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츠나베

in #kr-writing6 years ago

마마무 화사의 먹방 덕에 곱창은 품귀가 생길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나는 구워먹는 곱창 보다 잠시 엑스트라처럼 스쳐지나갔던 곱창 전골 쪽을 좋아한다. 특히 후쿠오카의 명물인 모츠나베는 기력이 떨어질 때쯤 한 번씩 스쳐지나가는 음식이다. 살 손질되어 잘게 썬 소의 소장 옆으로, 부추, 양배추, 마늘을 듬뿍 넣어 육수에 팔팔 끓인 전골요리다. 간장을 기본으로 소금, 미소(일본식 된장), 닭 등 육수에는 다양한 변주가 있다.

일본인은 식용 소나 돼지 등의 내장을 호르몬(ホルモン) 또는 모츠(もつ) 라고 부른다. 호르몬의 어원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내가 아는 가장 그럴듯한 어원은 (호루: 버리는, 몬: 물건, 나베: 전골) 즉, 버리는 물건으로 만든 전골이란 뜻이다. 모츠나베는 태평양 전쟁이 끝난 직후, 식량난의 시대에 식용이 아니었던 곱창을 알루미늄 냄비에 끓여 간장으로 맛을 내 먹었던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는 내장은 질기다는 인식이 있어 내장 위주의 우리나라에 비해 지방을 좀 더 풍부하게 같이 낸다. 덕택에 국물엔 뽀얗게 우러나온 기름기가 둥둥 떠다닌다. 나무 국자로 한 술 뜬다. 한껏 내는 농밀한 향을 맡노라면 먹기 전 부터 힘이난다. 내장에 붙은 기름은 고소함을 더하고, 부드러운 식감은 따라온다. 옆에 있는 양배추와 부추는 이 흥건한 기름기를 잡아주고, 소화 흡수를 돕는다.
건더기를 다 먹고, 끈적한 입술을 느끼면서도 우동면을 한움큼 넣고 남은 육수를 즐기고, 그것도 부족하니 밥과 계란을 볶아 남김없이 먹는다. 그러곤 한껏 부른 배를 두들기며 잠시 늘어진다. 뱃속부터 올라오는 열기를 느끼며 힘을 낸다. 또 그렇게 하루를 지낼 기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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