궁금했습니다.
자주 글 좀 올려주세요.
글 주제와는 맞지 않지만 삼성팬이라 하셔서 왔습니다. 부모님 연배가 비슷합니다.
건강하시고 종종 오도록할게요
스팀잇의 아픔은 큰 성장을 위한 성장통입니다.
아팠던 만큼 더 성장할 것이고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니 그 확신이 더 커집니다.
멋진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