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압기 최고

in #kr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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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사람들이 밥을 먹는 것처럼 자주 가위에 눌리고 수면의 질도 나쁘다. 가위에 늘리면 늘상 귀신을 본다. 결혼 전에는 몰랐는데 와이프 말이 그 가위 눌린 상태에서 몸이 반응하는 게 거의 공포영화수준이란다.

그런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쿠팡에서 산 60만원짜리 저렴한 양압기의 효능이 매우 좋아 여기 적어본다. 내가 어제 새벽 2시까지 일하고 자기 전에 게임도 한 판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7시에 일어나 지금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양압기 덕분이다. 양압기란 잘 때 산소를 코에 주입하여 강제로 호흡을 유지시키는 장치다.

가위눌림은 꿈을 꾸지 않는 깊은 수면의 전 단계인 렘수면으로 가는 타이밍이 꼬인 질환으로 분석되는데 수면무호흡증과도 연관이 큰 경우가 많다. 특히 가위눌림은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아마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사망이 아닐까 싶다. 동남아시아 같은 경우 여름철에 자다가 죽는 남자들의 수가 많아 아예 별도의 질환명이 있는데, 당사자 입장에서는 귀신을 보다가 죽는 것이니 그도 꽤 끔찍한 죽음일 것이다.

그런데 양압기를 쓰고 나서 이런 질환들이 거의 없어졌고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지 않게 되었다. 오래 전부터 호흡이나 기도와 관련이 있다는 심증은 있었다. 귀신이 목을 조르고 가위에서 풀리면 누군가 정말 목을 조른 것처럼 목이 아팠으니.

오래 전 가위눌림은 신의 시험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기도를 하였으나 기도 한 직후 바로 누운 잠자리에서 비참하게도 귀신에게 조롱당하는 일도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나보고 영적인 일에 종사하라며 나름 '진지한 조언'을 하곤 하였는데 기도한 시간이나 그 조언에 신경 쓴 시간이 돌이켜보면 다 쓸모 없는 것이었다.

20세기 이전, 여성들에게는 히스테리라는 심각한 질병이 있었고 그걸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도 있었다. 현 시점에 그런 병이 잘 안 보이는 것은, 프리 섹스의 풍조나 자위기구의 범용화 때문이다. 결국 그 질병은 성욕에 불과했다. 진리는 단순하고 원초적이며 당신의 기분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 심플한 묵직함 때문에 강력하다.

그리고 최소한 그때 자위기구를 디자인했던 의사 같은 부류의 '저급한' 인간이, 종교 집단에서 자기 몸을 채찍질하며 고행과 기도를 한 성직자보다는 인류의 수준을 높이고 피해자를 구원한 것이다. 백날 기도해도 히스테리도 가위눌림도 없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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