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 글쓰기의 어려움

in #kr-pen7 years ago


이름을 써주신 @tata1 님 고맙습니다.


요새 스팀잇에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덕분에 글 좀 쓴다는 칭찬에 깨춤 추며 다니던 모양새가 민망하게 됐다. 그분들의 글을 읽다 보니 시쳇말로 현타가 왔다. 내 글의 단점도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나는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독자가 영어에 흥미를 갖게 하고, 배운 걸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기 위해 정보의 정확성, 표현의 유용성과 더불어 글의 재미를 중요시하게 됐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덧붙이다 보면 글이 중언부언 길어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일반적인 글쓰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이런 식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글을 십 년이 넘게 써오다 보니 독후감이나 소설, 수필과 같은 일반적인 글을 쓸 때도 과도한 유머가 들어간다거나, 쓸데없이 장황해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 온 이후로 영어 책만 읽었다. 내가 읽은 우리말 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좋은 문장과 표현을 새로 접하지 못한 채 기존에 알던 것만 이용해 글을 쓰려니, 곶감 빼먹는 기분이다. 곧 바닥이 드러날 것 같다.

영어로 글을 쓰고 있다는 점도 별로 도움이 되질 못한다. 내가 영어를 굉장히 잘 한다고 속고 계신 분들은(읭?) 영어로 글을 쓸 때도 막힘없이 쓱쓱 써 내려간다고 오해하실 수도 있겠다. 우리말로 쓸 때도 그렇지만, 영어로 글을 쓸 때도 수십 번 생각하고, 고쳐 쓰고, 퇴고하고의 반복이다.

무엇보다도 영어로 글을 쓸 때는 "영어로 생각하기 모드"로 의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영어로 글을 쓸 때는, 이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뇌구조를 "영어식 모드"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우리말과 영어 단어를 일대일로 대입해서 번역을 해놓으면, 문법적으로는 틀리지 않지만 원어민이라면 절대 쓰지 않을 이상한 문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게 말이 쉽지,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게 스위치를 켜고 끄듯이 단번에 일어나진 않는다. 한참 우리말 글을 쓰고 나면 영어로 글쓰기가 어렵고, 영어로 글을 쓰고 나면 우리말 단어가 안 떠오른다. 미국 살이 십 년만에 영어는 줄고, 우리말은 퇴화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적인 글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군더더기를 솎아내고 적절한 단어를 쓰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 보지만 결과물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실력은 낮은데 눈만 높다. 그러다 스팀잇에 계시는 고수분들의 글을 읽고 깨달았다. 내가 목표로 삼아야 할 글들이 저것이었구나.

약간의 질투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분들의 글을 폄하하거나 외면하고 싶지는 않았다. 따라가고 싶었다. 저기가 에베레스트려니 하며 그곳을 향해 나아가고 싶었다. 읽고, 느끼고, 뇌리에 새기다 보면 언젠간 나도 큰 바위 얼굴이 돼있지 않을까.

올해는 우리말 책을 더 읽어야겠다.

질투는 나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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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많은 사람들이 이 포스팅에 관심을 갖고 있나봐요!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저는 브리님의 글 너무 좋습니다. 항상 응원해요.

고마워요, 해피서클님!! :D

달필을 뛰어넘어서 양민학살하시는 분들이 너무 늘어났어요... ㅠㅠ 오늘도 그분들 글 보면서 제가 쓴 어물전 꼴뚜기글들에게 반성합니다...(전기야 미안해)

꼴뚜기도 맛있...
기운냅시다! 아자아자!! :)

잘쓰고 못쓰고가 어디있습니까! 각자의 글이 있는거지 화이팅!!

ㅎㅎㅎ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데 좋은 글은 눈에 확 보이네요. ^^;

오늘 과도하게 겸손한 포스팅이십니다^^ 브리님 글실력은 드러내지 않아도 좋기 때문에 따르는 사람이 많은 것이에요~!
그리고 이미 많은 팬을 확보하셨으니 선점 효과도 있으시다고 생각합니다 ㅎ

선점효과를 믿고 가보겠습니다! :D

브리님도 만만치 않게 잘써주시는 것 잘 알고 있는데요~
영어클라스 넘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한가지 패턴을 가지고
한가지 전문성을 두고 글을 쓰는게,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질적으로 bree님의 영어클라스가
도움이 많이 되기도 하구요
재미있게 보구 있구요^^!

가끔식 이런저런이야기 새로운이야기 써주시고
영어클라스는 계속해서 해주세요!!

(그리고 저도 외국 8년차인데, 영어로 글을 쓰는버릇을 하다보니, 띄어쓰기부터, 문법 ,언어구조, 이런것들을 종종 틀리곤하는데, 많이 스트레스 안받으셔도 될 것같아요! 브리님은 브리님만의 스타일이 있으시니까요^^)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세요!

응원해주셔수 고맙습니다! 영어도, 우리말도 잘하고 싶다 보니 욕심이 생기네요.
영어공부 시리즈는 계속 이어나갈 거에요. 고맙습니다! :)

화이팅!

킴리님과 시호님이 제 질투대상 1,2호였던 거 아시죠? ㅎㅎㅎ
화이팅하겠습니다. :)

글 잘쓰는 분들이 너무도 많지만.. 저에게는 브리님도 그 중 하나로 분류됩니다 ㅋㅋㅋ 글쓰기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억,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무래도 정통(?) 글쓰기가 아니라 영어를 가르치는 글이다 보니 특수성을 인정받는 것 같습니다. :)

브리님의 글 언제나 최고인데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시는줄 몰랐어요!~
아마도 우리는 슬럼프를 겪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봅니다!~ ^^

그런가요? 스팀잇 시작한지 7개월 됐네요. 1년도 안 됐는데 이러면 안 되겠죠? ㅎㅎㅎ 로사리아님도 화이팅~!!

그래도 브리님은 질투정도지만... 저 같은 사람은 질투조차 할 수 없는 넘사벽인지라... 이거 포스팅은 이제 관둬야하나 싶기도 하네요. ㅎㅎ

에이, 그러면 안 되죠. 우리가 있어야 저분들 글도 돋보이는 겁니다. ㅎㅎㅎ 공감가는 가벼운 일상글, 쌍둥이 아드님들 이야기 계속 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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