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의 덫(The Scarcity Trap: Why We Keep Digging When We're Stuck In A Hole)
NPR 팟캐스트 Hidden Brain의 한 에피소드입니다.
가난과 터널 비전(tunnel vision)에 대해 다룹니다.
로샤를 공부한 분은 터널 비전이 무엇인지 아실 거예요.
주의의 폭이 협소해져서 대상이나 상황이 갖는 다양한 특성을 통합적으로 보지 못 하는 것을 터널 비전이라고 합니다. 생각의 유연성이 부족해지니 멀리 내다보는 것이 어렵고요.
당장 내일 하루 끼니를 먹을 수 있을지 염려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이라면 더 먼 미래를 생각하기가 어렵겠죠. 이 또한 터널 비전의 예입니다.
이번 팟캐의 제목인 결핍의 덫이 의미하는 바이기도 하고요. 터널 비전에 갇혀서 단기적인 생존에 급급하다 보니 장기적으로는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의사결정에 관여하기 쉽다는 내용입니다.
가난뿐만 아니라 외로움, 과도한 성취 몰두 등이 터널 비전을 야기하기 쉽습니다.
Say you have a big deadline tomorrow for something you've got to finish. You go home, and you're spending the evening with your kids. And in that moment, you're not present-focused at all. What you're focused on is that deadline. You - you may go through minutes where you didn't hear what your kids were saying to you because your mind keeps going to this other thing..
이런 부분은 완전히 제 얘기 같았고요. 터널 비전에 갇히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일들을 보기가 어렵고 현실과 유리된 채 인지적으로 유연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일상의 순간들이 지닌 아름다움을 향유할 수 없게 됩니다.
더욱이, 이 팟캐스트 에피소드의 내용은 아니지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터널 비전에 갇혀서 대안을 생각하기가 어렵고, 이는 자살시도 및 자살시도가 죽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입니다. 아래는 자살하려는 마음이라는 책에서 옮겨 온 내용입니다. 투신 자살을 시도했으나 극적으로 살아난 여자의 말이라고 합니다.
"나는 아주 절망적이었어요. '맙소사, 이걸 마주할 순 없어'라는 느낌이었죠. 모든 것이 끔찍한 혼돈의 소용돌이 같았고, 그래서 생각했죠. '할 일은 오직 하나뿐이야. 그냥 의식을 잃어야 해. 그것에서 벗어나는 길은 단지 이것뿐이야.' 의식을 잃을 유일한 방법은, 내 생각에, 꽤 높은 데서 뛰어내리는 것이었죠." - 자살하려는 마음, 101쪽.
가난이나 외로움은 자살에 기여하는 요인일 수 있습니다. 가난이나 외로움이 야기하는 터널 비전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사회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팟캐 에피소드에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한 여성도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가난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얘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