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에세이] 크로아티아 자전거여행 : 히피 친구들을 만나다! [2탄]
2년간 여행하며 느낀 감정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은 여행기임을
알려드립니다.
삶에 대한 정답을 찾기 위하여
무작정 친구들을 따라나섰는데,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친구들을 따라 섬 정상을 향해 올라섰다. 가장 높은 곳에 도착하자 친구들은 진입하기 어려운 나무숲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숲, 발 디딜 공간 하나 보이지 않아 두 손으로 풀숲을 헤치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하늘은 이미 어두워졌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바닥에 가시는 어찌나 많은지 피하지 못하고 찔려버렸다.
자전거를 가지고 들고 가기는 무리다 싶어 입구 부분에 자전거를 두고 텐트가 든 짐만 챙겨서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얼마쯤 갔을까 친구 한명이 우리를 향해 소리쳤다.
이해를 도우려고 올립니다.)
잘만한 공간이 있다고 하기에는 갈대밭처럼 무릎까지 올라온 잡초들이 한 가득이다. 게다가 바닥은 울퉁불퉁한걸. 매번 신중하게 텐트사이트를 찾는 우리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 그러나 까탈 부리지 않았다. 오늘은 둘이 아니라 일곱이니까. 해외 어디든 무료로 자려면 다 이렇게 고생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냥 이렇게 해서라도 잘 수 있는 것에 감사하자.
우리는 친구들과 함께 텐트 칠 자리를 발로 땅을 짓누르며 만들었다. 겨우 만든 공간에 텐트를 쳐놓았다. 몸을 뉘어 들어 누었더니 울퉁불퉁 등이 배긴다. 내일 어깨가 꽤 결리겠다.
시계를 보니 벌써 열 시가 다 되어간다. 다들 배고픈 눈치다. 다들 각자의 가방에서 음식을 꺼내 놓는다. 그들이 꺼낸 음식은 파스타(별 모양, 불리면 양 많아지는 음식)와 소금, 커다란 식빵 하나 과일과 채소가 전부다. 그들의 간소한 음식에 조금 놀라기도 했으나 내심 그들의 음식이 기대되었다.
음식을 만들기 전에 친구들은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가스나 버너 같은 것은 들고 다니지 않고 늘 이렇게 불을 피워서 음식을 해 먹는다고. 주변에 불이 나지 않도록 테두리를 잘 만들어 불을 피웠다. 그리고 그 주위를 뱅 둘러앉았다.
우리도 음식을 꺼냈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쌀과 각종 소스, 라면스푸를 모닥불 옆에 가지런히 놓았다. 친구들은 처음 보는 동양소스에 눈이 동그래지며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낸다.
동양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별것 없는데 그래도 우리에게는 매직수프(라면수프)가 있으니까.
이 소스만 있으면 모든 음식이 맛있어져 우리는 이 소스를 보고 매직소스라고 하지”
친구들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수프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들에게 맛을 보여주지 않으면 그들의 눈빛에 라면수프 통이 관통될 것만 같다. 나는 그들의 검지 손가락에 라면 수프를 떨어트려 맛보게 하였다. 내심 반응이 궁금했던 나. 그들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갑자기 동그래지는 눈과 함께 탄성을 자아낸다.
반응에 우리 모두 웃음이 빵하고 터져 나왔다. 고작 라면수프지만 나름 친구들을 만족하게 했다는 흡족함에 어깨가 으쓱했다. 한 시간 뒤 우리는 완성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각자의 음식에 라면스푸를 뿌려 먹었다. 저리도 맛있을까.
우리를 오랜 친구처럼 따뜻하게 한마디 건네주는 그대가 고마워진다.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숲속 어딘가, 어두운 배경 속 오직 우리 앞을 밝혀주는 모닥불. 나는 이 친구들이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밝히는 저 모닥불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이에게 저렇게 친절하게 오랜 친구처럼 대할 수 있을까.
나는 친구들이 궁금해 그들의 고향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칠레에서 온 마눌과 카로리나는 학교 선생님이었고, 프랑스에서 온 팰릭스는 의대생, 스위스와 이탈리아에서 온 아밀리와 엔도리코는 대학생이라고 한다. 왜 그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뛰쳐나온 것일까. 그들도 나처럼 삶의 의구심이 들었던 것일까. 내가 사는 삶이 정말 나를 위한 삶인지 확인받고 싶어서 떠나온 것일까.
너희도 나처럼, 막막한 삶의 굴레에서 답을 얻기 위해 뛰쳐나왔구나. 턱턱 막히는 시간을 과감히 내던지고 떠나온 것이구나. 너도나도 우리도 결국에는 이 세상이 주는 과제를 풀어내기 위해 이리 저리를헤매다 여기 한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야.
친구들은 악기를 꺼내 들었다. 한 친구는 노래를. 한 친구는 우쿨렐레를. 한 친구를 기타를 연주했다. 또 다른 친구는 가방에 꼬깃꼬깃하게 보관해 두었던 종이를 꺼내어 그림을 그렸다. 나는 다룰 줄 아는 악기도 없고, 영어도 잘 못해 조용히 노래를 음미했다. 노래를 부르는 그대들의 눈빛, 춤추는 모닥불, 마음을 타고 내려오는 목소리. 그들의 눈빛에서, 그들의 웃음에서, 그들의 따뜻한 포옹에서, 알 수 없는 감동이 번졌다. 그 울림은 조용히 또 고요히 물 수제비처럼 작게 또 크게 퍼져나갔다.
@ronepv / 사월愛
Cheer Up!
매직스프의 맛을 알려주셨군요!! ㅎㅎㅎ
요리의 만능키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만능키가 외국인들에게도 유효하나보네요!
여행기 정말 즐거워 보이고, 좋은 경험이셨을 것 같습니다!
그 경험들을 고스란히 잘 전달해주셨네요 ㅎㅎ
친구들의 노래, 모닥불의 춤사위
많은 위로가 되었길 바랍니다.
저 진진한 표정들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든다고 믿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이런게 정말 재밌는 추억으로 남죠 +.+ 모닥불과 기타 그리고 요리라니 너무 멋있어요! 저도 나중에 이런 여행하고 싶어요!
오랜만에 올라온 글이라 그런지, 정말 반갑습니다. ^^
불행인지, 다행인지, 섬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바람에,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경험을 하셨네요.
사진만 보는데도, 저 분위기가 어땠는지 느껴지는 듯 합니다.
저보고 지금 저렇게 해볼래? 그러면 못할 것 같습니다.ㅎㅎ
하루만 걸어도 몸살 나서 드러누을 듯한데 자전거라뇨..
뭐든 적당한 시기와 때가 있나봅니다. ^^
다음편도 기다릴께요~ ^^
라면스프 앞에 하나된 입맛...역시 마법의 가루라 할수 있겠죠..ㅋㅋ
모닥불 안에서 대화를 나누고 어울리는 모습이 흡사 영화의 한장면 같네요 ^^
모닥불을 피우면서 하는 여행이라... 뭔가 특별하네요.
모닥불 낭만추억 쌓으셨네요~
역시 라면스프는 만능이군요. ^^
계획하진 않았지만 외국 친구들과 캠핑/MT 를 하게 된 셈이네요. 멋진 추억을 가지고 계십니다. :)
우.. 먼가 감동이 느껴지네요
ronepv 여행스토리는 따뜻하고 즐거운것 같아요
부러움을 만드네요 >_</
진짜 기회가 된다면 일상에서 벗어나
이렇게 여행을 다니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