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 누워있는 섬, 가파도

in #island7 years ago (edited)


섬에서 나오는 배를 타는데, 일행이 물어봤어.

가파도에서 가장 좋았던게 뭐였나며.

"밋밋한 맛"

엉, 그렇게 대답한것 같아.
딱히 어떤 것을 꼬집어 말할 수 없고, 눈에 짚이는게 없어. 그런데 그게 마음에 드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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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면에서 보면 이번에 현대카드 가파도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가파도 로고는 인상적이야.
정말 딱 저런 느낌의 섬이거든. 느낌 뿐만 아니라 실제로 저렇게 낮게 엎드려 있어.

이렇게 낮고 평탄한 섬은 처음 만나는 것 같아.
아무리 작은 섬이라도 자기만의 뾰쪽함이 있게 마련인데, 이 섬은 전라도 어느 평야를 떼어 옮겨 놓은 듯이 수면위로 아슬하게 걸려있어.

덕분에 10분 바닷길 건너 보이는 뾰쪽함은 남의 섬 구경하듯 바라보여. 가파도 어디에서 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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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눈에 걸리는게 있다면 모조리 다른 섬의 풍경이야.

높이 오른 산방산도, 이름모를 언덕도 모두 가파도의 것이 아니지만, 가파도의 풍경이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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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못해 작은 형제섬과 울퉁불퉁 오름들과 멀리 한라산까지.
모두 섬의 병풍처럼 만들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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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너무나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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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건물들도 섬을 닮아 낮게 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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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햇볕도 피할 곳 없이
온 몸으로 받으며 누워있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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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이 청보리 때문에 여행자들이 많이 찾아.
제주도 여기저기 청보리가 있지만, 가파도의 청보리 밭이 유명한 건 아마 이런 낮음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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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받으며 너울거리는 청보리들이 하늘에 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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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과 나란히 겹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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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로 모든걸 올리고 펼쳐 버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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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간 날은 다행히 봄볕 가득, 바람도 적은 날이었지만..
무엇하나 막힘이 없어 보이는 이 작고 낮은 섬에 바람과 파도가 함께 올 땐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

수평선과 닮아 있어서 무심하게 스쳐 지나갈까.
아니면 요란하게 머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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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너른 평지를 두고, 모여 살아.
바람이, 파도가 몰려와서 휩쓸리고 몰아쳐도
함께 해야 한다는걸 아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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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이 바람처럼 몰려왔다 사라지면 섬은 더 낮게 엎드린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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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 잠시라도 머물어 보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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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마음의 결도 조금은 펴질것 같은 기분이 드는 곳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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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음엔 아침과 저녁과 밤의 가파도를 만나고 싶어.

그러면 좋을것 같아.
그냥 밋밋하게 함께 누워있고 싶어.

 


가파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
제주 운진항에서 배로 10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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