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수사가 사라진 나이의 사랑에 대하여 - 키스 먼저 할까요 / 밤에 우리 영혼은 [Feel通]

in #kr-writing6 years ago (edited)

기본 탬플릿 (14).png


요즘 빠져있는 생각, 그리고 이야기가 있어요.

한살 부족한 나이 50의 고독한 남자.
20년째 승무원 생활을 하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46의 여자.

사랑에 상처입고 설렘이 희미해진,
숨쉬는 기능만 남겨진 심장을 지닌 두사람의 사랑(?) -'키스 먼저 할까요'

기존의 드라마와는 다르게 결혼, 출산, 이혼까지 겪은(정말 말그대로 '알거 다 아는') 돌싱남녀의 이야기라 좀 독특해요.
거의 3~4년만에 본방사수 하면서 보는것 같은데.
보면 볼 수록 아날로그 시대의 더딘 감성이 제게 맞는가 싶어요.
(실제로 이 드라마 주 시청 연령층이 50대 여성이래요 ㅠㅅㅠ)


문자 하나 보내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친구에게 코치받고.
진한 스킨십 제안을 해보지만 그마저도 말뿐 두려워 머뭇거리는,
(요즘 세대의 전략적 밀당과는 다른) 겁쟁이들의 발뺌(?)이 엄청 공감되기 때문이죠.


프로그램 소개란에 들어가보니,

'성숙한 사람들의 서툰 사랑이야기 - 좀 살아본 사람들의 리얼 멜로'

라고 써 있기도 하네요.


여튼,
그 본편중 이번주 월요일 방송분 9화에는 감우성 (극중 손무한) 씨가 김선아 (극중 안순진) 씨에게 도발(?)을 합니다.

-책 읽어줄 테니까 들어요.
-무슨 책이요.
-밤에 우리 영혼은.
-밤에 우리 영혼은?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우리 둘다 혼자잖아요. 혼자 된지도 너무 오래 됐어요. 벌써 몇 년째예요.난 외로워요.당신도 그러지 않을까 싶고요. 그래서 밤에 나를 찾아와 함께 자줄 수 있을까 하는거죠. 이야기도 하고요. 밤을 견뎌내는 걸,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침대에 누워있는 걸 말하는 거예요.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는 걸요. 밤이 가장 힘들잖아요.그렇죠?

책의 한구절을 읽어주고 이렇게 말하죠.

"자러올래요?"



그 책은, 켄트 하루프 <밤에 우리 영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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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읽기 시작했어요.


인생의 해가 질 즈음, 일흔살 노인 애디와 루이스가 등장하는데요.
배우자와 사별하고 밤의 적막이 두려운 두 사람이 각자의 낮을 보내고 '같이 침대를 쓰는 친구로' 함께 밤을 지새우는 날들의 이야기예요.
극중 안순진, 손무한과 닮은점이 많죠.


문체 또한 등장인물을 닮아서 간결하고 깊이있어요.


드라마도, 책도.

삶의 수사가 없어진 '정돈의 나이'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극중 손무한씨는 이런 이야기를 해요.
"원하면 친구는 돼 줄게요, 내가. 도망치지 않고 좋은 친구는 돼 볼게요"라고.

저는 이 말이 그저 "사랑해요" 라는 말보다 더 깊은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딱히 20대를 지나서가 아니라, 필통 이라는 인간 자체의 기질인것 같긴 한데.
폭발적 설렘의 두근거림도 좋지만 잔잔히 삶속에 스며들며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더 로맨틱하다 느끼는가봐요.
사랑의 힘듦을 다 알고, 사랑이 얼마나 큰 에너지가 필요한 일인지 두려워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인스턴트 감정에 상처받았던 제 맘을 위로받기도 했고요.


그런데 오늘! 친한 PD 님 연락이 왔어요.


여자버전 대사를 녹음해달라는 -
PD님.jpg

요구사항은

30대 여자버전 / 가볍지 않은 / 낭독과 대화의 사이쯤 되는 느낌


올려볼게요.


원래는 엄청 까부는데, 차분하게 하느라 힘들었다죠~
이 부분은 정말 '라면 먹고 갈래?' 보다 더한 작업멘트(?)가 될수 있겠던걸요!!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라고 말하고
상대가 당황하면 "책에 한 구절이예요, 켄트 하루프" 해버리면 되죠, 머 ㅎㅎ


드라마 소개인지, 책 소개인지, 목소리 공개인지 헷갈리지만.


나누고 싶었던 질문은.

나이듦에 따라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는가 였어요.
그리고 지금의 나는 어떤 눈으로 사랑을 보고있는가 자문하고 싶은 글이기도 했고요.
10대, 20대,30대의 사랑은 다르다는 걸 체감하고 있고,
그래서 더욱 지금 이후의 사랑은 어떤 형태일까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밤에 우리 영혼은'의 한구절로 마무리 합니다.


"당신은 뉴스이고 싶어요?
아뇨, 절대요. 난 그냥 하루하루 일상에 주의를 기울이며 단순하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밤에는 당신과 함께 잠들고요. 그래요,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고있죠"
밤에 우리 영혼은, -159P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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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 같이 침대를 쓰는 친구, 매력적인 이야기일 것 같아요^^ 낭독하신 거 들어보려고 눌렀는데 제 핸펀엔 접속이 잘 안되네요. 나중에 꼭 들어볼래요ㅎ 경쾌한 문체의 글, 쏙쏙 들어옵니다. 잘 봤어요!

간단하게 축약했지만, 절대 간단한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어쩌면 '용감하다'라고 생각될만큼. 황혼인 두 주인공의 모험이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책이었어요.
좀 얄미운 감상평일수도 있지만 젊음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음성은, 링크를 교체할때 누르셨나봐요. 여자목소리 다 비슷하지요 헤헤. 큰거 아니어요!

소울메이트님의 칭찬은 작품을 선물받는 느낌이예요. 감사해요:)

목소리가 너무 좋으세요. 잘 읽고 듣고 갑니다.

시린님 반갑습니다! 반가운 댓글 감사합니다~
대문은 잘 만드셨나요!?

아니용 ㅠㅠ 이제 작가분 찾고 문의 드려보려구요!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필통님 목소리! 어머 달달해라!

우리끼리만 서로 이러면 어쩌죠............(훌쩍)ㅋㅋㅋ

차분하게 녹음했다고 하셨지만 대사 자체가 넘 유혹적이라 여전히 울집에서 라면 천개 먹을래? 처럼 들리네요 ㅎㅎ

@thelump님 반갑습니다^_^)
아무래도 대사자체가 좀 그렇죠?ㅎㅎ 담백하게 읽는다고 했는데. BGM도 그렇고.
실제 황혼의 주인공들과 다르게 30대 여자버전이니 유혹적이지 않은 것도 이상해요 ㅎㅎ
잘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방식이나 깊이가 변하는거 같지는 않아요.. 사랑뿐아니라 다른것들도..... 분명 그때 그때 많이 변해왔는데 지나고보니 처음 그자리에 있는 나를 발견.... 섬짓하죠..ㅎㅎ.. 그러니 서툰 사람은 계속 서툴고, 나이 먹고서도 서툴고 그래요.. 손무한은 젊었을 때도 저랬을거에요.. 유전자결정론을 신봉하고 싶지 않지만 적어도 저의 유전자는 저를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도록 붙잡고있죠.. 공기반 목소리반.. 조금 가벼우면서도 편안한, 듣기 좋은 목소리입니다..ㅎㅎ... 스피치 강사라는 분이 미디어 앞이라 그런지 쬐끔 아주 쬐끔 경직되신듯..ㅎㅎ

맞아요, 유피님 (혹시 뿌요뿌요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ㅋㅋㅋ)
그런것 같아요. 제가 사랑을 보는 '관점'은 나이에 따라 달라지고, 추구도 달라졌지만 만들어 내는건 늘 비슷한 패턴이었던 것 같아요.
손무한도 젊었을때 저랬을거란 말씀에, 상상이 딱!! 되는걸요.

경직은, '30대 평범한 여성'을 그리며 한것이기에 '컨셉'이라 말씀드리고 싶지만.
아직도 늘 떨리고 경직되고 어색한게 사실이기도 해요ㅎㅎ
늘, 제가 강사옷을 빌려입은 지망생. 엄마 립스틱을 훔쳐바른 아이인것만 같아요.

부드러운 목소리 이십니다 ^^ 응원해요~

우왕, song cream님 감사합니다아>_<)b

목소리 너무 좋으시네요. 깜놀 ㅎㅎ
사랑을 해보고 인생을 경험해보면서 사람의 성향도 바뀌고 느끼거나 원하는 감정도 바뀌는 것 같아요. 그게 나잇대 별로 다른 사랑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똑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는 만큼 똑같은 사랑이 없는 것일 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ㅎㅎ

목소리 내는게 업이예요. 칭찬 감사합니다! 기분 좋아요^_^

맞아요. 나이듦에 따라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기 보다. 사람 자체가 변하는거겠죠.
똑같은 사랑이 없다는 말도 공감해요.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히힛^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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