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유있게
매일매일 정해둔 분량을 읽으며 위즈덤레이스 글을 쓰던 게 고작 작년이라고 생각하니 당황스럽다. 정말 1년 전 일이 맞는가 싶어 그때 찍었던 사진의 촬영 일자를 확인했다. 아주 먼 일처럼 느껴진다.
아주 멀게 느껴지는 일도 실제로는 얼마 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가끔은 위안이 된다.
지난 1년간 8곡을 완성했다. 치열한 1년을 보내고, 요즘은 퍼진 채로 쉬고 있다. 1년 사이 변한 나의 생활과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많이 변했지만 그 속에 절대로 변하지 않는 나의 모습이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것 역시 위안이 된다.
마지막 작업이 끝난 후로는 더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기보다도, 곡이 도저히 써지질 않았다. 몰아세우는 것이 더는 동력이 되지 않았다. 그 즈음 일상도, 인간 관계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변화의 과정에서 다리를 크게 삐었다. 3주 째 거의 바깥을 나가지 못한 채로, 창문을 통해 가을을 즐기고 있다.
오늘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해봐야지. 작년처럼 처절한 마음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만들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봐야지-그런 생각을 하는 아침이었다. 첫 작업 계획은 맥 미니 포맷이었다. 포맷 전 크롬의 북마크를 눌러보다 스팀잇까지 오게 되었다. 키체인은 마음만 먹으면 금방 다시 깔 수 있지만 왜인지 지워지기 전에 글을 하나 남기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여유를 찾는 것- 이번 휴식의 가장 큰 목표다. 불어난 몸- 늘어난 시간- 줄어든 할 일. 다리를 다치면서 어떻게든 뛰어보려 했던 가을 하프 마라톤 계획도 무산 됐다. 걷지 못하게 되고서야 마라톤이 아직은 무리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천천히 생각하면 되지. 천천히 하면 된다.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번 가을 정도는, 어쩌면 그보다 더 긴 시간을 지금보다 편하게 보내도 된다고 생각해보려 한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러게,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여유도 배워야 알 수 있다. 천천히 배워가면 된다. '하고 싶은 일, 돈 버는 일, 휴식'의 적절한 조화를 찾아보는 실험중이다.
모두 즐거운 가을 날 보내면 좋겠다. 요즘은 날씨가 정말 좋다.
오랜만에 반가운 포스팅 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