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보인가, 아닌가...
나는 좀처럼 병원을 가지 않는다. 그래서 국가의료보험은 나와 같은 사람(희귀난치성 질환자)을 위한 것인데 나는 조금도 수혜를 받고 있지 않다는 농담을 한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병원을 한번도 가지 않았으니 분명 평균보다 한참 아래이긴 할 것이다. 나름대로 명분은 있다. 병원을 가지 않아도 해결될 문제를 굳이 병원을 찾으며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야할 비용을 낭비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불쾌한 경험도 꽤 많았다. 내가 희귀난치성 질환자라는 걸 알면 의사들은 최대한 소극적으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아무 처방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친구들은 그럴 때면 "네가 의사냐?"며 제발 병원을 가라고 한다. 내가 가져가지 않는다고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게 아니라, 내 몫을 다른 누군가가 낭비할 뿐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때로는 나를 안아키라 부를 때도 있다.
내가 조금 과하게 병원을 가지 않는다는 자각은 있다. 꽤 아플 때도 시간 지나면 낫는다는 느낌이 있으면 병원을 가지 않는다. 덕분에 뼈에 금이 갔을 때도 하루가 지나서 통증이 줄어들기는 커녕 늘기만 한다는 걸 느끼기 전까지는 병원을 가지 않았고 그와 비슷한 경험이 또 몇 번이나 있었으니 분명 병원을 덜 가긴 한다. 그렇지만 반대로 지켜보는 시간을 길게 갖지 않고도 얼른 병원을 가는 경우도 많다. 이건 자연적으로 나아질 수 없다고 느끼면 딱히 볼 필요도 없이 곧장 병원을 간다. 아마 마지막으로 병원을 찾았던 21년에 그랬었다.
이번에 생긴 문제는 가려움이었다. 꽤 참기 어려운 가려움증이 생겼다. 나는 가려워서 긁고, 긁어서 생긴 미세한 상처 때문에 더 가렵다고 판단했고 항히스타민제로 가려움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약을 먹으면 견디기 힘들지 않다. 문제는 약효가 떨어졌을 때 견디는 게 꽤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병원에 갔다. 내 생각과 현재 상황을 전달했다. 의사는 환부를 보려고 하지도 않고, 상처가 생겨서 그렇다며 앞으로도 항히스타민제를 꾸준히 먹으라고 했다. 대신 견디기 힘들 때는 복용량을 늘려도 괜찮다는 걸 알려주었다.
내심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어서 획기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단이 있길 바랐다. 내 생각이 옳았다는 걸 확인하는 게 언제나 유쾌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