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언제 쏟아져 내리는지 아나요?

"감정은 이성이 패닉에 빠졌을 때 등장하는 일종의 방어기제예요."

"우리가 새로운 무언가를 접할 때 이성은 이를 분석하는데 몰두한 나머지 몸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리고 감각도 못 느끼게 되는데,
이 때 감정은 이성을 대신해 몸을 움직이고 감각을 유지시켜 계속해서 단서를 제공하고 납득을 끝낼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벌어주죠."

"어이없는 넌센스에는 폭소가, 참담한 비보에는 슬픔이,
예기치 않았던 행운에는 행복이, 천적과 마주할 때는 두려움이, 경우없는 무례에는 분노가, 본의아닌 실수에는 부끄러움이, 불명확한 미래 앞에선 초조함이....
비논리적이고 비일상적일수록 이성은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그럴수록 감정도 더 짙어지게되죠.
때로는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막기 위해 현실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하고,
두가지 이상의 감정이 동시에 혼재할 때 갈등이,
아무 감정도 없을 때 편안함이,
새로운 경험과 성장을 필요로할 때 지루함과 호기심이 각각 등장하죠."

"그럼 사랑은 언제 등장할까요?"

"희생해야할 때예요.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끌림이 나와 내 자존심, 내 시간과 돈, 기회비용, 그외에 모든것들을 포기하게 만드는 순간,
생애 가장 이율배반적인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리 없는 이성은 패닉에 빠져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버리고 말죠.
그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사랑이 쏟아져내리는 거예요."

"희생은 결코 합리적일 수 없어요. 그 어떤 논리도 희생에 대한 당위를 정의내리지 못하죠.
가엾은 이성은 답을 찾지 못한채 영원히 혼란 속을 맴돌기만 할거고
끌림이 계속되는 한, 스스로 희생하기를 원하고 있는 한, 언제까지고 사랑은 계속되는거예요."

"흔히들 사랑하기 때문에 희생하는거라고들 하는데, 사실은 정반대인거죠.
희생하기 때문에 사랑은 쏟아져 내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