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인생] 또 한번의 충격적인 사건
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믿고싶지 않아서 외면을 했다.
TV 나 영화에서 인물이 마주하기 싫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회피하는 모습을 볼 땐, 의도적인 연기가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온전히 그 입장이 됐을 때는 나 또한 다르지 않았고, 화면속 그 연기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늘 어느 길 구석탱이에 부정주차를 하곤했다.
지하주차장은 격리기간 이후로 무법천지가 되어 더이상 발을 들일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고 외부 주차구역엔 한자리 찾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항상 다른 차들, 사람들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부정주차를 해왔다.
그런데 그 날.
여전히 잘 있겠지 하고 주차했던 자리를 확인했을 땐 내 차가 아닌 웬 커다란 트럭이 놓여있었고, 그 순간 엄청나게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저 차는 내 차가 아닌데.
내 차는 트럭이 아닌데.
내 차가 없어졌네.
기타등등
그리고는 그 길로 아파트 건물로 들어섰다.
가던 방향으로 코너를 돌고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고
뭐 이런 동작들은 완전자동모드였고 머리속은 구름한점 없는 파리의 하늘처럼 그냥 파랗고 하얀상태였다.
몇 초 후에 정신이 조금 돌아와서 다시 나가서 확인을 하니
그 트럭은 당연히 내 차가 아니었고
내 차는 당연히 그 트럭이 아니었다.
견인이 되었나보다.
파리에서 몇번의 견인경력이 있어서 서둘러 행적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그 어디도 견인차량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건 차량절도사건이라 믿었고, 그 순간부터는 그냥 앞으로의 인생계획을 새로 세우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안그래도 깜깜했던 앞날이 캄캄하게 어두워져서 빛을 거부하는 상태.
문제는, 게으르기로 유명한 프랑스인의 행동방식이 견인차량등록을 아주 늦게 처리했고,
도난이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그 시간부터 또다른 프랑스식 행정절차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녀야 했다.
--> 경찰서가서 차주확인
--> 차량서류가 차 안에 있어서 견인차량 보관소에 서류가지러 갔다가
--> 다시 경찰서로가서 차주확인중 내 차량의 정기점검기간이 지나서 돌려줄 수 없다고
--> 그 길로 동네 센터를 찾아 선불로 예약 후
--> 그 영수증을 가지고 다시 경찰서로. 약간의 기다림 후에 경찰관의 설명과 더불어 차량회수서류를 받아
--> 다시 견인차량 보관소로 가서
결국 내 차를 무사히 끌고 나왔다.
안일한 마음으로 인해 차도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차주도 이리저리 끌려다닌 꼴이다.
비용은 주차위반 벌금 135€
견인비용 132€
차량정기점검비용 70€
대략 340€ 정도의 비용이 하루아침에 뚝딱.
오늘자 환율로 한화 50만원 ㅎ
차 버릴까
아이고 몸도 마음도 고생한 하루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