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도 그만인 비밀
사실 나는 모 메이저 정당한테 국회의원 출마를 해보겠냐는 말까지는 들었다. 그것까지는 팩트다. 일언지하게 거절했기 때문에, "네"라고 말했을 때 정말 기회가 왔을지까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때는 확실하게 그런 걸 거절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지금 배우자와 결혼 허락을 구할 때 외국인이고 여러모로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허허 웃었던 아버지가, 나 출마 제의 받았어라는 말을 어린애 자랑처럼 던지자 바로 역성을 내시고 거의 쌍욕 수준의 만류를 들었던 것이 그 이유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 이후 비교적 최근에 그에 준하는 기회가 한 번 더 있었다. 이번에는 기회가 오면 해보려고 했는데 어떤 정치적 야심이 있어서는 아니고, 평생 변호사업을 해도 빈곤은 면할 수 있어도 부귀는 못 누리겠구나, 아 맨날 바쁘고 돈도 많이 못 받는데 사람들 푸념 듣는 게 지겹지겹지겹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지만 여튼 이번에도 뭔가 미스가 났고 기회는 사라졌다. 돌이켜보니 위험했다. 역시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자유가 제일 중요한 사람이고 그 중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더 없이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사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부끄러운 일이 과연 없겠는가 그도 문제지만 더 이상 지껄일 수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정치라는 걸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다 머리가 마약을 한 것처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렇게 똑똑하고 겸손했던 사람들도 맛이 가버리는데, 어차피 백그라운드도 없어서 설령 어떻게 입문한다고 해도 불쏘시개 밖에 되지 않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하더라도 제 정신 보전하고는 못 사는 자리가 아닌가 싶다. 과학적으로 권력욕에 중독되는 것은 마약 복용과 흡사하다는데, 나는 마약을 해도 머리를 멀쩡하게 지킬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객기이다.
이 글은 신년 결심이기도 하다.
아직 한 권의 책도 쓰지 못했고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결심으로는 내 인생 가장 중요한 가처분 소득인 내 시간은 글을 쓰는 데에 써야지. 막 유명해져봤자 얼마 전처럼 길거리에서 오토바이 운전 기사랑 쌍욕을 주고 받는 소소한 무례함도 다 주목이나 받게 될 텐데, 그런 거 말고 자기가 창작한 세계에서 보람도 느끼고 적당한 유명함에서 사람들에게 선생 노릇도 해보고 그러면 재미있을 것 같다. 당장은 내 회사를 유지하고 안 망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아직 삶은 반 이상 남았다고 치면 늦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니 앞으로 그런 기회가 다시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저 길은 최대한 피해야겠다. 표현의 자유와 행동의 자유와 무조건 충돌하는 길이다. 무슨 제국의 전제 군주보다 위고나 몽테뉴처럼 살고 싶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