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들도 분명 그리워지겠지.

in #kr-pet6 years ago (edited)

요즘 신랑도 나도 함께 무기력증에 빠졌었다. 딱히 목표도 없고 

뭘 먹어도 즐겁지 않고 뭔가를 원하는 것도 없고. 둘이서 고민하다가 

함께 목표를 만들어 성취하기로 결의?했다. 둘이서 어렵지않게

이룰 수 있는 목표는 체형관리. 둘 다 정상체중이지만 확실히 

관리를 소홀히 하니 몸무게는 같아도 몸의 구성은 지방으로 

가득 바뀌어버렸다. 바닥 끝까지 떨어진 체력도 다지면서 

몸도 근육으로 채워보기로 했다.  일단 단기 목표는 49일간!   

오늘로 3일차에 접어들었다. 

나는 신랑이 새벽 수영 가는 동안에 아가들과 함께 

공복 산책을 한다. 아침 햇살이 좋고 사람도 

털친구들도 많지 않아서 조금은 조용히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문제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짖는 병에 걸린 청이와 

이 더운 날씨에 영원히도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아가들의 체력이다. 

강아지용 포카리 챙겨들고 따라다니면서 먹이며 걷는다. 

수행비서가 따로없다 정말. 날이 더워서 한 삼십분 쯤 걸으면 

지칠 줄 알았는데 왠걸 거의 한시간을 풀로 나를 끌고 다닌다. 

산책을 마치면 녹초가 된다. 너무 더운 날씨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겨울에 추워서 산책 못할 때 이 날들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언젠가 아가들이 더 나이들어서 기력이 없어지면 이렇듯 

영원히도 걸을 수 있을 것 처럼 다니던 날들을 얼마나 

그리워할지. 

나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맑은, 이제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한 

하늘을 보고 밤사이 촉촉히 내린 이슬이 내려앉은 잔디밭에 

내리쬐는 햇살과 나무들이 만든 그림자를 본다. 

(계속 걸어야하기 때문에 1분이상의 응시는 불가하다)

아침에 활짝 핀 꽃들도 참 아름답다. 유월에 차 사고로

정신없어서 자귀나무 꽃이 필 때 올림픽 공원을 못 들러 

아쉽다. 향기로운 자귀나무 꽃을 올해는 놓쳐버렸지만. 

그래도 또 계절에 맞는 다른 꽃들을 이렇게 즐기면 되니까. 

저 멀리 나홀로 나무. 문득 인기가 많아서 늘 사람에 시달리던 

저 나무도 이 아침 고요한시간을 즐기고 있겠구나 생각했다. 

인기 많다고 난 별로라 했었는데. 너도 나름 고충이 많겠구나 

라고 헤아려도 보면서. 아무튼 우리는 이렇게 걸어간다. 

차근차근 이 날들이 쌓여서 작은 성취를 이루어봐야지. 히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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