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과의 전쟁 (3) 전쟁의 서막

in #kr-series6 years ago

전쟁의 서막

“외면했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향해 관세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습니다. 전쟁은 동맹국이든 아니든 무조건적으로 선포되었고, 해당 국가들은 이에 대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농산품 등 128개 품목에 보복성 고율 관세를 매기며 맞대응을 시작했습니다. 관세로 발생한 손실과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처였다 밝혔는데요. 실제로는 손실에 대한 균형 보다도 맞대응을 통해 경고를 한 셈이라 봐야 할 것입니다.

중국은 어떻게 미국의 움직임에 대응하게 될까요. 중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면 미국이 마음 편히 관세 전쟁을 할 수 있을까요.

재밌는 것은 관세 전쟁에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카드로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출처 : 중앙일보)

미국 재활용품 87%를 수입하는 중국에서 앞으로 미국산 쓰레기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시나리오죠. 점차 우리가 알던 쓰레기는 하나의 자원으로 변화해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쓰레기란 하나의 자원이고, 외교 수단이며, 새로운 무기입니다.

그리고 중국외에도 점차 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하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중국, 인도, 아세안, 남아프리카 등등의 인구 대국들이죠. 이들의 산업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이들의 쓰레기 생산이 본격 시작된다면 더 이상 통제 불가능한 수준까지 올라갈 지 모릅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2100년까지 쓰레기가 증가할 것이라 말합니다. 우리의 이웃들은 쓰레기 더미에 마을이 파묻히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환경 호르몬에 오염된 동식물들이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쓰레기와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국가 대 국가

(출처 : 중앙일보)

캐나다 오타리오공과대학의 대니얼 훈웨그 교수는 중국의 쓰레기 경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분류와 세척이 잘 돼 있는 외국산 쓰레기를 중국산보다 더 좋아한 것이 사실.”

실제 중국은 쓰레기 수입을 막고 있지만, 외국산 쓰레기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중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하다면, 분명 필요한 것들이죠. 그동안 필요했던 원자재가 어느날 갑자기 환경 문제로 인해 필요성이 없어졌다 말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정치적 이해 관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서방 세계의 쓰레기 처리 문제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죠. 현재 단 몇 개월만에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보며, 자국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하고 있을 겁니다.

이것이 앞으로 미국이나 유럽과의 협상에 있어 하나의 전략적 카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이상 쓰레기는 쓸모 없는 것의 대명사가 아닌 것이죠. 중국은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아세안, 인도, 남아프리카, 남미의 경제 성장도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문제는 이들을 배제한 측면이 강합니다. 서구 유럽과, 북미, 동아시아 국가들이 주로 만든 쓰레기가 이 정도인 것이죠. 아직 전 세계에는 개도국들이 많습니다.

2100년이 된다고 해도 쓰레기 처리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노력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폭탄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날 겁니다.

인류 대 쓰레기

(출처 : 나우뉴스)

지난 4월 2일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 1호’가 지구로 추락한다는 뉴스가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육지를 비켜가 남태평양에 추락하였지만, 이제는 쓰레기가 하늘에서 우리의 머리를 공격하는 형국이 되어버렸죠.

우리에겐 지구 내 쓰레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주에도 인간이 수도 없이 만들어 놓은 쓰레기들이 지구를 끊임없이 빙빙 돌고 있습니다. 이 쓰레기들은 대부분 로켓의 부분들이나 인공위성 등인데요. 이것들이 지구 위로 공전하다 지구로 추락하게 되는 것이죠. 우리는 머리 위에 언제 떨어질 지 모르는 미사일들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다시 지구 안의 쓰레기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좀 더 현실감 있을 겁니다.

아디스아바바 외곽의 쓰레기매립지, 쓰레기 산 (출처 : AFP연합뉴스)

산은 자연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전지구적으로 볼 때, 최하층민이 향하는 진짜 산은 따로 있습니다. ‘쓰레기 산’입니다. 그들은 찔리고, 긁히고, 해충에 병이 듦에도 그 산으로 향합니다. 그들이 기대는 마지막 공간인 셈이죠.

2017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외곽의 쓰레기매립지의 쓰레기 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그곳의 빈민촌을 덮칩니다. 시 당국은 최소 46명이 사망했다 설명했죠. 그 지역에 사는 빈민은 대략 300명 가량이었습니다. 쓰레기 산이 마을을 덮쳤다면, 그 양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그 밖에도 2015년 중국 선전에서 73명이 사망한 참사, 2000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쓰레기 더미가 무너져 300명이 산체로 묻혀 사망한 참사 등을 비롯해 가나, 나이지리아, 인도, 방글라데시 같은 국가들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쓰레기는 이제 인간을 덮칠 정도로 커다란 산이 되어 버렸습니다. 훗날 우리는 푸른 산 대신, 인류의 자산으로 커다란 쓰레기 산들을 지구에 남겨두고 떠날지도 모를 일입니다.

서서히.. 서서히..

그럼 이렇게 눈에 보이는 위협 말고, 조용히 우리의 삶에 침투하는 위협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눈에 보이는 위협은 대처를 하지만, 보이지 않는 무언가는 대처하기도 어렵습니다. 미세 플라스틱 이야기 입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형성 과정에 따라 1차와 2차로 나뉩니다. 이 설명은 지난 글들에서 다루었습니다. (출처 : 그린피스)

다시 플라스틱 문제로 한정하여 이야기를 해보죠. 매년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800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바다를 떠다니는 플라스틱들이 그 안에서 더 잘게 부서지며 만들어진 것이 미세 플라스틱이죠.

지난 10년간 생산된 플라스틱의 양은 이전 100년간 만들어진 총량보다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5년 전 데이터, 10년 전 데이터를 가져다 쓴다면, 지금은 그보다 수십배 심각해졌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플랑크톤 같은 미생물들이 먼저 섭취합니다. 그것을 그보다 큰 해양 생물들이 먹고, 점차 먹이사슬을 타고 차례로 올라가게 되어 결국 우리의 밥상까지 올라오게 됩니다. 지금도 많은 양의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의 밥상으로 올라오고 있을 겁니다.

플라스틱의 양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 자명합니다. 줄어들지 않죠. 그럼 바다로 향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고, 더 많은 양을 동물들이 섭취하겠죠. 이들 안에 환경 호르몬으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들의 최종 단계가 우리의 식탁이란 겁니다.

1화에서도 설명드렸던 바와 같이 미세 플라스틱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것들이 쌓이는 양이 늘어나면, 우리 몸 속에도 쌓이는 양이 늘어난단 소리입니다. 인체에 치명적이며, 결론적으로 인류의 심각한 적이 될 겁니다.

21세기에 인류가 멸종된다면, 그것은 운석 충돌이나 화산 폭발이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이 원인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현실이고, 자연의 경고이기도 합니다.

에필로그 : 왜 우리는 불편을 강요받는가

(출처 : 경남도민일보)

지난 두 번째 글과 이번 글에서 거시적인 큰 흐름을 보기 위해 노력 했습니다. 전체 시장에서 중국이 어떤 위상을 지니고, 쓰레기가 미래에 어떻게 변화 할지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기술 했습니다.

글을 써 내려가며 의문이 생깁니다. 우리는 그동안 종이컵을 사용하지 말라, 플라스틱 제품들을 가급적 사용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왔습니다.

국가와 기업들은 왜이리도 1회용품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걸까요. 왜 그것들을 우리에게 버젓이 판매하며, 이윤을 창출해 내면서 우리에게는 감정적 소비까지 덤으로 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실제로 오늘 본 바와 같이 환경 문제들은 이제 개인의 인위적인 노력들의 합으로, 그러니까 선의의 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범위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체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합니다. 이미 쌓일대로 쌓인,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앞으로 만들어질 더 많은 양의 것들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 시민들이 편의를 포기하지 않고도, 동참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이런 고민들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우리의 머리 위는 고철 쓰레기들이 매 순간 날아다니고 있고, 바다에는 7번째 대륙인 쓰레기 섬이 있습니다. 육지에는 거대 쓰레기 산들이 형성되어 누군가의 밥줄이 되고, 때로는 산사태로 죽게 됩니다. 가히 인류가 만든 새로운 ‘창세기’(Genesis)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우리에게 불편을 강요함으로, 누군가가 마음의 짐을 덜고 있다면 그것은 대단한 착각입니다. 이제는 한 시가 급해졌고,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P.S 4번째 글에서는 플라스틱 반대에 대한 반대 의견을, 마지막 글에서는 대책에 대한 이야기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들이 다각도로 문제를 바라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전 글

플라스틱과의 전쟁 (1) 축복에서 재앙으로

플라스틱과의 전쟁 (2) 중국의 반격

자료 참고

http://m.khan.co.kr/view.html?art_id=201703132141005

http://m.seoul.co.kr/news/newsView.php?cp=nownews&id=20180307601008

http://slownews.kr/56081

http://mnews.joins.com/article/22535262#home

http://m.idomin.com/?mod=news&act=articleView&idxno=485440#06wC

http://mnews.joins.com/article/22376944#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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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간 문제도 있겠지만, 인류 생존 문제가 걸려있어서 환경문제에 더 관심이 가네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국가간 문제보다도 인류의 문제가 시급한 것이겠죠. 항상 글에 관심 가져주셔 감사합니다:)

대단 하군요 이정도일줄이야.

우리가 모르던 부분들이 참 많더라구요.

아마 제가 사는 미쿡이 쓰레기 생산국가 1위일것 같아요.
일회용식기 플라스틱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는 사람들 많거든요.
글을 보니 나라고 먼저 쓰레기 줄여보기 운동에 동참해야 겠네요~

미국이 거의 무엇이든 1등이죠.ㅎㅎㅎ
미국은 일회용도 일회용이지만 산업적으로도 워낙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듯 해요. 그 구조를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쓰는 것부터 하나씩 줄여나가는 것도 의미있겠죠:)

5월 다시 파이팅해요!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환경오염과 자본주의, 기업의 이윤 추구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경제시스템의 문제가 중요한 것 같아요.

네. 제 생각에도 결국 시스템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지 않을까 싶어요.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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