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냅시다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냅시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
정작 영화는 보지 않았고,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유튜브 한국 영화 명대사 Best 30을 보며 알게 되었다. 이상하게 여운이 남는다. 처음에는 잘 와닿지 않았다. 오늘은 너의 예상이나 기대, 즉, 생각으로 비롯된 희망을 버려. 그리고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채로 뭐가 되도 힘냅시다. 이렇게 해석이 된다.
어버이날을 맞아 어무이 아부지를 만나러 가는 차 안, 갈 때도 살짝 심난하고 올 때도 살짝 복잡했는데 내내 이 대사가 생각났다. 며칠 전 피자가 먹고 싶다는 엄마 말에 집 근처 맛있어 보이는 피자집을 검색해두었다. 주말은 예약을 받지 않는단다. 사람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진짜 많았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고 오픈 시간에서 3분 정도 지난 시간이었는데 대기가 웬 말이냐. 당황했지만 어디가도 사람 많으니 그냥 기다리잔 아빠의 그 말은 옳았다. 다행히 음식은 맛있었다.
카페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10분 거리에 골라 잡은 카페는 생각보다 규모도 작고 사람도 많았다. 엄마는 순간 차라리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를 가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새로 생긴 카페는 규모도 인테리어도 (가격도) 어마어마해서 '우와~ 이런 게 여기 생겼다고? 이 시골에?' 감탄을 했다. 그리고 거기서 우연히 20년 만에 동창을 만났다. ... 제대로 말도 못하고 손을 잡고 ...서로 쳐다보며 '우와 우와..반가워!'만 연신 말했다.
엄마 핸드폰 요금제도 저렴한 걸로 변경하고 아빠 인증서 갱신도 도와주고 이렇게 된 김에 평소 궁금했던 거 다 물어보고 해결해주었다. 지문이 지워지고 결제 비번을 까 먹은 엄마 덕분에... 핸드폰을 붙잡고 이것저것 재설정하느라 시간 다 보냈다. 그래도 그덕에 엄마 카드 포인트 찾아주고, 거기서 파생해서 아빠 항공 마일리지 쌓은 거 곧 소멸될 걸 알게 되서 갑자기 가족여행 얘기가 나왔다.
귀가 너무 밝은 관계로 알게 된 엄마의 걱정은 내게 티내지 않고 있지만, 내가 일하지 않고 놀고 있는 것이었다. 엄마의 걱정이 정작 본인에겐 아무렇지도 않고 쓸데없는 걱정이라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무언가 하나 걱정할 거리는 있어야 하고 이왕이면 차라리 그게 제일 부드럽고 가볍고 안 중요해보여서 걱정으로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머리로는 살짝 신경이 쓰이지만)
은근 이것 저것 할 게 많아서 좀 어지럽고 압박 받으려다가... 생각이야 안 할 수 없지만, 뭐 언제 네가 맞은 적 있나? 이거 이렇게 저렇게 착착착! 완전 이런 느낌인데? 라고 예상해봤자 언제나 다르게 흘러 가는 게 인생이지. 오늘만 해도 일이 이렇게 돌아갈 줄 알았냐고. 그러니 뭐, 안 될 일은 내 것이 아니고 될 일은 생각 범위에 없어도 인생에 날아 들고 그런 거 아니겠어? 뭘 굳이 생각해. 아니 뭐 생각하고 싶으면 하는 건데 그다지 진지할 필요는 없다고.
어쨌든 하루 종일 잘 먹고 잘 놀았다!
2022년 5월 8일, by 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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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인생이 착착 예상한 대로 흘러갈 수도 없으려니와 그렇게 된다면 또 재미가 없겠죠. 여운이 깊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맞아요. 예상대로 가면 재미없다는 거 잘 알면서 자꾸 예측하려 드는 머리.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을 소리소문없이 하고 계신 스텔라님.
일하지 않고 놀다니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하하하 파치님이 이리 말씀해주시다니
어쩜 이렇게 예쁜 말만 해주시는지
으쓱으쓱 힘 받고 가요!
저도 공감해요 ㅜ 그래도 스텔라님만의 고유한 길, 파이팅이에욧 >_<
몇 년 전을 떠올려봤을 때 이렇게(?) 될 지 몰랐기에 몇 년후도 무척 기대되요!
파이팅 : )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