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상] 얼룩

안녕하세요, 플로리다 달팽이 @floridasnail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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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하다가 얼룩을 보았다.
눈에 거슬려 닦아내려 했지만 아무리 해도 예전처럼 깨끗해지지 않는다.
무언가가 아쉽다. 가슴이 휑하다. 안쓰럽다.

아주 옛날 고등학교 시절, 교련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교련.이제는 없어진 말. 지금의 젊은 세대는 잘 모르는 말)

새로 산 흰 운동화를 신고 나가면 너무나 설레고 참으로 조심하게 된다. 혹여나 무엇이 묻을까 싶어 좋은 길로만 가려 한다.
그러나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세상에선 나의 흰 운동화를 끝까지 지켜내기가 쉽지 않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처음 더렵혀 졌을 때 실망하고 포기하지 말라고. 보통 사람들은 한 번 더러워 지면 그 실망감에 그 이후로는 함부로 여기게 된다고.
내 운동화니까 때타면 빨면 되고 그래도 얼룩지면 그것도 예삐 여기라고.

어린 시절, 얽힌 실타래는 과감히 끊어 버리고 다시 이어 붙이면 된다고 생각하였다.
사과 한 알을 나 혼자 다 먹을 수 없다면 차라리 안 먹고 말겠다 객기도 부렸다.

강산이 세 번 변해서야 사람도 조금 변하게 되었다.
이제는 좀 얼룩이 졌어도 많이 낡았어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웠다.
얽힌 실타래는 시간이 걸려도 힘이 들어도 하나하나 풀어가는 인내심을 얻었다.
사과는 한 조각이라도 나눠 주는 게 마음 편하다는 여유가 생겼다.

인생의 얼룩도 추억하며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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