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걸고 세상 살기(living paid in advance) : 세상을 읽고 실천하기 ('유체이탈화법'을 구사하지 않으려면)
나는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 파기를 선언한 지난 금요일(5/25)에 김정은-트럼프 사태를 둘러싼 '유체이탈화법'들(self-abusing)을 우려한다라는 포스팅을 올렸고, 제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일요일(5/27) 저녁에 연관되는 분석글 현실과의 접촉(closer to reality!) : '유체이탈화법'은 왜 나올까?를 포스팅했다. 또한 보령에서 강의를 마치고 귀가한 새벽 금욜 떡락 때 현대엘리읍읍 30개 샀는데, 저녁에 갑자기 이니랑 은이가 만났다는 속보가 으악으악...이라는 장난스런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오늘은 (사실 또 보고서 쓸 일이 있어서, 일 하지 않으면서, 딴청을 피우는 거지만) 정치인이 아닌 보통 사람이 유체이탈화법을 구사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지 잠깐 이야기하려 한다. (동시에 왜 보통 사람이 '유체이탈화법'을 구사하는지도 밝혀질 수 있으리라.)
나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시점에 대표적인 남북경협주인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조금 매입했다. 내가 전문가래서가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금강산 및 개성 관광을 주도한 기업이 '현대아산'이며 그 모기업이 '현대엘리베이터'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자그마치 10년을 떠들어댔다.) 그래서 남북관계 개선을 '전망'하면서 홀라당 매수했던 것.
나는 세상이 어떠해야 한다는 '당위'와 그에 부합하게 세상이 어떠해지리라라는 '예측'이 만날 때는 돈을 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중요한 다른 걸(시간, 노력 등) 걸 수도 있지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제일 간편한 게 돈이다. 그렇게 하면 현실이 예측한 대로 흘러가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며, 그 방향이 옳은 방향임을 더 확신할 수 있게 된다.
다 알다시피 김정은은 핵실험과 로켓 발사를 시전했고, 트럼프는 지가 더 센 핵미사일을 갖고 있으며 언제든 발사할 수 있다고 읍읍(제기랄)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라서 올라갈 수도 있지만 내려갈 땐 또 한도 끝도 없다. 실제 이미 많이 떨어져 있던 매입가보다 훨씬 더 떨어졌다. 그래도 내 믿음은 변치 않았다. 진짜 그랬다.
올해 접어들어 갑자기 대화와 평화 분위기가 확산되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발표가 있었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는 조금식 상승하기 시작했다. ^^
남북정상회담을 무사히 마치고, 북미정상회담 준비가 진행되던 그 어느 날, 그래, 지난 금요일(5/25) 김정일-트럼프가 서로 삐지고 틀어진 거다. 하지만 나는 북미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실현될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고, 베팅 액수를 더 높이기로 했다. (몇몇 페이스북 친구들도 그렇게 했더라.)
김정일-트럼프 파국일인 5월 25일(금)에 매수한 내용
나는 위 인증샷에서 보이는 매매를 했고(3일 후인 오늘 입고되었음), 아래 인증샷에 보이는 금액이 당일 종가였다(-16.84%).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다. 그렇다, 기회였다.
당일 5월 25일(금) 종가
그 후에 일어난 일은 다들 잘 알 것이다. 금요일 오후에 (나중에 알려진 바)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SOS를 보냈고, 토요일 낮에 제4차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고, 나는 저녁에 보령에서 강의하다가 알람이 떠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 그렇지. 그래도 진도가 너무 빠른 걸. 역시 이니야. 이름이 좋아!
금요일에서 3거래일째인 오늘 5월 29일(화)의 종가 화면
위의 인증샷은 오늘 종가이고, 아래는 오늘자 수익률이다. 액수가 아주 큰 건 아니지만, 상징적인 의미에서 공개했다.
5월 29일 현재 수익률
이 인증샷의 평균 매입가는 25일 매수분이 반영되어 있으니, 어느 시점에 처음 샀는지 확인 가능하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가격으로 올라갈 때까지, 손 대지 않으려 한다.
유체이탈을 하지 않으려면 돈을 걸면 된다. 이를 역으로 분석하면, 유체이탈을 하는 보통 사람은 어딘가 다른 곳에 돈을 건 게 아닐까? 그게 무엇이고 어디인지는 각자가 알 것이다. 나는 이것 역시 들뢰즈&과타리가 말하는 '물질적 무의식'과 관련된다고 본다. 생각이 흘러가도록 마련되어 있는 물질적 조건, 들뢰즈&과타리는 그걸 무의식이라 파악했다. 무의식은 머리통 안에서만 벌어지는 미지의 일이 아니다.
철학자는 돈에 초연하고 기술을 모르고 정치에 무심해야 한다는 미신이 널리 퍼져 있다. 틀린 얘기다. 철학자는 누구보다 현실에 밀착해 있어야 한다. 현실이 늪이라면 속수무책으로 빠져들지 않으면서 늪 근처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세상을 읽고 실천한다는 건 뭔가 소중한 걸 걸고 살아간다는 뜻이다.
이상 @armdown ('아름다운') 철학자였습니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인 조지소로스도 철학자잖아요. 투자와 철학은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작은 PER니 PBR이니 이동평균선이니 금융 투자 그 자체로 시작하지만 하면할수록 인간 군상들의 철학적 심연과 숫자들의 움직임이 맞닿아있다는 느낌이...
관심있으시면 조지소로스의 '재귀성이론' 찾아봐요~
참. 그리고 수익 축하드립니다. 모든 수익은 소중하니까요.
현실은 아는 철학자가 진정한 철학자 같습니다.^^;
철학자가 현실에 밀착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그리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반대로 현실에 사는 우리들도 철학을 해야 한다는 말로도 들리네요. 넵! ㅎㅎㅎ
유체이탈화법과 돈의 관계 재미나네요.
꼭 그가격이 와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가즈앗!!
저 간지흑우도 탑승하겠습니다 :D
현실을 반영한 철학은 성공이란 공식이 성립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아름님 대단대단...~항상 굿럭 하세요~
철학자는 현실에 밀착해 있어야 한다는 걸 처음 공감하게 됐어요^^;;
아름다운 실천가이시군요.
신념에 따라 투자하셔서 수익까지...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힘...대단대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