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된 초여름 아침 그때의 감성으로 소환
시원한 빗소리로 시작하는 초여름 아침.
불볕더위가 시작되기 전 유예기간인 양 찾아오는 장맛비. 이제 선선한 저녁 공기도 태풍이 아닌 비를 맞는 것도 가을이 오기 전 지금이 마지막이란 어름장 같다.
장마의 시작은 대학에서 종강이 시작되는 때이다.
시험에서 벗어난 해방감, 고향집에 돌아간다는 안도감,
거의 석달에 달하는 방학을 맞는다는 설레임.
시원히 퍼붓는 장맛비와 함께 이런 감정들이 한꺼번엔 내 몸을 요동친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장맛비 소리에,
하늘에 커텐을 친 듯 밝기를 잔뜩 낮춘 하늘빛에
심장은 쫄깃, 야들야들해진다.
오늘 아침 청소가 일찍 끝나자
그 심장은 날 위한 브런치를 차렸다.
거실 한켠에 테이블을 놓고 초를 밝히고
대학 때 듣던 감성충만 음악을 한껏 틀어놓았다.
온 집을 뒤져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을 모두 꺼내었다.
빵은 올리브가 잔뜩 들어간 치아바타이다. 훈제연어, 고다치즈, 엔초비, 블루베리...
얼마전 너무 맛있게 먹었던 토마토 토핑! 맛을 기억하며 바질잎과 섞어 만들고 블랙올리브와 샐러드를 준비.
많기도 하다. 오늘은....
빵에 어울리는 것들을 머릿속으로 재빠르게 찾아 조합하기 시작한다. 생각대로 역시! 오늘의 베스트이다.
부드럽고 쫄깃한 치아바타에 치즈,토마토, 바질에 올리브는 최고의 조합이다. 맛이 강한 소스나 햄이나 연어같은 메인 재료는 필요없다. 상큼함이 입안에서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행복한 맛이다.
연어를 메인으로 하는 다음 조합.
소스에 훈제연어 오이,블루베리.
좋아하는 조합인데 오늘 빵에는 그저 그렇다. 호밀빵을 만났어야 하는데...뭐든지 제 짝이 있다.
엔초비를 위한 조합.
아직 낮설다. 엔초비, 너는 더 만나봐야 되겠다.
빵위에 올리브 오일에 샐러드, 발사믹 글레이즈를 조금 뿌려보았다.
망했다. 글레이즈 혼자 너무 달다. 발사믹 식초를 뿌렸어야 했나보다.
다시 베스트를 한번 더 조합하기로.
빵이 너무 빨리 사라지는 것이 아쉬운 순간이다.
남은 아이들은 샐러드로 마무리를 짓고
남겨둔 커피를 마시며 스팀잇 세상으로 글쓰러 간다.
셍각해보니 대학시절은 20년도 전이다.
이제 시시콜콜 떠오르는 기억도 없구만,
공기의 시원함, 축축함, 냄새와 소리는 뇌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때의 감정을 지금으로 소환해 고스란히 재생시킨다. 그저 신기하다.
그래서 오늘
괜시리 쫄깃, 야들야들거리는 심장을
나도 어찌할 수 없다.
https://steemit.com/news/@bible.com/6h36cq
우와~~ 맛있겠어요
저도 대학졸업한지 10년이 넘었네요~~
그때 그 시간의 소중함이 왜 그땐 느껴지지 않았는지...
그래도 그때 정말 아무것도 안해도 행복했던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해도 행복했다는 말 너무 좋네요. 그럴때도 있어야겠고 그럴려고 살아야겠어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전 요리 잘하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저도요~~
애들 땜시 이것저것 해보고 있는 요리 꿈나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