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한과학] 왕별 시리우스 vs 서민별 바너드 2탄

in #kr7 years ago (edited)

과학 이야기를 통해 삶의 템포를 잠깐 늦춰보는 '저속한 과학'
1탄 왕별 시리우스에 이어서 오늘은 2탄 서민별 바너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이야기
[저속한과학] 의외로 천문학자 칸트의 우주 vs 어쩌다 천문학자 섀플리의 우주
[저속한과학] 왕별 시리우스 vs 서민별 바너드 1탄






바너드 별 barnard's star 은 작고 어두운 적색왜성 red dwarf 이에요. 그래서 맨눈으로는 볼 수 없다보니 바너드별에 얽힌 신화나 전설은 전무 합니다. 1916년에서야 별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죠. 온갖 신화와 전설에 얽혀있는 시리우스에 비하면 좀 초라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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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왜성 상상도

(C) NASA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굉장히 큰 주목을 받았어요. 수많은 sf물의 주인공이 되었는데요.

잭 윌리엄슨이 쓴 1934년 작 Legion of Space (우주군단) 에서는 해파리처럼 촉수를 가지고 날아다니는 코끼리만한 괴물이 살고있는 거대한 행성의 태양으로 나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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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제작되었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에서는 지구를 파괴한 못생긴 외계인 보곤 vogon 들이 바너드별 행성의 선착장에서 잠시 머물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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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의 어떤 영화에서는 바너드별의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 활력을 증강시켜주는 기계를 가지고 지구에 나타나기도 했다고도 해요. 그외에도 많은 소설, 게임 등에서 바너드별은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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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왜 갑자기 바너드별은 이렇게 각광 받기 시작한 것일까요?

바너드별은 특이하게도 굉장히 빠르게 움직여서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보통 하늘의 별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하기만 할뿐 상대적 위치는 그대로인데, 바너드 별은 그렇지 않거든요. 보통 사람의 수명동안 보름달 지름의 반만큼이나 진짜 움직이죠. 만약 다른 별들도 이렇게 움직였다면 밤하늘의 별자리라는 것은 존재할 수가 없었을 거에요. 그래서 바너드별은 라틴어로 '벨록스 베나르디'라고도 불립니다. 바너드의 폭주성이란 뜻이죠. 바너드 별은 밤하늘의 폭주족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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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바너드 별

(C) Steve Quirk






그런데 왜 바너드별만 유달리 폭주하는 것일까요?
사실 별들은 원래 다 움직입니다. 일단 은하를 공전하고 있는데다가 공전하는 방향이나 속도도 다 똑같지 않거든요. 밧줄로 매어 놓은 것도 아니니 당연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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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바너드별이 튀는 이유는 일단 가깝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것일 수록 느리게 움직여도 많이 움직인 것처럼 보이고 멀리 있으면 빨리 움직여도 적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죠. 물론 바너드별이 다른 별에 비해서 좀 빨리 움직이는 편이긴 하지만 멀리 있었다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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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얼마나 가까울까요?
바너드별까지는 겨우 광속으로 약 6년만 날아가면 됩니다. 광속으로 10만년을 가야하는 우리 은하의 크기를 생각해본다면 이건 바로 옆집 수준이죠. 은하가 서울만하다고 하면 바너드별은 불과 2.4미터 떨어져 있거든요. 이웃사촌이란 말이 있듯이 가까이 있으면 관심이 안갈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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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실제 바너드별로 떠나보자는 계획도 있었어요. 1973년부터 1978년까지 준비되었던 다이달로스 계획 Project Daedalus 인데요. 지구 밖에서 핵융합 에너지를 이용해 4년동안 가속하면 광속의 12%에 이를 수 있고 이 정도 빠르기면 50년 만에 바너드별에 도착한다는 거였죠. 50년이면 갓 성인이된 우주 비행사가 출발해서 죽기전에 도착하는 거니까 상당히 현실적인 우주여행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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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가까운 별인 볼프359 같은 경우는 거의 70년이 걸리기 때문에 우주선 안에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게 되죠. 그러면 우주선에 산부인과 의사, 소아과 의사도 동승해야하고 그에 따른 약품과 장비, 육아에 필요한 물품, 육아 스트레스로 인한 부부싸움, 부부의 성격차이로 인한 불화, 더 심하면 불륜문제… 굉장히 머리 아파지겠죠? 그러니까 다이달로스 계획하에서는 바너드별이 현실적 우주여행의 마지노선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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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1969년엔 바너드별에 대한 중요한 연구결과가 발표됐었어요. 천문학자 피터 캄프 Peter van de Kamp가 바너드별을 도는 행성을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거든요. 지금이야 외계행성이 많이 발견되니까 그게 뭐 대수인가 싶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견이었습니다. 캄프의 연구가 사실이라면 최초로 외계행성을 관측해낸 사람이 되는 거였죠. 그리고 바너드별도 서민별에서 탈피해 최고의 스타별이 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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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희망은 금방 절망으로 바뀌었죠. 다른 학자들도 캄프가 발견한 행성을 관측하려고 했지만 찾을 수 없었거든요. 그리고 캄프의 연구물에서 아~주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캄프는 행성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행성의 중력 때문에 바너드별이 흔들리는 진동을 관측해내고 이것이 행성의 증거라고 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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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연구물을 보니 바너드별의 진동이 관측되는데는 특정한 주기가 있었어요. 근데 그 주기가 글쎄 망원경 렌즈 세척 주기랑 일치했던 겁니다. 바너드 별은 행성 때문에 진동한 것이 아니라 렌즈 세척 작업 때문에 진동했던 거죠. 하지만 캄프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자기 제자마저도 캄프의 연구를 반박했음에도 1995년 사망할때까지도 행성의 존재를 확신했습니다. 아마도 1938년부터 69년까지 3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진행한 연구가 그렇게 어이없는 실수로 무너지는 것을 차마 인정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싶네요. 아..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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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까지도 바너드별의 행성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일러요. 지구처럼 작은 암석형 행성은 발견하기 힘들거든요. 관측기술이 향상되면 지구형 행성이 발견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NASA와 유럽 우주국도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찾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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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구형 행성이 있어도 과연 외계인이 살 수 있는 환경일지는 의문입니다. 일단 적색왜성은 너무 어둡고 차가워요. 그러니 외계인들이 살 수 있을 정도로 따듯하려면 바너드별에 아주 가까이 붙어서 돌아가야죠. 그러나 이렇게 되면 조석고정이라는 요상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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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계속 한쪽면만 뜨겁게 데워지게 됩니다. 반대쪽은 얼어붙을테구요. 한쪽은 영원히 뜨거운 낮, 반대쪽은 영원히 어두운 밤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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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는 광합성 문제에요. 적색왜성에서는 우리 눈에 보이는 빛, 가시광선이 매우 적게 나오고 대부분 눈에도 안보이는 적외선이 많이 나와요. 식물은 광합성할때 가시광선을 이용하는데 저렇게 적외선만 나오면 광합성이 힘들어지죠. 물론 적외선으로 광합성하는 식물이 진화했을 수도 있겠지만 적외선은 에너지가 너무 적어서... 글쎄요. 쉽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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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문제는 변덕이에요. 적색왜성은 흑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흑점에서는 에너지가 40% 적게 나오거든요. 이러면 행성이 받는 에너지가 들쭉날쭉해져서 생태계에 문제가 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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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땐 또 엄청난 에너지의 플레어 flare 가 뿜어져 나와요. 바너드별에서도 플레어가 관측됐었죠. 이러면 순간 엄청난 에너지가 가까이 있는 행성을 초토화시킬 수 있습니다. 참 이런 걸 보면 태양에게 고맙단 생각이 안들래야 안들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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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행성이 아니어도 바너드별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중요합니다.
바너드별이 포함되어있는 적색왜성은 은하의 별 중에 90%를 차지하는 가장 보통의 별이지만 너무 어두워서 관측하고 연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너드별은 가깝고 밝아서 적색왜성 연구에 있어서 최고로 좋은 별이죠. 프록시마 센타우리 Proxima Centauri 가 더 가깝긴 하지만 바너드별에 비하면 밝기가 4분의 1밖에 안되서 연구하기가 까다롭습니다. 바너드별은 우주에서 가장 많은, 보통의, 평범한 별의 대표주자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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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바너드별은 우주가 끝나는 날까지 우주와 함께할 의리의 별이기도 합니다. 바너드별 같은 적색왜성은 질량이 작기 때문에 수명이 길어서 2~3조년이나 되거든요. 138억년 우주의 나이보다 훨씬 수명이 긴 겁니다. 우주에 끝이 있다면, 그리고 그때도 별이 있다면 그 별들은 바로 바너드별과 적색왜성들일 겁니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인 것처럼 우주의 주인은 적색왜성들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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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별이라고 별명을 붙여준 이유가 있죠? 역사에 단한줄 기록되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눈에 띄지않고 살아가는 대다수 우리 서민들과 비슷합니다. 바너드별은 그 조용하고 침묵하는 서민별들 중에 아주 드물게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준 소중한 친구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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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새로운 하늘의 발견, 두번째 지구를 찾아서 /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지음 / 박여명 옮김 (2016 재승출판)

바너드별
https://ko.m.wikipedia.org/wiki/바너드별
http://www.doopedia.co.kr/mo/doopedia/master/master.do?_method=view2&MAS_IDX=68321
http://earthsky.org/astronomy-essentials/barnards-star-closest-stars-famous-stars

The Legion of Space
https://en.m.wikipedia.org/wiki/The_Legion_of_Space

가까운별들
https://ko.m.wikipedia.org/wiki/가까운항성목록

피터 반 드 캄프
https://en.m.wikipedia.org/wiki/Peter_van_de_Kamp

외계행성
https://ko.m.wikipedia.org/wiki/외계_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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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바너드별, 이름도 처음 듣는 별이지만 그림 덕인지 왠지 친근하게 다가오는군요.. ^^ 광속으로 6년이 옆집 수준.. 우주 공포증이 또다시 도지려고 합니다 ㅎㅎ

우주는 정말 공포스럽게 크죠. 조금만 더 아니, 많이 작았더라면 더 재밌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ㅎㅎ

language barrier! salute to you anyways and happy nuya if u'll understand

happy new year~~ One day I will write in English. Please wait

캬... 양질의 포스팅이 쏟아져 나오네요!!
읽지도 못하면서 밤지기님 고래인줄 알고 붙는 외국인도 많구요 ㅋㅋㅋㅋ
바너드별은 사실 모르고 있어서 지난주에 예고편 보고 예습을 좀 했는데도 모르는 이야기가 정말 많군요. 늘 재미있는 이야기 감사합니다!

예습까지?! 최고의 독자십니다^^ 더욱 열심히 만들어야겠네요. 좋은 퀄리티의 컨텐츠를 마구 쏟아내보겠습니다!!!

밤지기님 버전으로 각색된 로타네브-수알로킨 사건 보고 싶네요 ㅋㅋㅋ 소재 응모입니다!

오호~~~ 찾아보니 재밌겠는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자료조사 시작해봐야겠습니다 ㅎㅎ

신기한 . . 우주 ㅋㅋㅋ

신기한 것으로는 따를 자가 없죠 ㅎㅎ

렌즈 세척 주기 때문에 행성이 있는걸로 착각했다니 ㅎㅎㅎ 자기 실수를 인정하고 새로 연구를 했으면 다른걸 발견 할 수도 있지않았을까..싶은 생각이 드네요. 글 사이사이 유머러스한 그림들이 계속 나와서 재밌게 읽었어요! ㅎㅎ

과학계에도 참 별별 희한한 일들이 다 있죠 ㅎㅎ 차차 풀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happy new year , i follow you and upvote you hope you also do same for me thnks Amazing 2018

thank you so much~~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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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a captivating post, you gave out the info i needed at the right time

thank you so much~~ Please come again.

안녕하세요 밤지기님!!
그림체도 너무 좋고, 과학에 관련된 이야기를 이렇게 재밌게 보는 것도 너무 좋은 것 같아요 ㅎㅎ

그나저나 요즘 작가님의 그림이 아주 핫하다고 하던데요?? XD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ㅎㅎㅎ 다 르바님 덕분입니다. extremely hot으로 만들어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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