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쓰는 소설 3

in #kr-pen6 years ago

9 . 곧바로 친구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아이가 정말 녀석에게서 온 게 맞는지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친구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맞다고 했다. 밭일을 시키다가 예뻐서 집 안으로 들인 것이라고 했다. 그거 해보면 기가 막히는데 하고 말했다. 왜 그랬느냐고, 그럼 곤란한데, 하고 말했다. 미안하다. 어쩌지? 그래서 내가 깨워볼테니 데려가라고 했더니 싫다고 했다. 그럼 데려다 줄까 물었더니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럼 어떡하란 말이야, 저렇게 두기 싫단 말이다. 내 것도 아닌데. 녀석은 사실 자기 것도 아니고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래도 아쉬운데, 나중에 개소주 한 번 사라. 그러고 끊었다.

  어디다 물어볼 곳이 없어서 나는 아이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가만 보니 살아있는 것도 같았고 죽은것도 같았다. 알아서 가주었으면 싶었다. 내일은 봄농사 준비로 육묘장이라도 들러야 해서 한가롭지 않은데, 내일까지 있으면 나도 곤란할 듯 싶었다. 현관을 걸어잠그고 나는 발톱을 깎았다. 주말에 누나와 조카가 오는게 마음에 걸렸다. 내일이 벌써 목요일이지. 조카 입을 옷 한벌도 내일 샀으면 싶었다. 


10 . 나는 거실에서 선잠들었다가 냉장고 휀 돌아가는 소리에 깼다. 해지고 어두컴컴해서 거실 불이 유난히 밝았다. 물을 마시고 아무 생각 없이 앉아서 냉장고 소리를 들었다. 소음이 예전보다 많이 커진 것 같았다. 책을 읽을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티비를 없애고 뉴스 대신 책을 읽었다. 그 전에는 책에 취미가 없었던 탓에 안목이 형편 없는 나는 그냥 추천수가 높은 책을 샀다. 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면 사고 봤다. 나는 어머니가 눕던 황토 소파에 앉거나 누워서 책을 읽는 사람이 되었다. 시골에서는 필요 없는 지적대화를 위한 쪼가리 지식에 대해, 작년에 죽은 유명인의 삶에 대해, 생소한 언어로 남겨진 명언들에 대해.

  나는 도시 사람들이 읽는 책을 따라 읽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스스로를 속물이라고 자꾸 부르는 도시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 것 같았다. 도시 생활용 책을 읽다 보면 도시 사람들은 시골 사람인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사람으로는 보일까. 자형이 나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확실히 경계심을 느끼곤 했다. 겉으론 부인 동생이니 허허 해도 단 둘이 있는 순간을 만들지 않았다. 있다면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공기로 전해지는 어떤 경계심만 피부에 와닿았다. 멀리 떨어진 개 두마리가 그러하듯 말이다. 혹시 나를 동물로 보는 건 아닐까.


11 . 책장을 뒤적거리고 있는 가운데 바깥에서 남자들의 말소리 발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우리집 쪽을 향하고 있었다. 젊은 사내 셋이 보였다. 나는 화들짝 놀라 현관 문을 열었다. 그들은 꾸벅 인사를 하고 자기네들끼리 하던 말을 계속 하며 내 쪽, 아니 엎어져있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 여기 이거 뭐 있다고 하셔가지고 한 번 어떤가 볼라고. 무슨 소리인지 들어보니 연락을 받고 왔다고 했다. 누구 연락요? 아저씨 연락요. 제가요? 네. 깜빡했네요. 잠들기 전에 연락을 했던 것도 같았다. 아닐 수도 있고.

  나와 함께 사내 하나가 아이를 확인했다. 아이를 덮고 있던 사료 봉투를 치우자 눈 감고 있는 아이의 얼굴이 드러났다. 피는 그렇게 많이 흐르지는 않았다. 혈색을 보아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젊은 사내가 아이를 뒤집었다. 아이가 정신이 희미한 와중에도 혼자서 몸을 좀 움직였다. 살아있네요. 죽었다더만 다행이다. 헤헤. 뒤에 서 있던 한 사내가 좋아했다. 어떡할지 고민이 되었는데 누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사내들에게 일단 아이를 비닐하우스로 옮기라고 했다. 끌지 말고 들라고 했다. 그들은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고양이들이 마침 없어서 일하기 수월했다. 나는 고양이들이 쓰던 담요로 아이가 보이지 않도록 덮었다. 


12 . 다음날 육묘장에 가는 길에 마을 형님을 마주쳤다. 형님이 자기도 데려가라고 해서 옆자리를 치우고 형님을 태웠다. 형님이 옆마을 까지 갔다가 돌아와야 되니까 시간 맞춰서 태우러 오라고 했다. 날씨 이야기를 했다. 그 사이 넌지시 어제 일을 말했다. 지나가는 말로 하고 치우고 싶었는데 형님이 관심을 가져서 다 말했다. 예쁘냐고 물었다. 잘 모르겠는데 다시보니 귀엽긴 하더라고 내가 대답했다. 아직 어려서. 언제 한 번 구경가도 되냐? 그러던가요 뭐. 병원 데려가야 하는 거 아냐? 그럴 것도 같은데… 좀 둬 보고 데려가던가.

  육묘장에 들러서 토마토종자를 좀 봤다. 농협에서 병어도 좀 샀고. 조카 희정이 입을 만한 옷은 어딨는지 고민을 좀 했다. 이런 곳에서 사긴 좀 그렇고 시내로 나가야 살만할 것 같았다. 형님한테 가기 전에 사두면 편할 것 같았다. 내일이 벌써 금요일이고 토요일이면 누나랑 조카가 오니까. 예쁜 패딩 세일하는 거 많이 본 기억이 났다. 나는 기분 좋게 시내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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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가 정말 녀석에게서 온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곧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집에 동남아계 아이가 한명 왔는데, 너희 농장에서 일했다고 하는데?"
"아 그여자애? 밭일 좀 시키다가 이뻐서 집안으로 들였지.. 그거 해보면 기가 막히는데.."
"... 애 한테 무슨짓을 한거야. 왜 그랬어? 그러면 안되잖아.."
"미안하다.. 거기까진 생각 못해봤다.."
"이제 어쩌지? 우리 집앞에서 자고 있는데 깨울테니깐 너희 집으로 다시 데려가라."
"안되 마누라한테 뭐라고 말해.. "
"야 그럼 저 애 어떡해하냐? 저렇게 두기에 마음에 걸리는데"
"미안하다 .. 나중에 소주나 한잔 살께. 이만 끊자"

그렇게 도망치듯 친구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아이가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지만 어디서 온지 물어볼 곳도 없어서 나는 아이를 그냥 방치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가 계속 눈에 들어왔다. 가만히 지켜보니 잠을 자고 있는건지 죽어버린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내일 봄농사 준비로 한가롭지 않은데 알아서 무사히 사라져 주였으면 싶었다. 억지로 신경을 끊고 현관문을 걸어잠갔다. 발톱을 깍으며 주말에 오는 누나와 조카가 생각이 났다. 달력을 보니 내일이 벌써 목요일이 였다. 내일 조카가 오기전에 옷한벌 사놓기로 마음먹었다.

무슨소린지 이해안되는거 그냥 빼버리고 알아서 해석했음

짱이야 고마워 정말 참고할겨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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