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 날 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추운 겨울 밤 11시. 국립공원 입구. 고요한 산사에서 수행하시는 분들을 남겨 놓고, 집으로 가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깊은 산 겨울 밤 답게 주차해 놓은 차 안은 냉기가 가득했다. 약간의 예열을 하고, 도로 위로 차를 올렸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로등 불빛조차 없는 외진 길가에서 검은 파카를 입은 덩치 큰 한 남자가 내 차를 향해 손을 아래 위로 내저었다. 히치 하이킹을 하는 듯 했다.
<출처:pixabay.com>
‘춥고 늦은 시간에 이런 외진 곳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다니…’ 하는 안타까운 생각과 ‘세상 사 알 수 없지. 뭐든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어. 무서운 일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해’라는 두려움의 생각이 교차했다.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라는 책에서 읽었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여행 중 류시화와 그 일행은 강도를 만나 납치를 당했다가, 류시화가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 이유로 강도 두목에게 호감을 얻어 무사히 풀려나게 되었다는 가슴쫄깃하고 환타지 가득한 이야기였다.
또, 히치하이킹에는 대학 2학년 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했다가 급하게 서울로 가기 위해 친구와 대성리 어디에서 차를 잡아탄 기억도 있다. 그 분은 본인도 서울로 간다 하시며 친절하게 서울까지 태워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이런 제법 극적이고 따듯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종종 뉴스에 등장하는 흉흉한 이야기들도 있지 않은가?
내 차가 그 검은 파카를 입은 남자 앞에 도달하기는 불과 몇 초. 나는 결정을 내려야했다. 만약, 내가 그냥 지나친다면 어떨까? 아마도 그런다면 몇 분동안은 마음이 무겁고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 들 것이다.
만약, 그 분을 태운다면 어떨까? 운이 좋다면, 추운데 떨고 있는 사람에게 약간을 도움을 주었다는 선행에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운이 나쁘다면, 이 밤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선택에 따른 책임과 인연과보
아주 오래 전에 들었던 법률스님의 즉문즉설 한 편이 생각났다.
질문자는 가출한 청소년이 불쌍해서 집에 데려와 밥을 먹여주고, 하루만 자고 집에 가라고 하며 선행을 베풀었는데, 그날 아침에 집에 있는 귀한 물건을 훔쳐가버려서 속상하고 화난다고 했다. 장발장 꼴이 된 것이다.
그러자 스님은 그 질문자를 따끔하게 혼내 듯 말씀하셨다.
‘첫번째,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말 것. 두번째, 그 가출 청소년을 집에 들일 때, 내가 선행을 베푼다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할 일을 할 것. 세번째, 그 아이를 원망하지 말 것.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당장 내일 먹을 것과 잘 것을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을 것인데, 은혜를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은혜를 베풀었는데, 배은망덕하다 말할 것 없다.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아이를 데리고 와서 집에 재운 네 어리석음의 과보다. 그러니, 그 아이를 원망하지 말라.’
또 다른 에피소드의 질문자는 동생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못 받아서 속상하다 했다. 법륜스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돈을 빌려주지 마세요. 그리고 돈을 빌려 줄 때는 그 돈을 못 받을 각오를 하고 빌려주세요. 그런 각오가 없으면 돈도 잃고 사람도 잃어요.’
법륜 스님의 말씀들이 마음 속에 맴돌았다.
‘인생에는 이렇게 하면 된다, 저렇게 하면 된다 하는 정답은 없습니다. 오직 선택만 있고 그에 따른 책임만 있을 뿐이지요.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됩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나는 최악의 상황을 각오하고 그를 태우기로 마음 먹었다. 그 다음 일은 그냥 책임지리라.
누군가가 내게 히치하이킹으로 도움을 주었듯이, 이 춥고 어두운 날 언제 차가 지나갈지 모르는 외진 곳에서 나는 그를 돕기로 했다. 그 선택으로 나를 도왔던 분들에게 감사를 표해 보리라.
'내게는 그런 최악의 상황이 생기지 않을 거야'하는 자기중심편향적인 생각과 '이 선택은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하는 호기심 가득한 생각을 품고 차를 세웠다.
창문을 내리고 '어디까지 가세요?' 하자 그는 '큰 길까지만 부탁할게요'했다. 그리고 매너 있게 뒷자석에 탔다. 히치하이킹에 능숙한 느낌이었다.
그는 대리운전 기사였고, 번화가에서 이 깊은 산속까지 대리운전해서 왔다고 했다. 카카오 택시로 더 이상 택시를 잡을 수 없다며, 정중하게 감사를 표했다.
본래는 큰 길까지라고 했지만, 내가 가는 길목에 있는 번화가까지 태워드리기로 했다. 30분동안 약간의 두려움과 어색함을 몇 마디 대화로 메꿨다. 번화가에 도착하자, 그는 나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하시며 내렸다.
집으로 운전해 오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음에 감사했다. 어쩌면 그분은 대리운전기사로 변신한 관세음보살일지도 모를 일이지 않은가. 나에게 어쩌면 착한 일 했다면, 스스로 우쭐해질 수 있는 기회를 선물로 주러 나타났을 지도 모른다 하며 웃었다. 누구는 어리석다라고 말할 나의 치기어린 용기도 마음에 들었다.
내일의 나는 같은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할 지도 모른다. 그에 따른 또 다른 모양의 책임을 지겠지.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모든 일에는 인연과가 있어요. 그냥 책임을 지세요.'
마음을 담담하고 담대하게 하는 말씀이다.
[게으른 마녀의 흔한 책방] 첫 가입인사 드립니다. > 게으른 마녀의 블로그 소개
[마녀_책방]동네 바보 형의 똑똑한 성공 비결 > 책 원씽을 통해서 본 포레스트 검프 성공기
[마녀_책방] 책을 읽는 다채로운 요령 #1
[마녀_책방]책을 읽는 다채로운 요령 #2
[마녀_책방]책을 읽는 다채로운 요령 #3 함께 읽기
[마녀_책방]책을 읽는 다채로운 요령 #4 _Input 보다는 Output
[마녀책방] 나를 사랑하는 평범하지만, 실질적인 방법 (feat 책스몰 스텝)
[마녀_책방] 당신의 삶을 점검해 보고 싶다면, 책 <굿 라이프>
[마녀_책방]당신의 사랑 때문에 상대가 괴로워하고 있다면… <5가지 사랑의 언어>
[마녀_책방]골든아워. 지금 읽어야 할 때.
[천가지감天歌之感] 바가바드 기타 3장 카르마 요가 ? 행위의 길
[천가지감天歌之感] 고개를 들어 별 빛을 보라- 바가바드 기타 4장
[천가지감天歌之感]명상 하시나요?- 바가바드 기타 6장
[천가지감天歌之感] 바가바드기타 13장 물질과 정신
[천가지감天歌之感] 바가바드기타 14장 창조와 진화의 힘
[천가지감天歌之感] 바가바드기타 15장 궁극적인 자아
[천가지감天歌之感] 바가바드기타 16장 두 가지 길
[천가지감天歌之感] 바가바드기타 17장 세 가지 믿음
[천가지감天歌之感] 바가바드기타 18장 포기와 자유
[마녀_빗자루] 기적을 삶에 초대한 일주일 간의 보고서
[마녀_생각빗자루]죽음의 경계에서
[마녀_생각빗자루]인생 디톡스 비법
[마녀생각빗자루] 수영하는 법 힘빼고 흐름에 맡기기
[마녀_생각빗자루] 내 사랑 축복 아이언맨
[마녀_생각빗자루]소소한 행복 리스트
제주 세화 해변에서 서핑을 만나다
[마녀_생각빗자루]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기 100일 도전.
[마녀_빗자루] 2018년, 나는 평화로웠다
SKY캐슬_ 인간은 없고 욕망과 수단만 있다.
삶에 힘이 되는 나의 비밀 주문_10만트라
KR 커뮤니티 출석부 후원으로 왔습니다.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모든 선택에는 그 나름 권리 또는 기쁨도 따르네요
KR 커뮤니티 출석부 함께 응원합니다~♩♬
2019황금돼지해(^(00)^)~복 많이 받으셔용~♩♬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착한 사람과 일하고 사귀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머리가 좋지 않으면 위험을 모르고 베풀다 언젠가 크게 당하고, 머리가 좋으면 위험을 알고 베풀다 언젠가 크게 당한다구요. 맞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너무 씁쓸했습니다. 언젠가 크게 당하는 일이 없으셨으면 합니다. 이번에 당하지 않은 것도 굉장히 잘됐습니다. 보팅 팔로우합니다.
고맙습니다. 주변에 많은 분들이 이번은 정말 다행인데, 다시는 그리하지 말라 당부하시네요^^
히치하이킹. 무서운 뉴스가 많이 들려오는 것 때문에 주저하게 되는 일일텐데요, 점점 사람간의 정을 확인하는 일이 줄어드는 게 아쉽네요.
맞아요. 밤이라 더 무서워서, 별 생각이 다 들긴 했어요. ㅎㅎㅎ
안전하지 않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참 아쉽고 슬프더라고요.
정말 오랜만에 이 것을 사용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어려운 판단
대단한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저도 십리길 중학교 다닐때 친구들이랑 많이 차를 얻어 타고 다녔던 기억이.....
여튼 이 어지러운 세상에 관세음보살님이 계셨군요.
🌹🌹🌹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ㅎㅎㅎ 감사합니다. 서로의 만남이 행운인 날이었어요. 운 좋았음에 감사하려고요.
긴장하며 마지막까지 기다렸습니다
다행이예요 ~^^
저는 그냥 지나칠래요.
네 그것도 좋은 선택. 그리고 저도 다음엔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어요~ ㅎㅎ
용기에 박수는 보냅니다~ㅋ
Congratulations @nabinabi!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the Steem blockchain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Click here to view your Board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To support your work, I also upvoted your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