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출발선에 올라선 사람
시작점에서
뜬금 없는 타이밍을 좋아합니다. 눈치 없이 구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뭐랄까, 자기만의 이상한 시간 감각이 있어서 거기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요. 2025년의 설날을 지나며 이 공간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이거도 예전처럼 잠깐 불 같은 호기심이었다가 다시 사그라드는 것일까? 지켜보았더니 며칠째 매일매일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언어 공부를 핑계 삼아 영어와 독일어로도 하나씩 올리는 성가신 일까지도 글 귀신 들린 사람처럼 쏟아내고 있었어요. 갑자기 이런 상태가 가능해진 이유가 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드디어 너무 많은 힘을 외부에 빼앗기지 않아도 된다.
오랜만에 올린 첫 글에 '프리랜서'가 되었다는 근황을 올렸습니다.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일하고 있지만, 끊임 없이 '언어'를 다룬다는 공통점으로 자신을 확장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전에는 글이 너무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출근을 해야하거나 회사일을 먼저 해야해서 거기로 시간과 힘이 다 들어갔습니다. 글 쓰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것도 곤욕스러운데, 일은 또 일이니 혼을 담아낼 수밖에 없었어요. 안타까운 일은, 글을 향한 욕구가 아까만큼은 아닌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이제는 참지 않아도 되니 글 쓰는 리듬이 레이스처럼 이어지는 모양입니다. 정말로 오랫동안 바라왔던 상태입니다.
반가운 공간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스팀시티'와 '위즈덤 레이스'가 생각났습니다. 지난 가을에 춘자 @choonza @roundyround 님과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며, 가라앉았다는 이 도시의 이야기를 다시 찬찬히 읽어나갔습니다. 우리가 이야기했던 꿈의 언어들. 대단히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을 알게 된다는 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요. 문득 내가 아직 스팀시티의 시민이 아니며, 이 레이스의 참가자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번호표도 안 받고, 대회 정식 참가도 안 하고 혼자 뛰어들어갈 뻔! 그리하여 스팀시티에 쓰인 절차를 읽고 적합하게 레이스를 시작하려 합니다.
소개
![PIC_0496.jpeg](https://steemitimages.com/640x0/https://cdn.steemitimages.com/DQmf4Aye9mgEvXb3cPK1kzNKSzSrMTiqzqs7BRUn4AR8WaB/PIC_0496.jpeg)
2018년에 이곳에 처음 썼던 자기소개는 이제 먼지가 되었으니, 이 포스팅으로 업데이트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일기 탐험가, 채린제인입니다. 우연을 붙잡아 삶의 일부로 만드는 행위를 좋아합니다. 1995년부터 일기를 써 왔습니다. 이제는 일기를 삶이자 작품처럼 내어놓으며 살고 싶은 꿈을 품고 있습니다. 예술적인 여정을 함께할 반려자를 만났고 이번 여름에 그가 있는 독일로 향합니다. 언어를 중심으로 다루며 경계 없는 예술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평생 수련하는 삶, '사적인 파라다이스'
오래 전, 곁에 있던 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어도 아무런 소식이 닿지 않았습니다. 가장 친했던 친구에게서도, 나에게서도 증발해버린 사람. 그때의 충격과 밀려오는 슬픔, 부정적인 감정을 풀어놓고 평온을 되찾기 위해 '사적인 파라다이스'를 만들었습니다. 나의 낙원을 타인에게 심어두지 않는다. 나의 천국은 내 안에. 사적인 파라다이스는 이 모토를 지향하며 평생 이어가는 저의 개인 프로젝트입니다. 지금은 낙원을 계속 가꾸며 평온을 유지하고 더 나은 존재가 되어가는 여정에 있습니다. 글과 그림, 사진을 매개물로 하며 전시를 이어가다가, 2019년에는 열흘 간의 명상 코스를 통해 평온을 직접 생성하는 것을 연습했던 기록을 바탕으로 동명의 책을 독립출판으로 냈습니다. 이 책은 현재 절판 상태이지만, 좀 더 많은 이야기가 더해진 개정판을 염두해두고 있습니다. 어떤 형식으로 해볼지는 계속 고민중에 있어요.
손으로 쓰이는 가장 사적인 매거진, '일기 오브 채린제인'
일기장의 2페이지가 채워지면 스캔하여 현재 인스타그램과 스레드를 통해 일기를 편집해 올립니다. 정말 일기장을 디지털로 '출판'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페이지 출판'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워드프레스에 일기 오브 채린제인이라는 독립 공간을 만들어 일기와 기록에 대한 개인 디지털 자료들을 모아보고 있습니다.
소개는 이것으로 마무리해보겠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은 레이스 위에서 마저 펼쳐보도록 해볼게요! 아주 긴 여정이 되겠지요.
채린님의 성실한 글쓰기 생활을 지켜보며 많이 배워요. 환영해요, 채린님!
히히 우리 동춘님(?!) 손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 뜬금 없는 타이밍이지만, 바쁜 일이 몰아치기 전에 성실 모드 발동해보고 있습니다! 🏃♀️
환영합니다! @chaelinjane님은 @roundyround의 추천으로 <위즈덤 러너> 2기에 가입되셨습니다. 이곳에 남기신 <위즈덤 레이스>의 기록은 [Human Library]에 등재됩니다. 즐겁고 행복한 레이스 완주를 기원합니다!
소중한 선물 ㅠ 정말 감사해요! 🏃♀️ 포레스트 검프 스타일로 한번 달려보겠습니다~! 🙏🏽
갑자기 누군가 마구 뒤를 쫓아오면 @chaelinjane님이시구나 생각하겠습니다. 함께 완주해 보아요~
ㅎㅎ 너무 반가워요 :) 멀린 선생님 옷자락이 보일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