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구리 첫번째 이야기

in #kr-joi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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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기도 하고 개방되어 있는 공간들이 많다보니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지고는 했는데...고양이와의 인연도 있었지요.^^ 보통 게스트하우스는 오전에 조식을 먹고 손님들이 퇴실한 이후에 청소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마다 다르겠지만 저희는 바닷가에 바로 붙어 있지 않아서 빨래도 바깥에 널고 객실 문도 입실 시간 전까지 열어두고는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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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미세먼지때문에라도, 혹은 분실의 위험 같은 것 때문이라도 상상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제주도는 뭐 벌레가 들어온다던지 아님 뱀? 같은 게 들어오는 경우가 아니라면^^다들 그러고 삽니다. 다행히 우리는 방역을 잘해서인지 가끔 비온뒤 복도에 지네 정도 나올뿐 방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네요. 지금 와서생각해보니 그것도 신기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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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가을 즈음이었나요. 스탭친구가 놀라서 저한테 연락이 왔어요. 객실에 고양이가 누워자고 있다고. ㅋㅋ 정말로 가보니 씨꺼먼 녀석이 시원해서인지 하얀 객실 침대보 위에 너브러져 자고 있더군요. 그리고 보통은 사람이 들어가면 놀라서라도 도망가야 할텐데 냥냥 거리면서 부비부비를 시전합니다! 당시에는 인연이 될지 몰라서 사진을 안 찍었는데 좀 넉살이 과하다 싶을 정도였고 서울이라면 당연히 누가 키우다 버렸으니, 사람손을 타서 저렇겠거니 했겠지만 솔직히 제주도는 특히 저는 관광지 근처라 죄다 음식점에 숙박시설 뿐인지라 그럴 확률은 너무 적었죠. 여하튼 어디서 굴러온 시꺼먼 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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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머리 검은 짐승 함부로 거두는 거 아니라는 주변 할망들의 만류와 더불어 저조차 고양이는 자신있는 동물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삶의 원칙이라, '그냥 알아서 살던 곳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그래서 스텝이나 손님들에게 관심 주지 말라고 당부를 했었죠. 특히 제주도에는 떠돌이 개인지 남의집 개인지(막 풀어놓고 길러요) 구분이 안되는 개도 많아서 밥주고 그러면 은근슬쩍 눌러앉는 경우도 많아서... 또 당시에도 계속 들러붙어 눈치보고 있는 진돗개가 한마리 있어서 신경이 쓰이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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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 친구에요. 저렇게 남의 집에 와서 자고 간답니다. 손님들이 이 집개에요? 물으면 우리집개 코스프레하는 친구라고 매번 설명해야 했던 ㅜㅜ

또 제주에서 저는 놀란게 아무리 작은 개라도 고양이 정도는 완전 밥이구나! 그리고 살살 웃는 것 같고, 꼬리 살랑 살랑 치는 완전 착해보이는 순딩개도 고양이 목덜미를 한순간에 물어 죽이는, 심지어 갖고 놀면서 죽이는 잔인한 야수성이 숨겨져 있더군요. 밖에서 키우는 시골 개라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희 집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개밥을 넘보다 물려 죽은, 그래서 안타깝게 제가 묻어준 친구들만 해도 참 많았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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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귀요미 친구들이 사는 집이지만 이 집 엄마개가 물어죽인 길고양이만 4마리 였어요 ㅜㅜ

여하튼 이렇게 험한 환경에다가, 만약 키우게 되면 아무래도 외출 고양이로 밖에 키울 수 없는 환경이라서...또 정주기 싫어서 매몰차게 무시했건만...아시다시피 집사의 운명이란 어쩔수가 없잖습니까ㅜㅜ. 그리고 안가고 사채업자처럼 눌러앉으면 도리 있겠습니까? 또 도시처럼 공동현관을 지나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와버리면 끝이지만 이건 문만 열면 바로 밖이니...

특히 덩치큰 개와는 달리 고양이가 실내로 들어오기로 맘먹으면 닌자가 따로없습니다. 개는 문만 닫으면 끝이지만 고양이는 마치 고양이액체설을 증명하듯 창문 틈, 배수로, 천장, 물새듯이 틈새란 틈새로 다 들어옵니다. 특히 시골은 집들이 허술해서 틈이 또 많기도 하고 또 어떤날은 손님이 들어오는데 함께 마치 예약했다는 듯이 당당하고 도도하게 걸어 들어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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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있잖아요. 영화 '내 어깨위 고양이 밥' 에서 보면 처음에 만나 지 집처럼 주인공 집에 호로록 들어가는...또 들어와서는 호객행위하는 냥아치처럼 손님들한테 추근대고 들이대니...손님들이 함께 사진도 찍고 신나하니 저도 뭐 기분이 나쁘진 않고... 뭐 한편으로는 솔직히 밖에서 뛰놀다 이것 저것 뭍히고(이왕이면 꽃?^^) 기분내키면 새같은 거 잡아오고, 나무에서 못내려와서 냥냥 거리는... 외국영화에서만 보는, 그리고 시골에서만 가능한 외출고양이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기에, 대신에 최대한 안전하게 함께 외출하고 제가 조바심으로 가득찬 헬리콥터 집사가 되어 이 친구와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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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골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일은 뭐 시골도 시골 나름이겠지만 확실히 다르고, 그 나름의 재미도 있고, 또 대신에 조심하거나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았던 것 같네요. 마치 저 같아요. 제주에서 3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물론 좋았던 시간, 위로가 되었던 곳, 잊지 못할 사람들도 많았지만, 또 마냥 좋을 수 만은 없는, 오히려 도시보다 더 힘들거나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부분들까지...존재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 제주와 구리 이야기는 다음에 또 전해드릴께요. 워낙 웃기고 어쩌면 동물농장에나 나올만한 독특한 녀석이었기에... ㅎㅎ 아 이름은 원래 이 친구가 발견된 '3호실'이었는데 도통 정이 안가는 이름이어서 그 때 제가 꽂혀 있었던 영화속 황정민의 브라더 멘트에 반하고 진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브라더가 되었죠. 그렇지만 중성화 이후에 브라더스러움이 사라지는 바람에 나중에 스탭들의 투표로 귀엽구리구리 '구리'가 되었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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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꽃길만 걷는 구리이기를... 구리의 얼굴은 다음편에..^^

아 그리고 사진은 모두 다 제가 찍은 사진들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제주도와 고양이 사진들 그리고 겪은 이야기들 많이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 그리고 아직 스팀에서 어떻게 활동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네요. 댓글에 저 같은 사람은 무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직설적이고, 실행하기 복잡하지 않은 조언 남겨주시면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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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렇게 계속 편하게 써주시면 충분히 좋은 활동이 될 것 같습니다. 동물이 등장하는 포스팅엔 kr-pet태그 꼭 쓰시구요!

아 네 감사합니다.^^ 스팀잇도 블로그처럼 생각하고 성의 있는 글들을 작성하다보면 많은 분들과 교감하고 서로 공감을 나누어가질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쓰는 것 이상으로 많이 다니면서 읽어야 성장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죠. 일반 블로그에서보다 교류가 훨씬 중요하니까요.

그렇군요. 그 부분도 신경써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좋은사진이 많네요

감사합니다. 워낙 풍경이 좋은 곳이라 날씨만 좋으면 잘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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