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음악 : 요루시카(夜しか) _ 히치콕
요루시카(夜しか) _ 히치콕(MV) / 자막(有)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2인조 밴드입니다. 요루시카(夜しか)는 '밤 밖에...'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그 유래는 "구름과 유령"이라는 노래 가사에서 따왔습니다.
夜しかもう眠れずに
요루시카 모우 네무레즈니
이제 밤밖에 잠들지 못하고
요루시카의 노래는 공허한 내면 뒤에 숨겨진 인간의 한(恨)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그들만의 특색있는 연주와 목소리로 깊은 여운을 선물합니다.
일상에서 대화하는 듯이 쉽게 공감되는 가사
큰 시련에 좌절하고 피로해지는 나지막한 말투
차마 말하지 못했던 사실을 고백하는 듯한 진정성있는 목소리
쌓이고 쌓인 울분이 폭발하며 만드는 강렬하면서 간결하고 힘없는 외침...
이런 특징 덕분에 전 요루시카의 노래를 사랑합니다.
요루시카(夜しか) _ 히치콕
제목부터 '히치콕'이라는 점이 많은 의문을 불러일으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스릴러 영화계의 거장 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정말 그를 제목으로 올린 걸까요? 영화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지만 배우를 가축처럼 대하고 어두운 행적을 남겼던 그를? 무슨 이유일까요.
'선생님'이라는 대상에게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내며 나아가는 노래입니다. 자신이 우상으로 느꼈던 사람, 도움을 줬던 사람, 신뢰할 수 있는 사람, 혹은 신뢰했던 사람, 이상에 가깝도록 소망하는 자기자신 등 다양한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선생님'으로 투영한 '토끼(?)'는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행복과 슬픔, 삶에 대한 원초적인 의문을 던지지만 정답이 없기 때문에 더욱 괴로워하고 끝없이 '선생님'에게 질문합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답하지 않고 결국 스스로 답을 구하며 여전히 뻔한 대답, 흔한 격려, 시시한 위로에 더욱 낙심하고 좌절합니다.
가장 가슴아픈 사실은 우리 모두 바람직한 삶, 행복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구하는 건 어떤 욕심일까요. 그래서 '선생님'은 대답하지 않는 겁니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무얼 해야하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할까요. 욕조하나를 다 채우면 더 이상 눈물이 안 나올까요. 슬퍼하지 않아도 될까요. 우리는 불확실한 삶에서 행복을 추구해도 되는 걸까요. 그러기 위해서 조금은 잔인해져야할까요.
涙が人を強くするなんて全部詭弁でした。
나미다가 히토오 츠요쿠 스루난테 젠부 키벤데시타.
눈물이 사람을 강하게 한다는 말은 모두 궤변이었어요.
요루키사(夜しか) _ 히치콕 2:47
눈으로든 마음으로든 눈물은 쌓이고 쌓입니다. 눈물을 비우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죠. 친구들과 만나거나 고민을 털어넣거나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멍하니 하늘을 보거나 묵묵히 빗소리에 귀기울이는 등.
어떤 방법이 건 '내가 원하는 대상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あなただけを知りたいのは我儘ですか
아나타다케오 시리타이노와 와가마마데스카
당신만을 알고 싶어하는 건 억지일까요
요루키사(夜しか) _ 히치콕 3:24
저도 모르게 억지가 아니라고 말해버렸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거라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른이고 어른은 자기 앞가림은 물론 억지를 부려선 안 된다고 스스로를 타이르기 때문에 망설일 수 밖에 없죠.
어른이 된다는 건, 함께하고 싶은 것과 함께하길 망설일 때가 아닐까요?
시험기간에 숨막혀 지내다 우연히 요루시카의 신곡을 듣고 짧지만 강렬한 감상이 떠올라 이렇게 스팀잇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글을 읽은 분들, 혹은 우연히 스쳐지나간 분들까지 모두 충분히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마지막은 행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