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적 시선] 낙태가 범죄율을 줄인다?
경제학도 @rosie2입니다.
지난 24일, 헌법재판소에서 6년 만에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이 열렸습니다.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열렸는데요. 낙태 이슈로 들썩이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닙니다.
아일랜드도 지금 낙태법 폐지 찬반에 대해 국민 투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나라 안팎으로 ‘낙태’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무엇이 맞느냐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헌법의 수정이 필요한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낙태와 관련한 경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여기서 제가 얘기하려는 것은 생명권이나 자기결정권의 이슈와는 조금 다릅니다. 90년대 미국의 이야기를 드려드릴게요!
1991년 이후 미국의 범죄가 급격하게 감소하였습니다. 1998년까지, 살인율은 3분의 1 이상 떨어졌고 흉악범죄와 강도는 약 4분의 1씩 줄어들었는데요. 이 범죄율 감소에 대해 많은 설명이 있습니다. 감옥과 경찰에 대한 지출 증가, 더 나은 치안 유지 전략, 튼튼한 미국 경제, 그리고 코카인 사용 감소가 그것이지요.
그러나 감옥과 경찰력 지출은 1970년부터 이미 증가되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원인에서 제외되어야 합니다. 경찰능력이 빼어나다고 소리를 듣지 못하는 LA나 DC에서도 하락된 범죄율을 생각해보면, 경찰력이 범죄율을 무조건 줄인다고 설명할 수는 없죠. 또한, '경제가 좋아서 범죄가 낮아진다'를 '수입과 고용의 증가가 범죄를 낮춘다'라고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미국의 범죄율 하락에 가져왔을까요?
이에 대해 스탠포드법대의 John Donohue와 시카고대학의 Steven Levitt 교수가 제시한 새로운 원인 요소가 바로, 1970년대 초반의 낙태 합법화입니다. 그들은 빈곤과 미혼부모 아래 자랄 가능성이 큰 아이들이 낙태 합법화를 통해 태어나지 않았기에, 91년 이후 범죄율이 떨어졌다고 설명합니다.
좋지 못한 가정환경이 범죄를 잉태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할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낙태 합법화가 범죄율 감소에 기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인과관계가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이에 관해 Robert J. Barro 교수는 다음의 세 가지 근거를 제시합니다.
첫째, 합법적인 낙태의 증가는 1991년 국가 범죄율의 감소시기와 일치한다.
둘째,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소수의 주에서는 91년도 이전부터 낙태죄 합법을 인정하였고, 미국의 다른 주들보다 일찍 범죄율이 떨어졌다.
셋째, 낙태율은 주(sate)별로 합법화 대해 각자 다르게 반응했고, 1970년대에 높은 낙태율을 지닌 주들은 1990년대에 급격한 범죄율의 감소를 보여준다.
Robert 교수가 발표한 연구가 어느정도 맞다면, 낙태의 합법화는 잠재적 범죄자의 탄생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생명권이나 자기결정권의 공방을 떠나-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대학수업 과제를 하면서 다뤘던 주제인데, 평소에 낙태와 범죄율 간의 관계를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지라 흥미로워서 이렇게 스팀잇에도 소개해봅니다. 흉악범죄나 강도를 저지르는 사람들, 더 나아가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성장배경을 살펴보면 가난과 가정학대로 불우한 시절을 보낸 경우가 많잖아요. 낙태 합법화가 예비 범죄자의 발생을 줄일 수도 있다는 이론에 조심스레 그럴지도 모른다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조현병, 흔히 말하는 싸이코패스적 성향으로 아주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서도 낙태 합법화가 기여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우리나라 낙태죄 문제에 대해서 “여성으로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저는 낙태죄 폐지에 찬성합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지요. 그러나 그 이전에 저도 한 생명이고, 누구보다 제가 가장 소중합니다. 그렇기에 저의 기본권이 가장 우선이에요. 낙태죄 폐지가 ‘여성이 방탕한 성생활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다.’라는 주장을 봤을 때는 말문이 턱 막히더군요. 그 성생활은 혼자 하는 게 아닌데 말이죠.
만약 낙태죄 폐지가 생명 경시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면 낙태 절차를 더 까다롭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피임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을 강화할 수도 있겠죠.
나라 출산율을 들먹이며 낙태를 반대하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경제학도로서 물론 인구 문제는 국가 중대 사안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국가적인 숫자를 위해서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인구 문제는 낙태 합법화와 엄연히 다른 문제로 취급해야하고, 그와 관련된 별도의 정책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바입니다.
- 본 글은 Robert J. Barro가 쓴 Economic Viewpoint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사실 전 낙태의 문제를 생명의 문제 이전에 여성의 사생활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좀 잔인하게 들릴 수 있지만, 여성의 자궁에 의도하지 않게 들어온 생명체를 추방하고자 하는 것은, 여성의 자신의 자궁에 대한 권리입니다. 내가 내 집에 막무가내로 들어온 생명을 내쫒을 권리와 같습니다.
물론 의도하지 않은 임신은 지양해야겠지만, 정부가, 또는 제 3자가 여성의 자궁에 들어와서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는 존재하지 않죠.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여성 자궁에 대한 권리인데, 제 3자가 이래라 저래라 주장할 수는 없죠. 목숨 위에 목숨 없다고, 두 개의 생명이 얽혀있으니 이렇게 논쟁이 심한 것 같아요.
사실 그 태아가 언제 생명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논쟁이 많죠. 그런데 전 여성의 자궁엔 당사자 말고 아무도 관여할 수 없다고 봅니다.
맞아요. 생명으로 볼 것이냐 말 것이냐.. 그치만 저도 rothbardianism님 의견에 동의해요. 댓글 감사합니다! :)
낙태죄에 대한 얘기네요. 좋은 글이네요. 살며시 누르고 갑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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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든다...그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면 해당 환경에 해당하는 가정은 양육권을 박탈하는 법이 생길수도 있겠네요.ㄷㄷ
'임신중절 합법화'에 앞서서 출산, 육아에 적절한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정설로 받아들여지기엔 추가 논쟁도 많을 위험한 주장이긴 하죠. 말씀하신 양육권 박탈 논의도 생길 수 있구요. 범죄자는 대부분 불우한 가정환경을 가졌지만 불우한 가정환경을 가진 사람이 무조건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댓글 감사합니다!! :)
어렸을땐 낙태문제가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답이 선명합니다. 본인에게 책임이있다면 결정권도 갖고있어야 하는게 당연하다 생각해요.
뭐든간에 본인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일에대한 결과는 결국 개인이 지게될 책임이 가장 클수밖에 없잖아요 ㅠ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는말이 오해의 여지가 있는것같아 첨언합니다.
책임보다는 권리가 우선이라고 하죠. gotama님 말씀에 문득 떠올랐네요. 신체에서 일어날 결과에 대해서 책임지는 것은 결국 여성인데 제 3자가 그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D
저도 낙태를 합법화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생명을 뺏는 건 안타깝지만 원치도 않는 아이아 태어나서 엄마와 아이 모두 고통받는 게 오히려 더 안 좋은 거 같네요. 그리고 낙태죄는 피임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모두 여성에게만 떠넘기는 거니까 인도적 차원에서 폐지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원치도 않는 아이라는 말이 좀 잔인하긴 하지만, 실제로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피임을 잘못해서 출산한 아이를 몰래 버리는 일도 많으니..
낙태죄가 피임 실패의 책임을 모두 여성에게 지게 하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저도 낙태를 합법화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낙태가 생명 경시를 가져온다는 주장에도 반대하구요, 그 생명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만 포함시켰지 이미 태어나 인간다움을 말하는 어머니의 생명은 포함하지 않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낙태 합법화에 따라 범죄 발생이 줄어들었다는 주장은 매우 흥미롭네요! 물론 연관성이 없지 않겠지만 자칫하면 낙태는 주로 좋은 가정환경을 제공하지 못할 가정에서 이루어진다는 오류가 나올수 있어요. 잘읽었어요 로지로지
맞아요!! 생명권 주장에는 어머니의 생명은 포함하지 않는 말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Robert 교수의 연구가 흥미롭기는 하지만 동시에 위험요소가 많죠. 사실 범죄에 노출 되기 쉬운불우한 가정이라는 표현이 애매하기도 하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기님 S2
낙태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임신을 한 당사자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체가 모든 것이 다 소중하다고는 하지만, 아이를 가진 사람의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그러니까 낙태죄는 산모의 건강이 우선인만큼 폐지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조금 더 우선적으로 생각되는 쪽으로 가는게 사회적으로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낙태는 임신 당사자만이 결정권을 가진다. 맞는 말이에요! 어려운 문제인 만큼 앞으로 논의가 더 발전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피넛사마
매우 공감합니다. 인간이 태아의 생명을 끊는다는 사실에는 몹시 안타깝지만 원치않는 출산을 강요할 때 피해받는 측은 항상 여성입니다. 게다가 국가의 법으로써 강제하고 있는 지금 법 개정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가 법치국가임에도 법의 양과 질이 정말 부족합니다.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법은 후진국 수준입니다. 끊임없이 개정되고 제정되어야 합니다. 상식적인 선임에도 분명한데 이런 사안에 대해 남녀갈등이 이토록 심하게 일어나고 이슈가 크다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여성에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여성이 아닌 사람이 책임과 권리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생각해요. 댓글 감사합니다!!
잘 읽고갑니다... 이건 뭐 제가 왈가왈부 하기 좀그렇네요 ㅎㅎㅎ
하하 댓글 감사합니다 :)
낙태가 참... 어떻게보면 정말 필요한거고..
어떻게보면 참으로 하면안될짓이고.. 너무 판가름하기힘듭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