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 원가에 기반한 투자전략이 매우 위험한 이유 - 내쉬 균형, 치킨게임

in #kr-coin6 years ago (edited)

모처럼 잠깐 투자(?) 이야기를 써봅니다.

확실히 장이 갑자기 또 전저점 근처까지 급락해서인지 채굴원가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는 것 같네요.

"비트코인 채굴 원가가 얼마라서 그 이하로는 못 내려가" 이런 이야기들이요.

여기에 의존해서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 일단 채굴원가를 정확히 알기도 어렵고
  • 알아도 기본적으로 채굴원가는 가격에 후행하지 선행하지 않습니다.
  • 특히 채굴원가는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이부분이 매우 중요한데 고정된 채굴원가란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낮은채로 유지되면 채굴원가도 반드시 내려가고 가격이 오르면 채굴원가 역시 상승하게 되는 겁니다.

무슨 마치 공장에서 물건 생산 단가마냥 $6000이니 $8000이니 이렇게 딱 고정된 개념이라 생각하시면 절대 안됩니다. 한때 채굴원가 $8K설이 유행했었는데 싹 사라지고 요새 $6K 설이 많이 보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요?ㅎㅎ 불과 1-2년전엔 비트코인 가격이 1000불도 안했는데 그럼 그땐 손해보며 채굴했을까요? 그땐 채굴원가도 더 낮았던 것이지요. 가격이 낮으니까. 채굴원가가 낮아서 가격이 낮았던게 아니라. 불과 1-2년사이에 전기비나 땅값, 채굴장비 가격이 그렇게 올랐겠어요?ㅎㅎ

채굴원가가 많이 오른 것은 비트코인 가격이 그만큼 올랐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가격이 내리면 채굴원가도 장기적으로는 하락합니다.

채굴 난이도 (mining difficulty)

채굴 난이도가 정해지는 기본원리는 비트코인의 경우 한 블록이 평균 10분정도에 생성되게끔 2주마다 자동으로 조정됩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 채굴하면 돈 좀 되겠네. 너도나도 마이닝 => 블록이 너무 빨리 생성됨 => 블록 생성 속도를 늦추기 위해 난이도 증가 => 채굴원가 상승

반대로

비트코인 가격이 내리면 => 채굴해도 돈 안 되겠네. 너도나도 셧다운 => 블록이 너무 느리게 생성됨 => 블록 생성 속도를 높이기 위해 난이도 하락 => 채굴원가 하락

내쉬 균형 Nash equilibrium

경제학에 Nash equilibrium이란 게 있습니다. 내쉬 균형. Beautiful Mind의 그 John Nash 이름을 딴거인데.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 혼자만 다르게 행동(unilateral deviation)한다고 해서 이득을 볼 수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기본적으로 자잘한 비용 같은 것들이 없다고 가정하면 내쉬 균형에서 채굴원가는 결국 비트코인 가격이 되는 겁니다. 차익거래, 재정거래 등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우실텐데 mining 역시 조금이라도 남으면 결국 가격=채굴원가가 되는 지점까지 맞춰지게되고 그게 내쉬 균형입니다. 그 이상 투입하면 가격은 그보다 낮으니까 손해, 그 이하로 투입하면 더 벌 수 있었는데 못 벌어서 손해. 그러니 균형점에서 이탈할 incentive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채굴원가가 의미가 전혀 없지 않은 것은

모든 비용엔 고정비용과 가변비용이 존재합니다. 가변비용인 전기야 쓴만큼 내면되지만 고정비용인 마이닝팜 부지, 채굴기는 왕창 사놨으면 갑자기 한번에 처분하기도 힘듭니다. 실제 마이닝팜들은 정말 농장, 공장 규모로 채굴을 하니까요. 그런 큰 고정비용때문에 이 시장에 새로 진출하거나 반대로 빠져나가는 것 역시 쉽지가 않습니다. 재정거래마냥 재빠르게 균형점에 도달하기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단순히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늘 어느 정도 간격과 fluctuation이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그렇게 투자한 곳들, 큰 마이닝팜은 사실상 큰 손 입니다. 엄청난 고래죠. 그래서 당연히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기를 바라겠죠. 하지만 여기서 다시 주의할 점이 그들의 고정비용 이하로도 못 내려가라는 법도 없습니다.

치킨 게임

반도체 시장같은 곳에서 chicken game이란 표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걍 경쟁자가 죽어나가게 만드는 거죠. 일단 경쟁자가 죽고 나면 그땐 다시 자기세상이 되는거니까요. 따라서 비록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길 바라는 채굴자들 역시 만약 경쟁채굴자를 죽이고 싶다면 얼마든 일시적으로 더 내려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내려도 돈을 벌 수 있는 마진거래

또한 내려도 벌 수 있는 마진거래도 있기 때문에 채굴자들 역시 마음만 먹으면 채굴원가가 얼마라는 정보를 철떡같이 믿게 만들고 자신들은 숏으로 돈을 벌 길도 얼마든지 열려 있는 것입니다. 몇번 이야기했지만 왠만하면 마진거래는 절대 하시지 않길 권합니다. 특히 숏이 더 위험합니다.

결론적으로 전 채굴원가를 투자지표로 삼는 것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물론 모든 투자, 특히 암호화폐의 경우 심리가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채굴원가가 얼마고 그 이하론 못내려가 하고 매수벽을 치면 그 이하로 못 내려가겠죠. 물론 이를 역이용해서 오히려 더 내려갈수도 있고요. 특히 마진 매수주문이 많은 경우 롱청산을 노리고 거의 잠시라도 내려갑니다. 이렇게 다양한 변수가 있으니 너무 한 지표에 의존하지 마시고 투자하시는 분은 아 그런 것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시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ps. 블록 평균 생성 속도가 10분이고 비트코인의 경우 거래가 안전하게 완료된 것을 보통 6 confirmation을 기준으로 합니다. 자신의 거래가 포함된 블록이 생성되면 1 confirm입니다. 울룩불룩 블록체인 그림도 블록이 6개인데 6 컨펌을 상징합니다ㅎㅎ

자세한 설명은 아래 영상을 보세요ㅎㅎ

유튜브 업데이트를 하도 안한지 오래되어서 아예 존재도 모르시는 분도 있을 것 같아 오랜만에 링크 올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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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저도 6K설은정말 왜 나온건지 덕분에 지지가 되며 하방수렴하는거 같기도하고

모두가 믿게 되면 그게 사실이 되니까요ㅎㅎ

몰랐던 내용들 배워가네요~

@khaiyoui님의 곰돌이 리스트 41번째 가입을 환영합니다! @gomdory 곰도뤼~

어서 불장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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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리해 주셨네요~! 채굴 원가를 가지고 지금이 저점이라고 하는 분들이 있던데 정말 동의가 안되었습니다. 지금은 HODL보다는 대응이 더 필요한 장이라고 제 이전 포스팅에서도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저는 사실 뭐 투자쪽은 잘 모르고 이런 되도록 사실에 기반한 조언 가끔 쓰는 정도입니다. 어차피 실제 투자는 이론과 너무 달라서ㅎㅎ 제가 감히 언급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닌 것 같더라고요^^

네^^ 대응이 어려워서 손놓고 계신 분들도 많더라구요.. 그런 분들은 [딥러닝 10화] '노오력'하면 되는 세상을 꿈꾸며 (feat. 토큰 이코노미, 트레이드 마이닝, 앱/웹마이닝)에서 소개해 드렸던 마이닝을 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포스팅 많이 부탁드려요~!

chicken game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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