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책방 [다시, 책으로]디지털이 당신의 뇌를 바꾸고 있다

in #growthplate5 years ago (edited)

가끔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디지털 문명은 우리를 아니, 인류를 어디로 데려다 놓을까?

순간 접속해서 정보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에 지식정보 기억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떨어져가고 있다. 시간과 공간에 관계 없이 접속을 통해서 소통이 가능해지고 있기에 단지 지금 내 앞에 있는 그 사람에게 주의를 주지 않는다.

이런 경험들이 반복된다면, 우리 인류의 삶은 이전과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 개인적인 측면에서 보면 주요 관심사, 혹은 대화의 깊이, 글쓰기 능력, 문제에 대응하는 패턴 등 많은 것들을 달라질 것이다. 그것은 결국 개개인의 뇌의 연결 구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을 듯 하다.

얼마전에 읽었던 기사에서는 요즘 10대들은 유튜브 보다 '틱톡'을 더 많이 본다고 했다. 15초의 짧은 영상들을 쉽게 올릴 수 있고, 무의미해 보이는 짧은 영상들을 여러 번 보면 그것들만의 매력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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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pixabay.com>

인류는 점점 더 빨라지고, 점점 더 넓어지지만, 점점 더 짧아지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오직 이 순간이 존재한다는 영적인 메시지와도 연결된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생각이 멈추고 오직 지금 이 순간의 느낌만 존재하는 것 말이다.

이런 저런 생각의 단상들이 머리 속을 흘러다니던 중 <다시, 책으로>(메리언 울프)가 나에게로 왔다. 부제는 ‘순간 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요즘 나의 책읽기는 20년 전과 분명 다르다. 어떤 부분에서는 더 좋아진 부분도 있다. 책을 더 쉽게 보게 되었다는 점. 읽기가 힘들 때는 팟캐스트, 유뷰트 혹은 TTS를 활용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책을 붙들고 오랫동안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 나이 탓인지, 디지털 읽기- 다시 말해 주요 단어를 건너 뛰며 훑어보는 패턴-에 익숙한 탓인지 온전히 내 것으로 흡수 정리되지 않는 지점들을 느끼기도 한다. 나의 ‘읽기’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생각과 ‘꼭 책을 읽지 않아도, 접할 수 있는 매체는 많아’라는 사람들의 그럴 법한 주장 이 사이에 어딘가를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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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책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작가 매리언 울프(Maryanne Wolf)는 인지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이다. ‘읽는 뇌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자로 꼽힌다. 전작<책 읽는 뇌>에 대해 주변에서 읽기 어려운 책이었다고 말하기도 했고, 꽤나 수준 높은 통찰을 준 책이었다고도 말했다. 읽어보진 못 했지만, 다소 전문적인 서적이었을 거 같다.

이런 견해들이 작가의 귀에도 들어갔었나 보다. 이번 책 <다시, 책으로>는 보다 쉽게 접근하기 위해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여졌다. 출판사와 작가 사이에 얼마나 많은 기획 토론이 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게 하는 지점이다.

책은 총 9편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책 읽기의 중요성을 언급한 첫번째 편지에 이어, 두번째 편지에서는 책을 읽는 동안에 우리 두뇌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프로세스를 설명한다. 세번째부터 여섯번째까지는 디지털 환경에 처한 우리가 이전과는 다르게 읽고 있으며, 뇌 또한 달라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일곱번째, 여홉번째까지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읽기를 가르치고, 달라지는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 제시하고 있다.

목차의 흐름만 보아도, 지금의 디지털 읽기가 우리 두뇌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고 있고, 특히 자라나는 세대는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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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작가의 초대의 말로 시작된다.

“이 편지는 여러분에게 읽기와 읽는 외에 관한, 있을 법하지 않은 일련의 사실들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청하는 저의 초대장입니다. 그 사실들이 초래할 결과는 우리와 다음 세대, 심지어 인류 전체의 인지 능력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답니다. 저의 편지는 그 보다 더 미묘한 다른 변화들도 살펴보자는 권유인 동시에, 한때는 여러분에게 고향집이었던 읽기로부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멀리 떠나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는 초대장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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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구글>

작가는 매우 정중하고, 친절하게 그러나 매우 간곡하게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었다. 이런 정중한 초대를 감히 거절하기 어려워 천천히 읽어 나갔다.

매리언 울프는 매우 섬세하고 풍부하게 보이지 않는 뇌에 대한 설명들을 했다. 필요하다면, 적절한 비유들을 활용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뇌 안에서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뇌 전문 용어도 익숙하지 않는 일반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작가의 인내심과 정성, 그리고 풍부한 상상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딱딱한 뇌에 기능에 대한 설명들이 이다지도 풍부하게 전개되었을까 하고 다시 살펴보았다. 그녀는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했었고, 첫번째 편지에서 수많은 문학 책들이 언급되고 있었다. 그녀의 풍부한 표현이 이해가 되는 지점들이었다.

그 풍부한 표현들은 두번째 편지 ‘커다란 서커스 천막 아래- 읽는 뇌에 관한 색다른 관점’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매우 세심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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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읽기’라는 행위를 할 때, 우리 뇌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매리언 울프는 거대한 서커스 천막 꼭대기에 설치된 원형의 나무 횃대에서 아래로 내려다 본다고 상상하라고 말한다. 그 곳에서 동시 다발로 일어나는 3중 서커스를 지켜보는 것과 ‘읽기 회로’가 형성되는 것은 유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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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pixabay.com>

그 3중 서커스가 펼져지는 장소는 다음과 같다.

‘읽기’ 능력과 관련된 뇌부위를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전두엽에 속해 있는 인지영역, 측두엽에 있는 언어영역 그리고 후두엽에 있는 시각영역이 그것이다. 이렇게 대중 나열만 해보아도, 뇌의 앞, 중간, 뒤 모두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3가지 말고도 인지영역과 언어영역 사이에 겹친 운동령, 인지영역 안 쪽에 자리 잡은 정동(Affect_ 감정, 정서영역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도 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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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다시, 책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볼까? 어쩌면 여기서부터가 본격적인 이야기다

  1. 주의
    주의는 서커스로 비유해 보자면, 조명과 같다. 서커스에서 조명이 비추는 곳에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는 거처럼, 주의가 모든 기능의 핵심이다. 서커스에서 형형 색색의 조명이 사용되듯이 뇌에서도 다양한 주의가 사용된다. 첫번째 조명등은 주의의 방향을 결정한다. 우리가 읽기를 시작할 때,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서 주의를 분리시키고, 눈 앞의 대상으로 주의를 이동하며, 마침내 읽기 회로를 깨우기 위해 주의집중을 하는 것이다. 두번째 조명은 전두엽 통제실의 집행적 주의 체계에 의해 조직되는 것인데, 인지 작업을 관리하는 것이다. 수집된 다양한 정보들을 통합하는 일을 한다.

  2. 시각
    시각은 무대로 비유될 수 있다. 양쪽 눈의 망막으로부터 자전거를 탄 망막 곡예단이 2줄로 글자들을 싣고 등장한다. 이들은 시신경교차를 통해 머리 뒤쪽 후두엽까지 이동한다. 이 시신경 교차 덕에 좌우뇌 모두 핵심적인 시각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런 간단한 정도는 학창 시절 생물시간에 배운 듯 하다. 글자 정보를 실은 곡예단들이 빛의 속도로 후두엽 내 특정 영역, 다시 말해 6겹으로 구성된 ‘시각피질’에 도착한 후 4번째 겹으로 들어가자 정보를 전달한다. 이 글자들은 작은 안구모양 구체들에 의해 파편화 되고, 더 깊은 피질에서 그 정보들을 글자로 인식한다.

  3. 언어
    시각이 맨 뒤의 무대라면, 언어는 중간 무대쯤에서 일어나는 공연이다. 후두엽과 측부엽이 만나는 곳에 있는 시각영역에서 많은 뉴런 집단들이 활성화 된다. 시각 정보로 들어온 글자들을 소리(음소)로 연결한 후, 그 글자들과 관련되어 있는 많은 정보들을 연결한다. 이를테면, Track이라는 글자정보과 각각의 음소로 인지되고 나면, Track의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짐승 발자국 track, 기차 철로 track 혹은 경기장 트랙track인지를 구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track 과 관련된 의미론적 추론들을 연이어 이끌어 낸다.

  4. 인지와 정동(정서)
    마지막 세번 째 무대는 인지와 정동(정서)의 무대이다.
    track이라는 글자의 문맥을 인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 기차길 경험을 연상하거나, 토마스 기차 같은 장난감을 떠올리고 좋은 기분이 든다든지, 안나카레니아가 몸을 던지려는 철로가 생각나 슬프고 두려움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을 정돈하는 것이 모이랑회이다. 모이랑회는 후두엽의 시각 기능, 측두엽과 두정연의 언어, 인지 기능들을 통합한다. 서커스로 비유한다면, 무대감독 정도 되지 않을까. 이러한 좌우반구 뇌에서 일어나는 ‘읽기 회로’는 밀리세턴 단위로 다시 말해 0.5초 안에 활성화되는 과정이다.

여기까지 읽고 나니, 눈이 있어 보고, 배워서 읽을 수 있다고만 생각했던 나의 능력들이 참으로 신비하게 느껴진다. 별과 같이 많은 뉴런들이 연결되고 복잡한 처리 과정을 거쳐서 내가 글자를 읽고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이라는 느끼는 순간, 참으로 겸손해지는 기분이다. 나도 모르는 거대한 설계도에 의해, 나의 생명이 작동되고 있는 거구나 하는 경이로움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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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읽기 회로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더 이상 깊이 읽기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매리언 울프는 이야기 한다.

“글이나 텍스트를 얼마나 잘 읽느냐는 우리가 깊이 읽기 과정에 시간을 얼마나 할애하느냐에 달렸습니다.(중략) 디지털 문화에서부터 우리와 아이들의 읽기 습관, 우리 자신과 사회에서 묵상이 차지하는 역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우리가 깊이 읽기를 위한 뇌회로 형성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느냐에 달렸습니다. 뇌 회로의 형성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이지만, 결코 저절로 이뤄지지도 않습니다.


깊이 읽기 과정에서 우리는 글을 읽고 있지만, 머리 속에서는 보고 있는 거처럼 이미지를 만들고 작가가 읽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청각화 한다. 또, 타인의 관점과 느낌을 갖는 공감을 경험한다. 우리는 실제 개인의 세상에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타인과 소통하고 경험하며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 깊이 읽기 과정에서는 특별한 감정이입을 통해 타인의 느낌과 생각 속으로 들어간다. 이것은 타자를 내면의 손님으로 초대하는 것과 같다. 그 내면의 타자가 나를 통과해서 지나가고 나면 나는 더욱 확장되고 강해지고, 지적으로나 감성적으로 바뀌게 된다.

또 깊이 읽기는 정교한 인지 과정을 발달시킨다. 사물에 진실에 이르기 위해 관찰, 가설, 추론, 연역 등의 인지 능력들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깊이 읽기 시작하면, 0.5초 내에 읽은 내용을 통합하고 지각을 한데 모아 우리가 읽고 있는 것과 우리의 배경 지식을 비교하고 새로운 개념과 가설을 구상하게 한다. 또한 유추와 추론의 과정을 거쳐 꽤나 명쾌한 통찰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러한 분석 과정은 공감능력과 결합되어, 삶에서 자신의 동기와 의도를 구분하게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과 느낌 또한 명민하게 이해하게 된다. 이는 공감을 넘어서 대인관계 전략적 사고에도 영향을 준다. 그러고 보면, 깊이 읽기는 그냥 내용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모든 인지의 과정들을 통째로 흔들어서 재배열하고 새로운 능력을 부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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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기 과정은 디지털 매체를 훑어 읽기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뇌를 자극한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온 우리는 점점 더 제대로 깊이 읽는 것에 대해서 소홀해지고 있다. 하물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어떠할까?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디지털 시대의 청소년들은 ‘주의 집중력이 약해, 하던 일에서 주의를 빼앗기고 이러지리 건너뛰는 전형적인 경련성 행동 방식’을 보인다고 한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이것이 비단 청소년일 뿐일까? 나도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무겁다.

우리의 주의가 금세 다른 것으로 옮겨가는 것은 “새것 편향”이라고 하는데, 뇌가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과 같은 호르몬에 잠겨있는 상태로 비유해 볼 수도 있다. 점점 더 새롭고 자극적인 것만을 찾게 되는 것이다.

매리언 울프는 이런 현실 속에 있는 모든 아이들을 걱정한다. 인지 발달 궤적이 너무 걱정스럽다고 했다.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가상적인 오락물에 노출된 나머지 스스로 노는 법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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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가? 디지털을 멀리하게 하는 것이 답인가? 그렇게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매리언 울프는 매우 구체적으로 가이드를 주고 있다.

디지털 기기가 무한정의 전자책과 이야기를 제공해 주고 이러한 것들이 단어와 개념을 훨씬 쉽게 학습하게 해준다할 지라도 처음 2년간은 이것들을 멀게 하게 하라고 권장한다. 왜냐하면, 손으로 책을 만지는 행위, 필요하면 책장을 앞뒤로 넘겨가며 보는 행위 자체가 뇌의 다양한 영역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읽기는 아이들의 뇌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온 몸과 관련된 것이다. **

또한 생후 2년에서 5년 사이에는 언어와 사고가 함께 비상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2세~5세의 아주 짧은 시기를 디지털 기기로 이 시간을 잡아 먹히게 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책, 노래, 게임, 색깔, 음악, 신체적 탐구 등 가능한 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해 새로운 배경 지식들이 몸으로 체험되게 해야한다.

디지털 매체의 경우 하루 30분 이하의 시간에만 노출되게 하고, 조금씩 늘여나가는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점차 자라나가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세계를 고르게 경험할 수 있게 하도록 권장한다. 처음부터 스크린을 들이미는 것이 다른 아날로그 세계로 들어가게 하는 것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거처럼 스크린에서 제공하는 자극적인 정보들은 다른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않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인듯 하다.

결국엔 양손잡이가 되게 가르쳐야 한다. 인쇄물로 생각하고 읽고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난 후 스크린에서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배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 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이러한 방식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고, 사회 또한 새로운 시대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시스템을 제공해야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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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고 정성스럽게 쓰여진 편지 형식 속에 매리언 울프가 생각하는 아이들과 사회 그리고 인류의 미래에 대한 깊은 우려와 사랑이 담겨 있다. 인지신경학자로서 아동발달학자로서 지금 인류에게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뇌 회로의 변화에 대한 의견 표명을 아니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 같다.

첫번째 편지에서부터 아홉번째까지 끊임없이 디지털화가 뇌에 미치는 부정적일지도 모르는 영향에 대해서 우려하면서, 아날로그식 읽기를 통해 인간 뇌가 가진 엄청난 잠재력들이 사장되지 않고, 인류 대대로 영속될 수 있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녀의 말에 한편으로 동의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의문도 품어 본다. 우리는 지금 몇 만년 전 석기 시대의 기민한 감각들을 그다지 사용하고 있지 않다.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아도 사는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때 그들이 가진 기민한 두뇌 반응은 없어졌지만, 지금은 다른 방식으로 우리 두뇌를 사용하며 삶을 여위하고 있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 이 두뇌로 석시시대로 돌아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매리언 울프의 주장에 너무나도 동감이 되면서도 한편으로 디지털 시대에서 주로 사용되는 뇌는 지금과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다. 그리고 그 시대에도 지금과 같은 사고와 인지 능력을 유지하면서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뇌회로를 사용한다면 그 보다 좋을 것은 없을 것이다. 마치,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면서도 석기 시대의 기민한 감각들을 다 활용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으로 너무나도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뇌 회로의 변화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한 뇌 변화에도 충분히 삶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많은 사람들도 생겨날 것이다. 인류 전체로 보았을 때, 이러한 현상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감히 답하기 어렵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으로 인한 뇌 변화는 어찌 보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나게 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하고 생각해 본다.

다만, 매리언 울프의 섬세하고 설득력 있는 주장들 덕에, 다시 한 번 나의 읽기 습관에 대해서 긴장감을 가지고 바라 본다. 그리고 제대로 발달되기도 전에 디지털 환경 덕에 사라져 갈 지도 모르는 나의 깊은 사고력 발달을 위해 다시금 책을 손으로 만지면서 읽어보기로 결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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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이웃인 @gluer님의 [KR] 어떤 자유라는 글을 읽으면서 현대의 기술이 주는 편리함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가끔은 우리가 이전부터 느꼈던 감각이나 생각들이 편리함에 의해 생략되어지는, 아날로그적인 부분이 없어지는 현상도 있는 것 같아요.
멋진 리뷰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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