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in #kr-diary14 days ago

정말 많은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있고 그걸 그냥 흥미만 가지고 있는 채 놔두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적어도 학부 수준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 정도는 되야 좀 관련 대중소개서들을 읽을 때나 뉴스 등에 편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옛날 같으면 아버지가 자신의 학창시절 별명이라던 척척박사의 느낌이 들겠지만, 지금 사회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그러나 그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중요하다) 지식,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유의미한 정보를 어떻게 다루고 그것으로 가치를 창출하는가가 어떻게 보면 사회적 성공에 기폭제 역할을 한다.

사실 지금은 옛날과 다르게 너무나 고도화 되었고 전문화 되었기에 같은 과학 분야라 해도(그 학문의 분과라 해도) 조금만 벗어나면 (혹은 그 안에 있더라도) 혼자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것이 쉽지 않고, 특히 이론 분야의 경우 core idea 보다 미렴구사와 같은 어떻게 보면 겉틀을 짜서 1장짜리 논문을 20장 많게는 100장까지 만드는 (별의별 이야기를 다 같다 붙이고 이것 저것과 연관되어 있을거다란 이야기를 많이 하다보면 저렇게 늘어난다)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누군가는 끄적끄적 같은 방법론으로 모델만 바꾸어서 계산 혹은 시물레이션하여 논문을 찍어내고 누군가는 짧게는 2-3년 길게는 5-6년에 하나의 논문을 쓰며 그 논문도 인정받지 못하며 (후대에 인정 받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보다 근본적인 틀에 관한 여러 분야의 기초 논문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이어저 온 그 핵심 연구자들의 공동 연구자들 중 학계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이런 학술 분야의 숙명이 아닌가 싶다.

아인슈타인과 같이 특허청에라도 일하면서 꾸역꾸역 논문을 냈고 그것으로 스타 학자가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은 특허청에 일하면서 안주하거나 논문을 내도 뭍히고 지나가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 그래도 그들의 노력이, 흔적이 있어 그것을 바탕으로 학문이 발달/발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을을 타서 그런지, 이번주 수많은 논문들과 세미나들을 들으며, 나름의 강의노트를 만들며 학문에 대한 생각에 잠겨서 그런지 지식을 쌓고 정리할 때에는 잡생각이 없었는데, 나름 정리하고 난 뒤 갑자기 몰려드는 잡생각에 마음이 심란하다.

이번 주말은 좀 살랑살랑 하던 정리를 마무리하고, 다음주에 이렇게 단기적으로 집중할 만한 주제를 잘 찾아서 시간을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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