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2년의 소회

in #freekr6 years ago

스팀잇을 시작한지 2년이 다되었다. 그동안 열심히 글을 올렸다. 그간 올라간 글을 다 정리하면 꽤 될듯하다. 결국은 매일 매일의 일기를 쓴 셈이다. 내가 무엇 때문에 스팀잇을 이렇게 열심히 하게 되었을까 ?

돈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업모델이 뭔가 그럴 듯했기 때문이다. 보상을 받기 위해 글을 썼다.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더 많은 돈은 투자했다. 그러다가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기간에 다른 암호화폐에 투자했더라면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을.

그것을 알면서도 계속 투자를 했다. 처음에는 내가 보상을 많이 받기 위해서였는데 조금 지나가니까 남에게 보상을 나눠주는 것도 좋았다. 그러다가 그것도 시들해졌다. 보상이 적절하네 아니네 어뷰징이네 마네 하는 것이 보기 싫었다.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것이 싫었다. 인민재판하는 것 처럼 완장차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보기 싫었다. 자신들만 옳고 정의롭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폄훼하는 것이 보기 싫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나도 완장차고 돌아다녔다. 내가 남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말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인간이란 모두 거기에서 거기다.

어느 순간엔가 자유롭자고 시작한 스팀잇이 오히려 나의 생각을 억압하고 얽어매는 듯한 생각도 들었다. 결국 현실 세계이든 가상세계이든 인간관계가 문제다.

오히려 현실세계보다 가상세계의 인간관계는 더 질긴 듯 하다. 현실세계는 안보면 되지만 가상세계는 끊임없이 따라 다닌다. 아예 가상세계에서 떠나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그 끈적 끈적한 관계의 억압을 피할 수 없다.

아예 떠나면 될 터인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단순하게 경제적 이익이 되기 때문일까?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이유도 있다. 나의 경우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에 몰두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글쓰는데 집중할 수 있다. 남의 시선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마치 구름처럼 떠 다니는 의식의 흐름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더 들자면 남에게 무엇인가 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제 집에서 논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소일거리 찾아서 무엇인가 한다. 그런데 나는 무엇인가 한다. 그것도 바쁘게 한다. 그 바쁜 일의 내용도 현직에 있을때와 다르다. 현직에 있을때는 일이 스트레스였지만 지금은 사진찍고 공부하고 글쓰는 것이 기쁨이다. 그래서 여러번 꽤 좋은 조건의 자리가 있었지만 여유있게 웃으면서 거절할 수 있었다. 남들이 다 하고 싶어하는 자리를 웃으면서 여유있게 거절할 때, 난 희열을 느꼈다.

사회생활하면서 좋은 조건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 처럼 기분좋은 일은 없다. 그런지 안그런지 나중에 한번 느껴 보시기 바란다. 스팀잇에는 능력있는 분들이 많으니 나보다 먼저 그런 희열을 느낀 분들도 있으리라.

경제적인 이유을 떠나서 무엇인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스팀잇에서 떠나지 못하도록 만든 가장 큰 이유였다. 보상의 다과를 막론하고 무엇인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스팀잇이 나를 묶어둔 가장 큰 힘이었다. 물론 그 바탕에는 경제적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을 것이다. 과거 다른 SNS에도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열심히 했지만 곧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들하고 말았다. 그런데 스팀잇은 나를 글쓰는데 집중하게 만들었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들로 산으로 사진을 찍으러 돌아 다니게 만들었다.

몰론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은 사회생활에서 은퇴하고 할 것 없는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팀잇의 앞날이 상당할 정도로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나의 삶을 밀도있게 살게해 준 것은 순전히 스팀잇 덕분이다.

바람이 있다면 네드를 위시한 스팀잇의 운영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지에 대해 좀 더 고민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자신들이 앞장서서 보팅풀 운영하며 SMT에만 목을 매서는 미래가 어둡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내가 나름대로 의미있고 보람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스팀잇 덕분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앞으로도 계속 잘 되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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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좋은글잘읽었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또놀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감이 되는 글이네요.
마지막에 smt 단락은 좀 공부흘 해 봐야겠네요. 천천히..

그동안 @oldstone 님 글에 부정적인 댓글만 적었었는데~
처음으로 공감되는 글을 읽어서 보팅 남기고 갑니다~
어느정도 습관을 들이고나니 스팀잇도 하나의 생활이 되더군요~
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이미 예전에 버렸습니다~

스팀잇 취미생활로도 좋은 것 같습니다.

ㅎㅎ 그렇지요

안녕하세요 올드스톤님, 오랜만에 인사글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참 긴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이제 1년이 가까이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말 지나고 나면 시간 참 빨리 지나갔구나 라는 생각이 납니다. 많은 일들을 보고 들으면서 생각도 많이 하는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도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좋은 경험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저도 앞으로의 스팀잇이 더 계속 잘 되길 기원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없지요.
스팀잇도 많은 변화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편안한 하루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1년 채 안되지만 말씀하신 부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저도 경제적 이익을 위함인지 글을 쓰기 위함인지에 대해 한번 살펴보고자 저를 테스트 하고자 합니다.

사실 둘을 따로 떼놓고 보기도 어렵지요

매일매일 글을 쓴다는것
그글을 누군가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크고작은 보상이 있다는것
그래서 또 글을 쓰는 하루
ㅡㅡ삶입니다 스팀잇은ㅎㅎ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ㅎㅎ

중간에 고래분들사이에 약간의 트러블도 있었지만 그또한 스팀kr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단계였다고 보입니다..누가 옳고 그른거를 떠나서 소소하게 즐기는 스팀이 되길바래봅니다~

선배 스티미언의 진정성있는 이야기를 잘 읽었습니다. 저는 두 달 조금 지났지만, 스팀잇특유의 매력이 있는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스팀잇과 함께해온 시간이, 삶이라는 시간에 견주에 보면 결코 길지 않은 일부이지만, 그 의미는 기간에 꼭 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글로 적어주신 내용에서 만큼이나 그 동안 탈고 많고 했지만, 정말 스팀잇이 잘되기를 바라는 나름의 리딩그룹이 지금과 같이 그리고 항상 더 괜찮아지는 모습으로 방향을 잡아 주기를 기대해 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대는 꼭 누가 해야 된다라기 보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 만큼이나 믿고 따라주는 것 역시 모두 중요 하니 말이죠~ ^^;

1년 전 무렵, @oldstone 님이 진행했던 대문이벤트가 아마도 제가 참여한 처음의 댓글 무렵이 아니었나 떠올려 봅니다..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셨으니.. 이제 앞으로 20년을 기약 드려 봅니다~!!

활기찬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돌이켜 보면 짧은 시간은 아닌 듯 합니다.
그래도 보람이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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