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구경, 낚시 구경

in #il-diary6 years ago

심심한 바람이 불어 가까운 바닷가에 갔다. 요즘 계절이 바뀌는지 며칠 동안 바람이 세계불었다. 아침 선선한 바람에 마음까지 살랑거렸다. 바이크를 타고 천천히 바람을 느끼며 한 시간 조금 넘게 달려 석 달 전에 한 번 가봤던 바닷가로 갔다. 언덕위에서 야자수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멋있었다. 도착하니 마침 썰물때라 갯벌 위에 배 몇 척이 올려있는게 보였다. 저 멀리 보이는 하얀 파도가 그곳이 바다라고 알려줬다. 한국의 서해안 바닷가 갯벌 만큼이나 물이 멀리 빠졌다. 

펄일까 궁금하여 밟아보니 모래도 아닌 것이 뻘도 아니었다. 맨발로 밟아보니 모래느낌 보다는 분명히 뻘느낌이 더 났다. 조개나 낙지가 살 수 있는 진흙뻘은 아니고...뭐 그냥 뻘되기 전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생명이 안 보인다. 아주 가끔 작은 구멍이 있어 뻐끔거리고 기어 다니는 게가 드물게 보였다. 

백미터 정도 가까운 곳에 배가 있어 사진을 찍으러 조금씩 걸어 들어갔다. 

신발이 젖을까 조심하면서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는데 뒤에서 사진 찍으려면 돈 내라는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마을 주민이 웃으며 다가왔다. 나도 웃으며 인사했다. 그 사람 손엔 물안경 하나와 굵은 강철선 두 개가 들려있다. 작살로 사용하려는 듯 한쪽엔 나무 손잡이가 있고 한쪽끝은 그냥 잘려있다. 날카롭게 갈지도 않은 철사였다. 철사와 물안경을 들어 보이며 바다를 가리키고 함께 가잔다. 못알아듣는 말이니 그런갑다하고 넘겨짚고 뒤돌아 고민했다. 1Km가 훨씬 넘을 거리 같았다. 오토바이가 있는 언덕을 한 번 바라봤다. 딱히 바쁜 일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없으니 이번 기회에 이 사람들 어떻게 고기잡는지 구경이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양말과 신발을 벗고 따라갔다.

맨발의 감촉에 기분이 좋다. 

넓은 뻘을 일없이 혼자 걸으려면 무서웠을 것 같다. 앞에 가는 사람이 있으니 왠지 두렵지 않았다. 양말 벗는 사이에 저만치 가버린 사람을 열심히 쫓았는데 너무 빠르게 잘 걷는다. 한참을 걸으니 뻘이 끝나고 돌과 바위 해초들이 나왔다. 

앞서가던 사람이 돌아서서 신발을 신으라고 손짓한다. 젠장...그럴려면 왜 벗었을까 혼자 잠시 투덜거리며 신발을 신었다. 앞에 성게가 보였기 때문에 군말없이 신었다. 

가끔 성게의 주황색 부분이 파란색인 성게가 있었다. 

신을 신고 풀밭과 돌 위를 맘껏 뛰고 걸었다. 바닷물이 빠지면서 돌 사이에 물이 고였고, 어부는 이곳에 있는 고기를 잡으려고  온 듯이 바위사이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고기가 안 보인다. 이정도면 꽁치만 한 고기라도 있을법 한데 피래미 몇 마리만 보였다. 이 깨끗한 바다에 해초도 많은데 고기가 없다는 게 신기해서 나도 열심히 이곳 저곳을 찾아다녔다. 한참을 돌아다녔는데 먹을 만한 고기는 한마리도 찾지 못했다. 그렇게 파도치는 곳 가까이 까지 갔다. 저만치에서 두 사람이 낚시를 하는 것 같아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함께온 고기 찾던 사람은 저 멀리로 인사도 못 하고 헤어졌다.

낚시하는 사람한테 다가갈수록  물은 점점 깊어지고 이제 허벅지까지 물이 차올라 옷이 다 젖었다. 투덜투덜~폰걱정...

낚시 하는 사람 곁에 가서 잡은 고기를 봤다. 내가 멀리서 부터 봤으니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겨우 손바닥만한 물고기 두 마리가 어깨에 멘 푸대자루 안에 있었다. 낚싯대는 없었다. 그저 낚싯줄을 손에 쥐고, 추도 찌도 없는 바늘에 먹이로 지렁이를 꿰어 던지고 있었다. 바늘도 그냥 민물낚시용 바늘과 줄 이었다. 바위가 많아서 추를 달고 하기 어려운 장소이기도 하지만 열악하게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 옆에 서서 고기가 잡히길 기다렸다. 

멍하니 그렇게 반쯤은 물에 잠겨 서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한마리도 못 잡았다. 먼바다에서 오는 파도를 느끼며 서 있다가 많이 잡으라는 말을 하고 돌아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웅덩이에서 손바닥 만한 물고기 몇마리 봤다. 뻘은 생명을 품고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기도 조개도 낙지도 없는 바다가 썰렁했다. 황망하다고 해야 하나... 뻥뚫린 듯한 드넓은 뻘을 혼자 걷는 느낌은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 젖은 옷을 붙잡고 모래들어간 신발을 벗어 씻었다. 한낮의 해는 뜨겁고...투덜투덜...

그렇게 돌아다니다 해안가로 나오니 두시간 반쯤 지났다. 

오토바이를 타려 하니 한 남자가 소리친다. 내가 지켜줬으니 오천 실링 달라고... 동네 건달들이 그늘에 모여서 놀다가 나를 놀린듯해서 그냥 땡큐하고 나왔다. 조금 나오다가 다시 돌아가 천 실링을 줬다. 무사히 지켜줬으니 고마웠다. 보통 다르 시내에서는 마사이족 사람들이 마트나 식당앞에서 차를 지켜주고 몇백 실링을 받는다. 도로 주변은 정부땅이라 주차요원이 시간당 받지만, 특히 주차요원 없는 저녁이면 식당이나 펍 앞에서 마사이족 사람들이 이런일을 하고 있다.


어젠가는 고기잡이배, 목선을 타고 나가고 싶다. 그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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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초가 많아 보이는데 물고기가 없다니 ㅎㅎ

해초 농장인줄 알았어요. 얼마나 잘 자랐던지요...ㅎㅎ
고맙습니다.

'쉽지않다. 탄자니아.' 몇 년째.. 최근들어 강력크하게 제 머릿속을 맴도는 말인데... 상관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를 동댕님 마당에 넋두리 놓고 갑니다. ^^;

쉽지 않아요. 탄자니아... 그런데 딱히 쉬운 곳도 없는 것 같아요.
호기심이 사라진 순간 많은게 허전해 지는 것 같습니다.ㅎㅎ

바닷가의 모습이 왠지 정겨워보입니다.
저렇게나 물이 멀리 빠지다니, 들어올 때는 무서운 기세로 들어올 것 같습니다 ^^

정말 작은 어촌? 마을입니다.
물들어올 때 한번 가봐야겠어요..ㅎ

예전처럼 플라스틱 쓰레기 해변은 없었던 모양이네요.
다행입니다. :D

기억해주시는 군요..ㅎ 고맙습니다.
다르에스람은 바닷가라 해변이 많습니다.
전에 다녀온 곳은 정말 유명한 휴양지구요. 그쪽은 돈 안내면 현지인이 바닷가를 갈 수가 없을 정도로 호텔들이 해변을 장악했습니다. 바닷가에 호텔이 자기 영역표시를 바닷속까지 연결되게 돌로 담을 쌓았어요.
그곳에 비에 제가 살고있는 키바다라는 지역 주변 해변은 호텔도 적지만 호텔이 바닷가 해변을 장악하지 못하게 했나봅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호텔이 있든 없든 바닷가를 계속 걸을 수가 있습니다. 정말 다행이죠... 바다에서 일정거리까지만 담을 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외지인이 잘 안오는 곳인가 봅니다. 보시다 시피 물이 너무 빠져서 휴양지로서 매력이 없나봐요.
이곳에서 삼십여분만 달려도 하얀백사장이 너무 멋집니다. 물도 이렇게 많이 안 빠지고 수영하기 좋은 해변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깨끗했구요...ㅎ

아..인터넷 속도란....

그래도 큰 사기 안 당해서 다행인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자잘한 사기를 피하고 피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와중에 200만원을 훅 뜯긴 경험이 ㅠㅠ

헐...겁나게 뜯기셨네요... ㅠ
주는 것과 뺏기는 것은 정말 다르죠...
다시는 그런일이 안생기길 바랍니다.

같이 바닷가를 걷는 기분으로 글을 읽었습니다. 물도 맑네요. 바람도 시원 할 듯 합니다. 저는 자잔거를 많이 타서 그런가 자전거 져지를 입고 탔는데도 등이 많이 탄것을 오늘에야 알았답니다. 자전거 져지가 얇아서 천천히 오랫동안 탄듯 합니다. 기분이 나쁘지 않더군요. 항상 건강 유의 하십시요!

고맙습니다.ㅎ
자전거 갖고 이 대류에 한번 오시죠...
져지? 쫄쫄이 바지 입고 걸으면 이상하죠...ㅋㅋㅋ

쫄바지 입고 달리면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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