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의 삶] 요리학교 CIA

in #cia7 years ago (edited)

오늘도 동해번쩍, 서해번쩍 하는 하루를 보내고 모두가 잠든 새벽이 되어서야, 덕분에 조용히 글을 쓰고 있는데 프랑스 리옹에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윤언니. 탱고가 좋아 사랑을 했고, 사랑이 좋아 미국으로 떠났고, 다시 혈혈단신 뉴욕으로 건너가 그 곳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인정 받은 사람. 그 레스토랑의 수셰프였던 프랑스인과 결혼해 파리로 와 살다가, 얼마전 프랑스 중부, 미식가의 도시라는 리옹에 부부가 함께 레스토랑을 오픈하여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서로 뉴욕에 있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저와는 파리에서의 인연이 깊습니다.

윤언니와의 장장 세 시간에 걸친 통화로 인해 요리하던 때 생각이 마구 솟는 김에, 언젠가는 들려드려야겠다고 생각한 요리사의 삶을 조금씩, 천천히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이번에 @sochul 님의 SI 선정 작가가 되면서, 써야지 생각만 했던 글을 정말로 쓰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welcome @springfield

요리학교 CIA

Cunlinary Institute of America.

컬리너리 인스티튜트 오브 아메리카...... 컬리너...
그냥 줄여서 CIA 라고 부릅니다.

세계 3대 요리학교라고 하는군요. 좋겠네요.

눈치 채셨겠지만 미국에 위치한 요리학교입니다.
1946년에 태동했습니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도 캠퍼스가 있다는데
저는 뉴욕에 있는 본교를 다녔습니다.
뉴욕이지만 맨하탄은 아닙니다.
미드 ‘가십걸’ 에 맨날 나오던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 북쪽으로 가야합니다.

포킵시(Poughkeepsie)역에 도착한 후
택시들과 가격네고를 하는데
대부분 5달러에 학교까지 태워줍니다.
정말 공기 좋은 동네예요.

저희는 여기를 외딴 섬이라고 불렀습니다.

주변에 놀 거리가 1도 없어요.
Darbis 라고 하는 작은 바가 하나가 있는데
전교생은 물론 동네 주민들의 핫 플레이스였습니다.

CIA 는 엄연히 직업학교입니다.

약 2년의 수료과정과 약 4년의 학사과정이 있고
요리/ 제과제빵 학생으로 나뉘어 입학합니다.
대부분이 미국 현지 학생들인데

최근 한국 학생들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하는군요.

태국 학생과 일본 학생도 종종 있습니다.

커리큘럼이 독특하여 3주마다 입학생을 받습니다.
요리경력이 있어야 하고 추천서가 필요합니다.
공인된 영어점수와 에세이도 기본입니다.
저는 유학준비를 혼자서 다 했는데
지금 보니 서류 대행해주는 곳이 정말 많아졌군요.
입학 허가서가 나오면 학생 비자를 신청하면 됩니다.
등록금이 만만치 않지만 장학금 제도가 많습니다.

나름 모교라고 어필을 해야한다면...
요리사 최고 명예인 요리기능장인 ‘CMC’ 50인 가운데

20% 이상이 CIA 학교 출신이라는 점?

아, 하지만 저는 아니니까 별로 자랑은 아닙니다.

캠퍼스 생활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는데
신입생은 무조건 룸메이트가 있는 2인실 이상입니다.
저는 운도 좋게 3인실에 배정됐지요...
최악의 룸메이트도 (매일 다른 남자 데려옴)
최고의 룸메이트도 있었습니다. (지금의 베프)
놀거리 없는 우리들은 그렇게 기숙사에 모여
술... 공부를... 했습니다.
공용주방이나 야외 바베큐장에 모여
파티를 하거나 이벤트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학생회관에는
수영장, 탁구장, 헬스장, 체육관이 구비되어있고
매일 춤, 요가 등의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합니다.
(요리사에겐 체력이 필수거든요.)
학관이니 당연히 매점도 있지만
파는 것이라곤 햄버거, 샐러드, 맥주 정도입니다.

밥하는 학교잖아요.

밥은 주로 학교에서 먹습니다.
(이 얘기는 잠시 후 다시...)

각종 요리서적이 구비된 후광이 빛나는 도서관은
힐튼(Hilton)가 기부금으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캠퍼스 안에 베이커리도 있고 레스토랑들도 있는데
요리부터 서빙까지 재학생들이 하게 됩니다.
외부 손님들이 주 고객입니다.
캠퍼스에는 기념품가게, 성당, 묘지도 있답니다.

학교 수업

이론수업과 실기수업을 병행하는데
수업을 여러개 듣는 것이 아니라
3주에 한 과목씩 듣고 중간/기말 시험 다 봅니다.

수업 진도가 빠르고 정말 빡세기 때문에....

영어까지 잘 못하면 지옥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보니 학기제로 바뀌었군요.
한 학기에 대략 8과목의 수업을 듣네요.
수업과 교수, 스케줄은 학교에서 정해줍니다.

대표적인 이론 수업으로는
영양학, 메뉴개발, 와인수업 등이 있고요,
신나는 실기 수업으로는

정육과 해체작업, 각 대륙의 요리 실습,

교내 레스토랑에서 서빙하기 등이 있습니다.
듣기만 해도 신납니다. 네. 들을 때만 신나요......
하지만 수업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엑스턴쉽(인턴쉽) 입니다.
중간에 기숙사 방까지 빼고 몇 달간 일하고 와야 해요.
주로 고향이나 맨하탄으로 갑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아시아 음식 수업이라고 치면
날마다 한국, 일본, 태국 등의 테마를 잡아
요리를 배우고 팀별로 다른 몇 가지의 음식을
대략으로 생산해 내야 합니다.

한식 날에는 비빔밥, 불고기, 잡채등을 팔아요.

아, 판다고 하는 이유는

이것이 우리의 급식이기 때문입니다.

40개의 키친/수업에서 다발적으로 음식을 만들기에
원하는 키친에 가서 학생증 긁고 음식 받아 와서
주로 메인 홀에서 식사합니다.
2학년부터는 교내 레스토랑에서도 식사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학교 내에 드레스코드가 있습니다.

조리복 아니면 세미 정장 이상으로 입어야 해요.....
안 그러면 학교 건물 안에 못들어갑니다.
학교의 전통이기도 하지만 관광객이 많기 때문이죠.

관광객들을 위한 캠퍼스 투어도 있습니다.

정장입기 싫은 사람은 학관 매점에 가면 됩니다.

그 밖의 활동

수업 외에도 교내 이벤트, 콘테스트,
외부초청 강연, 필드트립, 특별활동 등
수십가지의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야생 버섯을 따러 간다든가,
한국 음식 알리기 행사를 연다든가,
수제 맥주를 만든다든가, 농장에 간다든가
굴 빨리 까기 콘테스트를 연다든가...


써도 써도 끝이 없군요.
쓰는 내내 즐겁고 아련한 것이 기분이 묘합니다.
하마터면 또 갬성적인 글을 쓸 뻔했어요. (휴...)
최근 진지한 글만 올려서 많이 힘을 뺐더니
왠지 건들건들거리는 느낌이네요.
졸업했다 이거죠 ㅎㅎㅎ
말년 병장이나 예비군이 이런 기분인가요?

오늘 소개해드린 것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입니다.
요리했던 이야기도 가끔 이렇게 써보려 합니다.
제가 현역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글 쓸 시간은 커녕
밥 먹을 힘도 없었을 거예요 :D

어떤 태그를 써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먹스팀이나 쿡스팀은 아닌 것 같은데...
오늘도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spring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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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댓글이 많은걸 보고 궁금해서 왔습니다!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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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를 잠시 들여다본 기분이예요.ㅎㅎ 저의 기숙사 생활도 잠시 생각났네요. 힘을 빼고 건들건들 쓴 글이라 그런지, 쭉쭉 읽힙니다. 분위기도 밝구요. 요리했던 이야기도 기대할게요.^^

쏠메님 :-) 개인적인 이야기만 안들어가면 글이 밝고 가벼운 것 같은데 말예요 ㅎㅎ 그런데 이렇게 분위기를 바꿔가면 읽어주시는 분들이 헷갈리실 것도 같아요 ;ㅁ;

와우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셨겠네요~
멋지십니다.


팔로 꾸욱~💕

팔로우... 지난 번 댓글에서도 하신다고 했는데 ㅠㅠ

아 ;; 맞팔했습니다 😃😃😃

관광지 역할도 한다니 대단하네요.. ㄷㄷ
CIA라는 이름은 대사각하의 요리사라는 만화에서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ㅋㅋ

그래서인지 실내에 전면이 유리창인 키친(교실) 이 많아요. 와서 학교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가고 그러더라구요 ㅎㅎ 대사각하의 요리사는 어느나라 만화인가요? 기억력이 짱이시네요 +ㅁ+

댓글을 달았다고 생각했는데 안 달았었네요~ 대사각하의 요리사는 일본 만화구요, 대사관저 요리사가 주인공인 만화입니다.
일본 중심이라 결론이 꽤나 이상하긴 한데 ... 재밌게 봤었어요.

'밥 하는 학교 잖아요'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

해외에 살면 끼니해결하는 것이 참 골치 아팠는데...그 문제로부터 자유로우셨겠어요 ㅎㅎ

와. 오랜만에 사진 보는데 아주 통통했더라구요. 요리 배우러 갔다가 밥만 먹고 왔습니다 ㅎㅎㅎ

재밌네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학교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solafide7981 님 안녕하세요 :-) 우리나라에도 조리학교는 많이 있지만 CIA분교는 없네요. 싱가폴에는 있던데..

여행 일기와는 느낌이 다른 글이네요^^~
여행 일기는 여대생 느낌 이었는데 말이에요~
이번 글은 나이가 한 10살쯤 많은분 같으네요^^
전문가라서 그런거죠^^~
이런 글, 저런 글 다 좋으네요~

에스더님! 잘지내시죠? :-) 글 소재에 따라 제 문체가 많이 바뀌지요? 사실 내심 걱정이었는데 그 안에도 제 자신이 반영된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쓰려고 하고 있어요. 에스더님께서 좋게 봐주시니 다행입니다! :-)

우와 완전 요리사관학교같은 느낌이네요! 저기에 내놓으라는 요리사들이 요리를 배우러 바글바글몰려들겠죠?? 게다가 영어수업이라니ㅠ 스프링필드님의 포텐이란!!
학생들이 직접만든 음식으로 식사를 하는 방식이 재밌네요ㅎㅎ 드레스코트까지...왠지 후드티에 츄리닝으로 학식을 먹으러가던 제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천재님 :-) 1년에 한 번씩 이미 경력이 화려한 학생들만 모아 한 반을 운영하기도 해요. 우등반처럼 ㅎㅎㅎ 지금 그 친구들은.. 티비나 잡지에서 볼 수 있군요 'ㅁ' 전 요리학교니까 영어준비를 열심히 안했다가 낭패........ 학교에서 부딪히며 배웠지요 ;ㅁ; 학식은 역시 후드티에 츄리닝이죠! (신발 꺾어신고)

같이 밥먹던 친구들이 셀럽이 되어서 티비에 보면 기분이 묘하겠어요 (물론 고X 램지처럼 과격하게는 말고...) 그나저나 초창기에는 많이 힘드셨겠어요ㅠ 낯선타지에서 말도안통한다면ㅠ

거의 모든 학생들이 기숙사에 살며 동고동락하니 끈끈해지더라구요. 덕분에 꿈처럼 즐거운 시간도 많았고... 혼자 허드슨강을 보며 눈물 또르르 흘리기도 하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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