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때 니가 싫었어~

in #busy6 years ago (edited)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이코노미석 진상을 제대로 만났다. 남편만 따로 떨어져 앉고 아이 둘이랑 쪼로미 앉아 가는데, 유난히 비행기가 좁다 싶은데 갑자기 우리 딸 앞에 앉은 남자가 의자를 뒤로 눕힌다. 안그래도 두시간이나 지연된 후라 피곤한데 순간적으로 짜증이 확 몰려온다. 가끔은 말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뭘 잘못하는지 모르는 인간들이 있다. 테이블을 내리고 무언가을 적고 있던 딸아이가 울상이 되고. 나는 곧바로 그사람 어깨를 톡톡 치며 이야기 했다. 죄송해요~ 우리 딸이 너무 좁아서 다리를 못 내리고 있는데... 그렇게 말했더니 의자를 고친다. 그러고도 슬쩍 뒤로 또 뺀다. 둘째는 이미 내 무릎배고 누운 상태라 가운데 남자가 의자를 빼도 뭐라 할 말이 없는데, 내 앞 남자가 마지막으로 의자를 젖히려는 동시에 나는 테이블을 내리고 두 손으로 의자를 밀기 시작했다. 남자는 낑낑대며 “왜 안되지? 안되지?” 당연하지 이새끼야 내가 그쪽으로 밀고 있으니까... 이래서 운동을 한다 내가. 결국은 이거 고장났다.. 포기한다. 쌤통이다.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게 ‘한국어 공부하기’와 ‘밥 한그릇 다먹기’인 둘째가 기내식을 잘 먹겠는가. 입이 짧은 편이기도 하고, 지연된 비행기 기다리는 동안 거의 먹지도 못했는데 빵쪼가리 하나 먹더니 밥에는 손도 안댄다. 한국 도착하면 공항에 아저씨가 기다리고 서서, 비행기에서 내리는 사람 배보고 배가 홀쭉해 보이는 사람은 공항에서 못 나가게 한대.. 라고 했더니 기겁을 하고 물어본다.

Seriously??!!!!
응 맞아... Korean government is not accepting hungry people...

그 먹기 싫은 밥을 꾸역꾸역 다 먹었고, 공항에서 짐을 찾고 마지막으로 이민국을 빠져나올 때까지 내 손을 꼭 잡고 나오는데, 손바닥에 땀이 삐질삐질 나는게 느껴진다 ㅋㅋ

어제는 신랑이 아이들과 조카들을 데리고 저녁 먹이고 노는동안 대학 동아리 동기들을 만났다. 원래 친하지 않았던 아이들까지 다 나왔는데 내가 한국에 못 온 2년동안 모임에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 아이들은 대학 졸업하고 처음 만났는데 같이 주고받고 웃고 떠들고 하다가, 나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대학 때 나를 엄청나게 싫어했는데 그 이유가, 선배들한테 잘 보이려고 엄청 꼬리치고 이쁨 받아서였단다ㅜㅜ 내가 산다고 얼마나 바쁘고 고단했는데... 내가 대학 때 장학금을 받고 학비와 생활비를 벌려고 얼마나 치열하게 일하고 공부하고 바쁘게 살았는지, 그런 내가 과생활을 포기한 채로 수업만 듣고 밖으로 내돌다가 써클에서 노래하고 동기들과 어울리며 얼마나 치유받았는지 이야기 하다가 하마트면 울 뻔 했다... 그런 내 사정을 다 아는 친한 아이들도 덩달아 울릴 뻔... 나도 걔네들이 싫었는데 지들끼리 연애하고 일도 안하고 참여도 안하고... 졸업하고 시간 지나고 나이들어 엄마되고 아빠되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우리 모두는 우리 나름의 젊음에 취해 타인이라는 이름을 지나치게 내 젊음의 한켠에만 묻어두고 있었던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들도 그들의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었다. 내것이 그들의 것보다 더 무겁지도 더 중요하지도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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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대교... 내 어린 시절의 꿈을 가늠하며 지나던 곳. 스무살의 꿈을 서른 살의 꿈으로 치환하고... 그 이후의 꿈을 이야기하지 못해 아쉬워 하며 지나던 곳... 나는 이 곳을 지금, 남편과 아이들... 내가 만든 가족과 함께 지난다.

친정이 있는 시골로 들어가는 중이다. 엄청난 중압감을 가지고 한국행을 기다린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과 부산 합천 경기도... 를 돌아다니며 가족들을 만나야 한다는... 계획만 짜다가 스트레스로 위염이 올 지경이다. 그러나 막상 오게 되면.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즐겁고 기쁜 마음이 크다.

오늘 어디가냐고 둘째가 묻는다. 시골에 있는 엄마 엄마랑 아빠를 만나러 간다니까. 둘째는 또 기겁을 하며 놀란다. 스위첸(시부모님 사는 아파트) 할아버지 할머니가 엄마아빠 아니냐고... 누나가 타박을 한다. 바보야! 아빠 엄마아빠잖아. 이제까지 엄마아빠가 sibling 인줄 알았어? 그렇다고 한다.ㅜㅜ 해외에 살며 가장 힘든게 바로 가족관계... 확대된 가족관계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다. 한국 올 때 무슨무슨 날, 그때만 뿅 하고 나타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고모 삼촌이... 아이들의 머리속에 제대로 자리잡기가 힘들다.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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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오치님^^

누님 이렇게 글이 올라올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저는 몇 일 전 글에 가서 누님께 언제 오시냐는 댓글을 달지 않고 참았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반갑기에 읽지도 않고 보팅부터 하고 댓글부터 답니다. 네, 그럼 이제 글을 읽겠습니다.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누님 누님 누님 ^^^^

한국에 오셨군요. 좋은 날들을 보내고 가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두손들고 환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일정을 다 소화할 수 있을지... 벌써 지칩니다 ㅎㅎ

다음 번에 한국을 오실 때는 그 시기에 맞추어서 가든이가 밋업을 추진하겠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만날 수 있겠지요? 하하

한동안 안 보이시길래 사업에 몰두하고 계신줄 알았네요.. ㅋ
미국 땅도 아니고 커봐야 한반도 반쪽이라고,,, 두루두루 안부 전하시고 즐거운 여행 되셔요..ㅎㅎ

사업에 몰두해야 하는 시기에 자리를 비워 사실 좀 문제가 많아 속상했던 일이 있었너요ㅜ

한국 오셨군요 ㅎㅎ

네 왔어요 왔어 ㅎㅎ

고국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네 이번 방문은 시간이 좀 걸렸어요ㅜ 비자가 문제가 생겨서.. 오니 또 좋네요

한국에 계시는군요 :) 비행기에서 저런 일 있으면 정말 속에서 열불나죠 ㅜ 저는 창가쪽 앉았는데 복도쪽에 아저씨가 한번도 안움직이고 자는 통에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서 결국 몸살이 ;; 가족분들과 좋은 시간 보내고 오세요:)

흐흐 돈 많이 벌어서 비즈니스 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ㅜ

배가 홀쭉한 사람은
내 보내 주지 않는다는ㅎㅎㅎㅎ
센스 대박입니다^^

ㅋㅋ 우리 둘째는 협박과 회유를 적절히 해야만 하는 막내랍니다 ㅎㅎ 그집 건우는 어떤가요 ㅎㅎ

한국에 오셨네요.
자주 못 오니 얼마나 바쁜 일정일지 ^^
의자 뒤로 젖히는거 저는 안하는데...진짜 막무가내인 사람들 있어요. 불편하면 너도 밀쳐 그런 심보인건지 ;;;;

아 진짜 정신없이 하루가 가네요. 감사해요 미미별님 ㅎㅎ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가족분들과 함께 여러 곳을 돌아다니느랴 일정이 많이 바쁘시겠군요. ^^

이코노미석은 공식적으로는.... 이착륙시와 식사시간은 의자를 젖히면 안되고 그 이외의 시간은 의자를 젖히는 것이 가능하긴 합니다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서 암묵적으로 의자를 뒤로 젖히지 않는데... 가끔 너무하다 싶을만큼 뒤로 젖히는 사람들이 있긴 하죠.

흠... 알아서 안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데 그걸 모르고 마이웨이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요ㅜㅜ

이럴 때는 개인주의라고 해야 하나, 이기주의라고 해야 하나, 안하무인이라고 해야 하나... 어렵네요. ^^;

저희 둘째도 작년엔가.. 저희 부부가 결혼했다는 사실에 많이 놀라더군요.. ㅋㅋㅋㅋ
한국 스케줄 잘 소화해내리라 믿습니다~~

ㅋㅋㅋ 귀엽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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